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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호모 에로스,호모 쿵푸스,그리고 건투를 빈다

| 조회수 : 2,173 | 추천수 : 210
작성일 : 2010-03-15 10:08:34


  
  딸이 교환학생이 되어 프랑스로 떠나기 전 ,도서관의 박혜정씨가 제게 건넨 책이 한 권 있습니다.

호모 에로스,딸에게 읽어보게 하라고 ,생각에 도움이 많이 될 거라고요.

그 당시의 아이의 반응은 엄마,무슨 이런 제목의 책을 권하는 거야? 그런 느낌이었지요.

그러나 어느 날 전화를 걸어와 그 책을 다 읽었는데 같은 저자가 쓴 호모 쿵푸스도 보내 달라고 합니다.

(이미 눈치챈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그 책의 저자는 수유공간너머를 만들어가고 있는 고미숙씨인데요

그녀는 박지원의 열하일기의 길을 직접 가보기도 하고,열하일기를 나름으로 소화해서 글을 쓰기도 하고

대중강연을 통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는 사람이지요)

오늘 아침에 그 책을 다 읽었노라고,그리고 한국에 돌아갈 비행기표도 드디어 날짜가 확정이 되고 나니

마치 현실을 도피하고 있다가 (그게 무슨 소리니?  취업에서 눈을 떼고 있다가 다시 그 문제를 생각해야 되니

현실로 돌아가는 기분이야 그것이 질문과 대답의 요지였는데요,마음이 많이 아프더군요) 꿈에서 깨어나는

것같다고요.



엄마,저자가 하는 말은 알겠는데,그렇다고 취직은 하지 않고 공부를 할 수는 없지 않아?

그런 뜻이 아니라 취직과 공부를 별개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거지

공부는 평생 해야 하는 것이니까,그러니 배타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함께 해야 할 것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지

그리고 최소한 엄마가 밥은 먹여줄거니까 너무 조급하게 취직걱정하지 말고

일단 그 곳의 생활을 마지막까지 즐기다가 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호모 에로스는 이성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들이 읽으면서 자신을 생각하기에 아주 좋은 책인데요

그래서 혼자서만 읽지 말고 함께 파리에 있는 친구들에게 돌려서 읽게 하라고 권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책의 주인이 그러면 그 책을 기증할테니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딸의 친구들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읽혀지고 있다고 하네요.

호모 쿵푸스를 보내면서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도 함께 넣었는데요 책읽기에 서투른 딸아이에게도 그 책은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하더군요.그 다음에 친구에게 빌려주었더니 너무 좋아하면서 김어준의 말에 공감하는

바가 많다고해서 앞으로는 보람이만이 아니라 그 또래의 친구들이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런 책들을 골라서

보내주고,의논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한 편 그 나이에 스스로 골라서 읽고

엄마,이런 책 읽어보면 어때? 이렇게 권할 나이가 아닌가 하는 걱정도 생기는군요.

대학에 들어가서도 취직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이 시대의 대학생들이 아프게 느껴지는 대목일까요?

아니면 우리 아이만의 문제일까요?



고려대 경영학과 여학생이 자퇴의 변을 쓰고 학교를 그만 두었다는 소식에 글을 찾아 읽었습니다.

사실 모두가 그렇게 자퇴의 변을 남기고 학교를 나올 용기는 없겠지만 그런 고민을 심하게 해야 할 만한

상황으로 변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를 돕는 일인지 저도 엄마로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지요. 성공하고 싶다는 아이에게 무엇이 성공인가,네가 성공하고 싶다는 실체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라고 ,밖으로 보여지는 삶과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것이 같은 것은 아니다라는 정도의 말밖에는

아직 깊게 이야기하지 못했는데 귀국을 하고 나면 정말 삶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은 생각도 들고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한국의 실업률이 OECD국가중에서 가장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입니다.

안개속을 헤메는 것같은 젊음을 건너고 있는 자녀들이 있다면 위에서 소개한 책들을 권해보면 어떨까요?

호모 쿵푸스를 보내는 날 ,함께 보낸 책중에 생각의 좌표도 들어있었습니다.아직 그 책은 손도 못대고

있는 모양인데요,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으로 자리잡게 되었나를 보여주는 홍세화님의 글입니다.



현실에서 도망을 가지 않으면서도 현실에 압도당하지 않고 스스로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삶,말은 쉽지만

그리 녹록한 일은 물론 아니지요.그래도 자신이 주인이 되어 살아가는 삶을 목표로 하고 노력하다 보면

보이지 않던 길이 눈앞에 나타나는 즐거움을 누리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그럴 수 있도록 엄마로서,인생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 언제라도 손을 내밀고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아침의 전화통화였습니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카루소
    '10.3.16 12:25 AM

    Secret Garden / Dawn Of A New Century

  • 2. wrtour
    '10.3.16 12:52 AM

    어디 OECD국가 중에서 가장 가파른게 실업률만이겠어요.
    오늘 저녁 한잔 하면서 비슷한 얘기를 했네요.
    자살 1위,노동시간 1위,이혼률 1위,40대 성인병 1위,실업률 1위,,,,,,,등등
    씨크릿 가든은 새로운 세기의 희망찬 여명을 노래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전혀 반대로 흐르네요.

  • 3. intotheself
    '10.3.16 8:14 AM

    어제 마르크스,니체,그리고 스피노자를 읽는 공부모임에 참가했습니다.

    특히 스피노자는 혼자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이라서요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부터 직장을 마치고 바로 직행하는 사람들,

    직장에 갔으나 의미를 찾지 못해서 한 해 동안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쓴 다음

    다시 일자리를 찾고 싶은 사람,아이를 키우고 나서 도서관에서7년을 일하다가

    그 속에서 불화를 겪고 다시 새롭게 자신을 추스리고 싶다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책을 읽으려는 모임인데요

    그 이야기를 아침 전화에서 딸에게 이야기하니 ,엄마 나도 한국에 가면 니체를 읽어보고

    싶다고 하네요,니체를 ? 무슨 심경의 변화가?

    고미숙의 책을 읽다가 자꾸 언급되는 사람이라서 신경이 씌인 모양이더군요.

    이런 작은 변화가 제겐 태산처럼 느껴지는 아름다운 아침입니다.

    현실의 무게가 무거워도 그것에 눌려버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숨을 제대로 쉬는 방법을

    만들어나가는 것,혼자서만이 아니라 여럿이서 손잡고 나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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