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라도를 가기로 했는 데
아침부터 기상상태가 수상하다.
숙소 주방에서 내다 보이는 바닷가 방파제로
성난 파도가 하얀 포말을 내며 무섭게 부딪히고
창문을 흔드는 바람소리가 요란하다.
마라도선착장으로 전화를 해 보니
오늘은 결항이란다^^ㅠㅠ
아~어찌하나 싶어진다. 언니와 형부가 내일 서울로 돌아 가는 데
어제 8코스를 걷고 언니와 형부에겐 올레길 걷기가 무리일텐 데
여러가지 궁리를 해 보다가 일단은 숙소에서 가까운 15코스로
시작점엘 가서 걸을 수 있는 데 까지 걷기로 하였다.
제주도 일주시외버스를 타고
제주올레길 15코스의 시발점인 한림항에서 내렸다.
15코스가 개방된 지는 별로 오래되지 않았다.
우선 한림항 가는 길에 있는 한림시장을 둘러보고
바닷가 포구쪽으로 걸어 갔다.
심한 바람때문에 한림항 포구에도 배들이 많이 묶여 있었다.
회색빛 구름이 낮게 드리운 채 갈매기가 날고 있는 항구의 모습은
참으로 쓸쓸하기 그지 없었다.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 언니와 했던 여행이 오늘로
헤어지는 허전한 내 마음과 같다고나 할까?ㅜㅡ
우선 올레길의 이정표를 찾았다.
파랑 화살표는 정코스의 표시이고 주황빛의 화살표는
거꾸로 걷는 방향을 나타낸다.
바닷가로 향하여 한림항을 출발하니 바닷가 주변에 갈매기와
기러기가 떼지어 앉아 장관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바닷가 해안쪽으로 갈매기 모양으로 깍아 세운 솟대가 보인다.
그 바닷가를 지나는 데 어찌나 바람이 세던 지...
모자를 꼭 붙들고 여민 옷깃도 더 단단히 단도리를 하였다.
명수포구와 한수리를 지나자 마자 바다를 등지고
마을로 들어섰다. 여름엔 동네 사람들이 더위를 피했을 듯한
나무로 만든 팔각정 쉼터가 눈에 들어선다.
잔뜩 흐렸던 하늘의 구름사이에서 갑자기 빛내림의
상서러운 신비한 느낌이 길떠나는 나그네를 반기는 것만 같다.
동네 어귀에서 만난 털북숭이 강아지이다.
이 동네길을 걷는 올레꾼에게 이렇게 담장 너머에서
아는 척을 하며 먹이를 많이 얻어 먹었는 지
너무도 자연스레 우리를 반긴다.
강아지들 먹이 주는 것이 취미(?)인 남편이
배낭을 뒤져서 과자와 밀감을 주었다.ㅎㅎ
이 동네 면사무소 같은 곳인 데 동네 연혁인 듯한 비석이
줄서져 있었고 오늘 이곳에서 결혼식 준비가 한참이었는 데
우리를 보더니 하객을 맞이한 듯 길가는 나그네를 반갑게 맞이하시며
조금 기다려서 국수를 먹고 가라 하신다.
아직도 우리네 농촌 인심에 훈훈한 마음만을 안고 길을 재촉했다.
겨울철이지만 군데 군데 제주의 농가밭에서는
적채나 브로컬리, 양배추를 가꾸기도 하고 저렇게 수확을 하고 있었다.
길을 걷던 마을에서 만난 허름한 농가집의 대문도 한컷 담아 보았다.
산길이나 동네길을 접어 들때는 개나 예기치 못한 산짐승의 습격이
있을 것을 대비해서 남편이 스틱을 챙겨 걷는 데 갑자기 하늘이 열린다.
농촌 분위기와는 너무 동떨어진~부티(?)나게
잘 가꾸어진 묘지 하나가 빛내림을 받고 있다.
이 동네 만석꾼의 자손이 세운 묘지일까? 하는 갖가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농촌 분위기와 어우러지는 소박한 묘소였음 좋았겠다는
객들의 쓸데없는 수다에 누운자가 어이없어 하겠다며 웃기도 하며~
인적드문 한적한 마을 사이 사이에 드리워진 길을 걸으며
사시사철 푸른 밭과 그 밭에 물을 대는 작은 못들도 만났다.
정말 그림같이 아름다운 우리네 농촌의 풍광이 아닌가?
걷는 발자욱 소리까정 들리는 조용한 농촌의 길에 빠져 걷고 있는 데
어제 8코스를 걷고 또 다시 올레길을 나서는 것이 걱정스러웠던
일이 일어났다. 형부가 무릎을 많이 아파 하며 절둑이시는 것이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더 걷는 것은 무리일 듯 싶어
산길로 들어서기 전에 우리는 15코스의 올레길을 중단하였다.
어렵게 만난 동네 어르신께 버스를 타는 곳을 여쭈어
걷던 길을 돌려 시내 버스를 타고 동문시장으로 갔다.
싱싱한 생선이 그득한 동문시장에서
내일 언니가 돌아갈 때 가지고 갈 옥돔과
한라봉들을 사고 생선을 파시는 아주머니께 들은 정보로
시장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싱싱한 생선을 저렴하게
회를 떠 주는 곳이 있어서 그곳에서 언니와 형부와 함께
아쉬운 제주도의 이별의 술잔을 기울였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은 지라
식당 사진을 한장 누른 것으로 기억이 되는 데
아쉽게도 사진속에서 보이질 않는다.
* 혹...제주도 여행길에 동문시장을 찾으신다면
동문시장 큰 도로가에서 과일가게길 위로
조금 좁은 듯한 길로 들어서면 회를 떠 주는
조그만 식당이 있습니다.
광어나 방어는 그곳에서 구입하면 되고
멍게 해삼 전복등은 식당 근처에서 파는 곳에서 구입해서
그 식당에서 먹으면 저렴히 싸게 해산물을 먹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