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몇년이나 지난 이야기입니다.
82cook을 통해 알게 된 클레어님이 대전에 살고 있던 시절,그녀와 연락이 되어서 몇 명이서
대전에서 열리고 있던 루오전에 함께 갔었던 적이 있지요.제겐 그 때가 대전에 처음 가 본 날이어서
신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인터넷을 통해 서로 글을 주고 받다가 전시장에서 처음
만난 그녀,그 이후로 그녀가 미국에 가게 되기 전까지 몇 차례나 그곳에서 만나 공주에도 부여에도 나들이를
하면서 이렇게 사람을 알아가는 일이 참 놀랍고 새로운 경험이란 것을 실감하던 날들이 떠오릅니다.
그 때 마침 한불수교 100주년인가 기념전이라서 상당한 규모의 그림을 선보였으므로 이번 한가람 미술관에서
루오전을 한다고 소식을 들었을 때 권진규전을 망서렸던 것처럼 고민을 하다가 드디어 어제
금요일 모임끝나고 ,예술의 전당까지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전시를 보러 가는 깜빡이님의 차로
그렇다면 우리도 중간에 다른 일을 하지 말고 바로 예술의 전당으로 갑시다 이렇게 이야기가 되어
켈리님이랑 셋이서 루오전을 보러 갔습니다.
깜빡이님은 지인에게서 루오전의 그림이 칙칙하니까 굳이 갈 필요없다는 말을 듣고는 망서리다가
이왕 온 김에 그렇다면 두 전시를 다 보자고 마음을 고쳐먹고 우선 루오전에 함께 들어갔습니다.
우선 재미있었던 것은 어제 오전 금요일 역사모임에서 공부한 책의 시대와 그가 살았던 시대가 딱 맞물리면서
교재에서 나온 내용을 그 곳에서 직접 확인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인데요
학습?의 효과가 바로 다른 자리에서 눈으로 나타나는 것이 재미있어서 서로 그 이야기를 하고 웃기도
했지요.
이번 전시는 퐁피두 센터의 그림중에서 선별해서 들여왔다고 하는데요,그래서인지 대전에서 못 본
그림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준비했는데 그 중 하나는 미제레레에 관한 것이었고
영상물과 더불어 계속 흘러나오는 노래덕분에 밤에 들어오면서 mp3안에 담긴 미제레레를 오랫만에
제대로 듣기도 했네요.

20세기 중반까지 살았던 화가라서 그런지 사이버상에서 그림을 볼 수 있는 소스가 거의 없어서
그의 풍을 짐작하게 하는 작품 하나만 올려놓습니다.
그런데 루오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이미지에 비해서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다양한 그림을 볼
수 있고 더구나 마지막 그림들은 마티에르가 잘 살아있고,색감도 놀라워서 그를 색채의 연금술사라고
표현한 것이 지나친 수사가 아니란 생각이 절로 들기도 했지요.
스테인드 글라스도 한 점이 왔는데 알고 보니 아시시 대성당에 그려진 세 점의 스테인드글라스의 밑작업을
루오가 했다고 하네요.지난 번 니스에서 본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얼마나 대조적이던지요!!
아시시 대성당이라 마음속으로 기억을 했습니다.그 곳에 가면 꼭 찾아보아야지,이렇게 따로 떼어진 전시장이
아니라 성당안에서 바라보는 스테인드글라스는 또 다른 느낌이겠지요?
미제레레라는 이름의 58점의 작업은 오전에 읽은 전쟁에 살을 붙여서 화가가 느낀 전쟁의 시기를 마음으로
느끼도록 해주더군요.우리가 역사책에서 읽는 기록과 그 시대를 몸으로 겪고 사는 것 사이의 거리
같은 사건을 겪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차이와 그 차이를 형성하는 것은 어디서 비롯되고
그것의 거리를 메우는 것은 과연 가능한가? 설령 메우지 못한다 해도 무엇으로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한 날이기도 했네요.
이미 보았으니 하는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는 생각인지도 새롭게 느낀 날이기도 했고요.
미술관 나들이를 하고 싶으나 어디로 가지? 망서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루오전을 먼저 보고 나서
모네에서 피카소를 본다면 일석이조의 나들이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