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쓰면서도 제 마음속의 흥분이 그대로 전해지는군요.
과연 무엇을 찾았길래 그렇게 수선을 떠느냐고요?
오래전에 구한 음반중에 BOLERO-percussion museum이 있었습니다.순전히 타악기로만 이루어진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라벨과 무소르그스키연주를 담고 있는 음반인데요 연주내용으로 보면 무소르그스키의 곡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왜 볼레로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의아해하면서도 연주가 좋아서 한동안 거의 매일 듣다시피하던 음반이
어느새 사라지고 어디로 갔는지 아무리 정성껏 찾아보아도 없어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던 음반이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아침 일본어 번역 나머지 반을 하느라고 자리에 앉기 전에 오늘은 뭔가 좀 색다른 곳을 들어볼까?
그런 생각으로 음반을 차례로 점검하다가 오랫동안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쇼스타코비치 음반을 꺼내서
열었더니 그 안에 얌전히 바로 이 볼레로 음반이 들어있는 겁니다.
왜 갑자기 쇼스타코비치인가 하면 역시 그것도 야나첵 스트링 쿼테트 공연에서 그의 음악을 들었던 감흥이
살아있어서 손이 저절로 움직인 셈이니 그 공연이 이 음반을 되찾도록 해준 매개물이 된 셈이로군 하면서
혼자서 좋아하면서 한 번 두 번 세번째 새롭게 들으면서 (한자리에서 한 음반을 세번씩이나 계속 듣는
일은 정말 드문 일인데) 번역을 마치고,수업하러 가기 전까지의 자유시간에 소파에 누워서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마음속이 가볍게 둥둥 떠오르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집을 나서기 전에 준비하려고 방에 들어왔다가 공연히 르동 그림을 보고 싶어서 잠시 컴퓨터 앞에 앉게 되네요.
마음속에 소리와 그림이 연결을 맺는 이런 작은 경험들이 참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3월 1일 자본세미나 마지막 에세이 발표시간에 자본주의에서의 상품의 물신화에 관한 글을 사물들이란 소설에
빗대어 이야기한 한 여성분이 친구의 사례와 자신의 사례를 예를 들면서 원하던 비싼 브랜드의 가방을 산
친구가 너무나 좋아서 가방에게 자꾸 말을 건다고 하는 것,자신이 원하던 구두를 산 날 비가 와서 구두가 젖는
것이 아까워서 구두를 벗어들고 빗속을 걸었다고 하는 것을 읽고는 당시에는 정말 그럴 수 있을까?거기까지
이렇게 생각을 했었지요.그래서 다음 말 철학시간에 그런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렇다면 장한나나 장영주가
악기와 맺는 관계와 그 두 사람이 물건과 맺는 관계는 다른 것인가,같은 것인가 제게 물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 이 이야기가 제 마음속에서 계속 머물면서 제가 생각하는 사물과의 관계는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음반을 찾고 반가워하면서 그 음악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는 이 상태와 가방에게 말걸기는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런 것은 한번에 해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일터이니 컴퓨터 앞에서 답을 내려고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고
다만 타악기소리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런 멋진 곡을 한 번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다음에 음반점에 가면 그들이 연주한 다른 곡은 없나 찾아보고 싶어지네요.저절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