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 시간,앵그르와 제리코,들라크로와에 관한 글을 읽고 들어와서인지 들라크로와 그림을 보고 싶다고
마음 먹고 왔는데 이 곳에 들어와서 파워 오브 아트를 읽고서 터너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수늬님의 글을 읽다보니
저절로 터너 그림에 손이 갑니다.
누군가 함께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 이런 힘을 갖는 것일까요?
제리코가 이탈리아에 다녀오고 나서 그림에 변화가 생겼다고 하는 구절,누가 누구를 만나서 혹은 무슨 작품을
만나고나서 그 이전의 그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런 글들을 읽고 있으면 사람은 꼭 주변에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거슬러,혹은 장소를 가로질러 순간적으로 변신할 수 있는
존재로구나를 느끼게 되네요.
그래서 역시 책을 읽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축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변신을 경험하는 행위가 아닐까요?
이 그림의 제목이 핑갈의 동굴인데요,이 곳을 다녀온 멘델스죤 역시 핑갈의 동굴을 곡으로 남겼다고 합니다.
드로잉으로도 남겨놓았고요.그는 이탈리아에 다녀온 소감이 깊었던지 이탈리아를 제목으로 하는 곡도
역시 작곡한 적이 있었지요.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변화시킨 곳인가,그곳은 ,터너의 그림을 보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장소,물론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그 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이룩한 문화의 축적이
그 곳에 간 사람을 끌어당겨 새로운 눈을 뜨게 한 것이겠지요.
지난 주에 친구를 따라서 수업에 처음 참여한 사람이 있습니다.마침 불어책을 보고 있던 저를 보더니
딸이 불어를 배우게 되어서 자신도 불어를 공부해야 된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딸이 어디서 불어를 배우냐고 물었더니 중학생인데 외국에 공부하러 갔다고 합니다.'
그 때는 웃으면서 아마 그렇다면 아이의 실력이 먼저 늘어서 엄마가 도울 일이 별로 없을 텐데요 하고
간단히 이야기를 했는데 이번 주에도 역시 관심을 보여서 함께 공부하면 어떤가 권했습니다.
더 생각해보지도 않고 흔쾌히 공부하겠노라고 하는 것을 보니 이미 하고 싶은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이어서
놀랐습니다.불어이외에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많아보이는 에너지 넘치는 사람을 또 한 사람 알게 되어서
즐거운 날,공간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가만히 앉아서도 이렇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서로 인연을 맺고
함께 나누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네요.
1월부터 한 달에 100유로씩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동네의 은행을 정해놓고 늘 다녀서 그런지
유로를 바꾸어주는 여직원이 지나치게 ? 친절해서 약간 불편한 느낌이 들때도 있지만 그래도 낯설지 않은
기분으로 다니고 있는데요,그녀가 말을 하더군요.여행을 간다고 이렇게 미리 한 달에 정해놓고 유로를 만들어가기가 쉽지 않은데 참 부럽다고요.
사실은 이렇게 미리 여행비를 준비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인데 미리 조금씩 모으면 나중에 비용이 덜 필요한
것도 있지만 이것도 여행을 준비하는 즐거움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고 혼자 정했습니다.
일단 그렇게 정하고 나니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사는 일 (음반이나 책)에서도 절제가 되어서 일석이조가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오늘 보는 터너의 그림은 그가 이탈리아 여행을 다니면서 그린 것인지,다녀와서 그린 것인지는 모르지만
다 이탈리아 풍광입니다.
다음 주면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1권이 다 끝납니다.그 이후의 책이 아직 나오지 않아서 art attack (도발)을
읽기로 했는데요,아방가르드 이후의 현대미술을 다룬 책이고,각 장의 앞에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하고
있는 상당히 자극이 되는 책이기도 하지요.,파워 오브 아트처럼 나도 참여하지는 않아도 그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책을 구해서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