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투아르 산을 뒤로 하고 오늘 밤 잘 숙소를 찾아서 떠났습니다.
너무 일찍 저녁이 되어버리는 지역,저녁이다 싶었으나 조금 지나니 깜깜한 밤이 되어서
마치 중세의 어느 시골을 찾아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스페인 여행을 함께 했던 캐롤님과 우리가 함께 경험했던 스페인의 어느 도시 이야기를 하면서
바로 그 때 그 시간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이야기나누기도 했지요.

처음에는 음반을 걸고 소리를 들으면서 간간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아무리 해도 장소를 찾기 어려워지니 겁이 더럭 나기도 하더군요.아니 첫 날부터 어찌 해야 하나?
중간에 지나가다 르끌렉이란 커다란 수퍼마켓에 들러 장을 보았습니다.
혹시 아침이 제공되지 않는 호스텔인지도 모른다고요.
이대로 갈 것이 아니라 일단 호스텔에 연락을 해보자고 정하고 보람이에게 전화를 부탁했더니
아를이 아니라 saint gilles에 있는 호스텔이라네요.그러니 부정확한 주소때문에 네비게이션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 모양이더라고요.이번에 느낀 것중의 하나가 제대로 입력하지 못하면 노력자체가 힘은 힘대로 들면서
결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많다는 것입니다.이것은 네비에의 입력에만 해당하는 것은 물론 아니겠지요?
D179도로를 찾아서 오라는 말을 듣고 어찌 어찌 해서 찾아가는 길,어둠속에 가라앉아 있는 길들을 지나면서
고흐가 살던 시절의 아를에 대해서 몸으로 느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주소대로의 장소에 도착했으나 불이 거의 꺼진 그 공간은 활발하게 사람들이 드나드는 호스텔이란
생각이 들지 않네요.
돌아서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지프가 뒤따라 들어오는데 아마 주인부부의 지프가
우리를 마중하러 나갔던 모양이더군요,차고를 안내받았을 때 차고에는 불하나 없이 깜깜하고 최근 호러영화를
많이 보았다는 캐롤님은 느낌이 불길하다고 마치 귀곡산장에 온 기분이라면서 나가자고 하네요.
그래도 일단 예약을 한 곳이니 들어가보자고 방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우리의 우려는 감탄사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아니 이게 바로 프로방스 풍의 집인가 하는 실감이 나는 그런 공간이 있네요.
누가 귀곡산장이라고 말했는가 하고 웃으면서 하루 밤을 묵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호스텔 월드에서 아를지역을 검색하면 1위에 올라와 있는 호스텔이란 지명도가 공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Domaine de la Fousse 이 호스텔의 이름인데요 호스텔이라기 보다는 별장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그런
곳이었지만 밤이라 제대로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올빼미인 제겐 잠이 들기엔 너무 이른 시간,그래서 박물관에서 사들고 챙겨간 세잔에 관한 글을 다 읽었습니다.
낮시간에 세잔의 아뜰리에에서 들은 설명과 오버랩되면서 어린이용 책인데도 상당히 자세한 설명에 감탄하면서요.
이런 여행이 가능한 것에 대해서 서로 감탄하면서 중간에 사들고 간 와인을 마시면서 즐긴 시간도 물론 있었고요.
아침식사가 제공된다는 말에 우리가 원한 시간은 7시 30분이었습니다.
그 쪽에서 놀라더군요.그렇게 일찍? 하는 뉘앙스로요.
그래도 자전거님이 7시 30분을 고수하니까 좋다고 하네요.
아침을 먹으러 들어간 순간 우리들의 어제 밤 의구심은 밤에 본 방보다 더한 감탄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식당에 붙은 갤러리란 말이 빈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주인에게 물어보았지요.화가인가라고,그런데 화가는 아니고 좋아서 콜렉션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안목이 좋다는 것이 한 눈에 느껴지는 그런 그림들이 걸려 있더군요.


크로와상이 나온 순간 한 입 베물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외쳤습니다.너무 맛있다고


지도를 보니 생각이 나네요.
보람이 방에 붙은 두 장의 유럽지도,서로 이름을 써놓고 두 아이가 간 도시나 나라를 표시하고 있더군요.
남부여행을 다녀와서 보람이가 지도에 표시하면서 즐거워하던 표정도 생각나고
다른 하나는 목요일 모임의 사람들이 이사한 도서관에 선물이라고 궤도처럼 걸 수 있는 지도를 선물해주었습니다.
제 방에 걸어놓고는 이상하고 즐거운 버릇이 하나 생겼는데요 매일 그 곳에 가면 지도앞에서 서성거리면서
전체적으로 지도를 보기도 하고,어느 한 나라를 보기도 하고 그 전 날 읽은 책에서 나온 지역을 찾아보기도
하게 되네요.
아이들이 어리건 크건 상관없이 그렇게 지도를 집에 걸어놓거나 펼쳐놓고 지도위를 걸어다니기도 하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찾아보기도 하고 바라보기도 하는 그런 경험이 있으면 좋을 것 같지요?

밖이 아직 어두컴컴한 시간 아침을 먹으면서 주인장에게 말을 걸어보니 그는 알제리에서 건너와서
살고 있는 사람인 모양이더군요.장소에 대한 칭찬,그리고 아비뇽에 가면 어떤 숙소가 좋은가 추천도 받고
맛있었다는 인사를 하고 나와서 바로 출발하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아침이 밝아온 그 집의 풍광이 눈길을 끌어서 도저히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 날 ,무지나 낯섦이 주는 공포에 대해서,그것이 사실은 그와 정반대의 얼굴을 숨기고 있는 공간에 대해서
공간만이 아니고 다른 여러가지 것에서의 공포에 대해서 어떤 글보다도 선명한 경험을 한 잊기 어려운 날이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