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행 기록을 하다가 갑자기 마음속이 복잡해서 그만둔 이래,늘 마무리해야지 하면서도
다른 일에 바빠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 낮에 책속에서 혹시 이 길이 그 길이 아닐까 하는 대목을 만났습니다.
무슨 길인가 하면 엘바섬에 유배된 나폴레옹이 당시 그 곳을 지키고 있던 영국의 고등판무관이 이탈리아
본토에 볼 일을 보러 간 사이에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유일한 범선에 올라 탈출하던 당시의 이야기인데요
프로방스지방이 왕당파의 세력이 강해서 론강을 통해 파리로 입성하는 것이 어려워서 일단 프레쥐와 앙티브사이의
후앙만에 도착한 다음 디뉴,시스트롱,그르노블을 따라 알프스 산길을 넘는 편을 택했고 그 이후로 이 길이
나폴레옹 루트로 불리게 되었다는 기록입니다.
그런데 29일 고르드에서 출발하여 방스에 이르는 길에 베르덩 계곡인가를 지나왔는데요
그 길도 나폴레옹과 관련이 있다고 들었고 ,역사적인 것은 둘째치고라도 그 길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답니다.
그런데 그 길이 이 길인가,아닌가 자꾸 신경이 쓰여서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마침 그 날이 한국시간으로 하면 생일이기도 해서 고르드에서 간단하게 생일축하노래도 듣고 케익도 먹었지요.
그리고 나서 하루 종일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기분으로 지나던 길,


거짓말 보태지 않고 거의 한치앞도 보이지 않던 이 길을 속으로는 어떤지 모르지만 이야기하면서
운전하던 carol님,저는 정말 너무 놀랍고 ,그런 한편 행복한 마음으로 음악을 들었습니다.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듣고 또 들으면서 생애 최고의 생일선물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네요.

지금도 다니기 어려울 듯한 이 길을 그들은 어떻게 넘어갔을까,그 겨울에 하는 생각을 글을 읽다가
하게 되었고,발동이 걸려서 사진을 뒤적이게 되었고,다시 마음이 동해서 글을 쓰게 되는 ,예기치 못한
금요일 오후의 독서후의 작업인데요,이런 일들은 누가 시켜서 되는 것도 아니고,저절로 감흥이 생겨야 하는
것이니 역시 글속의 힘이란 대단합니다.물론 다른 때같으면 그냥 스치고 지났을 구절인데
그것이 자신의 경험과 연결되어 발휘되는 힘이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