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에서 three murders in the opera house란 타이틀로 2010년에 세 번의
공연이 있습니다.첫 공연이 어제부터 시작한 멕베드,그리고 4월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신영옥 주연)
그리고 11월에 lulu라고 처음 들어본 제목의 공연이 있네요.더구나 두 번째 공연과 세번째 공연을 함께
묶어서 구입하면 25%할인이 된다고 크게 선전하고 있더군요.
악기연주라면 교향곡이든 협주곡이든,소나타이든 가리지 않고 즐겨 듣지만 아직 성악곡과 오페라는
확 몰입이 되지 않는 상태인 제겐 어제 공연이 새로운 문을 열어준 날이었습니다.
멕베드역의 고성현의 연기와 노래도 좋았지만 레이디 멕베드역의 알렉산드라 어쩌고 하는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녀의 연기와 노래를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은 레이디 멕베드,그리고 멕더프역의 이정원의 노래
더하여서 국립합창단의 노래도,무대와 오케스트라 반주 어느 것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좋았던
마음가득 흡족한 시간이었으나 한가지 흠은 연기의 흐름이 다 끝나지도 않은 장면에서 자꾸 터져나오는
박수였습니다.청중의 마음을 전달하는 그 기분은 알겠으나 갑작스럽게 터져나오는 박수에 오케스트라가
잠깐 호흡을 골라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지요.
마침 옆자리에 일본인 여성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녀가 도대체 자막을 읽지 않고 이 오페라를 볼 수 있는가 궁금해서 말을 걸었습니다.
한국인과 결혼하여 이 곳에 산지 2년째라고 하는데 어렵지만 자막을 따라가면서 이해는 가능하다고 하네요.
일본어로 이야기하는 도중 간혹 한국어를 섞어 쓰기도 하는 그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휴식시간에 하면서
우연한 계기로 배운 언어로 이상하게 자주 기회가 생겨서 다른 나라 사람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
재미있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공연이 다 끝나고 일어서기 전 그녀와 그녀의 남편 두 사람이 일본어로 하는 대화중
이 곳에 와서 본 공연중에서 최고였노라고 남자분이 이야기를 하네요.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서 함께 간 ak님이 이야기를 꺼냅니다.이제까지는 음반을 듣다가 오페라가 나오면
슬그머니 다른 곡으로 교체를 했는데 이제는 제대로 들어보아야겠다고요.
저도 마찬가지였는데요,오페라를 일부러 집에서 듣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멕베드를 다른 버전으로 구해서
다시 들어보고 싶다고요.제대로 된 공연은 사람의 마음속을 휘저어서 이렇게 새로운 문을 저절로 여는
힘이 있구나를 느낀 밤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멕베드와 휘슬러의 그림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요?
루오 전에 갔을 때 색의 대조를 화면에 다양하게 실험한 그의 그림을 보면서 그것과는 다르지만
휘슬러의 그림이 떠올랐습니다.루오그림을 집에서 제대로 검색해서 볼 수 있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지만
루오 그림을 제대로 못 보게 되니 자연히 손길이 휘슬러의 그림쪽으로 옮아가네요.
아들이 시험에 실패하고 꼼짝없이 재수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정해진 날,2010년 한 해는 정말로 내게
위로가 필요한 해로구나 생각을 했습니다.물론 가장 힘든 것은 당사자이겠지만
오랜 기간의 양육이 드디어 끝나고 2010년에는 무엇을 새롭게 할 수 있을까 혼자서 마음 부풀었기 때문에
1년 더 연장된 기간이 무겁게 느껴지던 날들이었거든요.그래서 캘리님에게 말을 했지요.올해는 정말
위로가 필요한 해라서 가능하면 금요일 음악회를 매주 다닐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요.
그랬더니 지난 번에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들으러가자고 권하더군요.
처음에는 노래를? 하고 망서렸지만 새로운 레파토리에의 도전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좋다고 했습니다.
어제 오페라속의 노래가 마음속으로 흘러넘치고 나니 겨울 나그네가 기다려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