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았던 참에
언니와 형부를 졸라서 마라도 관광을
함께 잘 마치고는....드뎌 언니가 서울로 떠났다.
세살차이의 바로 내 위의 언니는
늘 친정어머니처럼 마음으로나 실제로나
올해 할머니가 될지도 모를 나를 어린 아이처럼
챙겨주곤 했는 데...그 언니가 떠난다니, 제주여행도 좀
시들해 지는 느낌의 서운함이 주체할 수 없이 밀려 들었다.
어제는 그리도 좋았던 날이
오늘은 또 이렇게 바람도 심하게 불고
거기에 황사까정 끼어 애월해안도로를
걷기로 한 날로는 최악으로 기상상태가 좋칠 않은 것 같다.
제주도의 기후를 제대로 느끼게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예정한 대로 남편과 나는 걷기로 하고
숙소앞 버스정류장에서 언니와 아쉬운 이별을 했다.
남편도 허전한 지 자꾸 떠나가는 버스를 뒤돌아 본다.
이제 바다건너 타지에서 나와 남편이 남아서
앞으로 며칠을 더 있게 될 지 모르겠지만~
둘이 제주도 걷기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이리도 바람이 심한 날에
해안가를 걸으려니 만만치 않은 오늘의 걷기가
심히 염려스러웠다.
도로를 질주하는 차들을 경계해 가며
그야말로 하이*이 라도 풀어 놓은 듯
바다는 하얀 물거품으로 성나 있었는 데
바라보는 나는 그 거대한 자연의 신비로움에서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고...
한편으론 미약한 인간이 너무 자연을 거슬르고 사는 것은 아닌 지
하는 생각도 들며 대자연 앞에서의 겸허함 까지도 느껴 본다.
애월항으로 들어가는 동네길을 걷는 데
어부의 집인 지 생선나무 상자가 잔뜩 쌓여 있어
그때서야 아차..하고 사징기를 꺼내는 데 햇빛이 잠깐 드리운다.
애월항에서 해녀의 집이란 간판을 보고는
작년 올레길 1코스 해녀의 집에서 푸짐히 맛있게 먹던
전복죽이 생각나 점심으로 전복죽을 먹으려고 들어 갔는 데
해녀들의 공동작업장의 식당이 아닌 개인 식당인 가 보다.
너무 형편없는 전복죽을 거금으로 먹고는 씁쓰레한 기분으로
그래도 이층 식당의 전경만큼은 좋았다고 위로하며
한컷 날리고 식당문을 나섰다.ㅠㅠ
햇빛이 나길래 기상상태가 좀 좋아지려나 했었는 데
멀리로는 황사로 인해 시야는 더욱 더 뿌옇기만 하고
바람을 맞서고 길을 걷는 것이 너무도 힘이 들었고
길옆으로 달리는 차들의 굉음이 무섭기 조차 하였다.
부서지는 하얀 파도와 갈대를 스치는 거친 바람을
삼각대가 있다면 장노출로 담아 보고 싶었지만
그저...생각 뿐이었다.
그 모진 바람속에서 하늘의 구름은 시시각각으로
구름의 모양을 바꾸어 가며 모였다 흩어지고 흩어졌다 모이는
그 모습들이 변화물쌍하기가 그지 없었다.
해안도로의 오르막길을 올라 뒤돌아 보니
성난 파도의 해안가의 마을은 그 거센 바람과는 달리
그저이... 평화로와 보이기만 한다.
날씨도 좋치 않은 데
오늘은 며칠을 걸었던 후유증인 지
발바닥에 굳은 살과 물집이 생겨 걸을 때마다 통증이 느껴온다.
갑자기 앞서가던 남편이 뒤돌아 걸어 내려 온다.
커단 개 한마리가 나타나 배회하는 것을 보고는
항상 씩씩해만 보인다는 마눌님을 보호하려고
개를 주시하며 뒤돌아 오는 중이란다. 오홋.....이론 이런...크으^^
그리곤 절둑이는 내 발을 보더니
해안길 옆 바람이 잦아지는 곳에 마련된 벤치에서
나의 발바닥의 물집을 따내고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 주는 것이 아닌가?
혼자서도 걸을 수 있고
혼자서도 뭐든지 잘 할 수 있다고 평소에 큰소리 치고 살았는 데
난....오랫만에 남편의 든든함에 가슴이 뿌듯듯허니~ 감동 백배의 순간이었다.
(에고...공...장똘 날아 오넹^^ㅋㅋㅋ==3==3=3=3==333)
발의 통증도 있고 바람도 더 거세게 불어
사징기도 배낭에 챙겨 넣어 버리고는~
오늘은 세시간의 행진으로 도보여행을 마치고
서울의 겨울같은 날씨를 제주도에서 느끼며 귀가를 서둘렀다.
정말...저엉말... 동태가 될 뻔한 엄청이도 춥디 추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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