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아들의 시험이 끝나고 학교에 등교하지 않게 되면서 생활의 변화가 많이 생겼습니다.
그 상황에 적응하는 것,그리고 제 개인적으로도 월요일에 새로 생긴 두 건의 세미나때문에
정신이 없기도 하고,그러다 보니 차분히 앉아서 그림을 보는 일이 어렵더군요.
개인적으로 그림을 볼 시간은 모자라지만 예술종합학교 예술사 과정에 시험을 보려고 하는 제자가 있어서
어떤 관점에서 그림을 보고 무엇을 생각해서 시험에 대비하는 것이 좋을까 제 나름으로 생각하느라
머리가 복잡하기도 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기도 해서 ,그림과의 인연이 아주 없다고 할 순 없네요.

딸의 싸이에 들어가보니 뉴욕여행에서 돌아온 아이가 올려놓은 사진중에 마티스의 cut-out 작품옆에서
환하게 웃으면서 찍은 사진이 있네요.
한국에 있을 때 음악회나 미술관에 그다지 자발적으로 다니던 아이가 아닌데 이번 미국여행에서는
싸이언스 뮤지움까지 포함하여 미술관,그리고 저녁에는 할인된 표를 구해서 뮤지컬을 많이 보았다고 해서
부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지요.
전화통화를 하는데 엄마야말로 이 곳에 오면 너무 좋아할 것 같다고 ,언젠가 꼭 와서 그림을 보라고
즐거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합니다.

그 목소리와 싸이에서 본 표정으로 저절로 저도 마티스의 다른 작품을 보러 들어오게 되니
이런 우연한 연결이 재미있군요.


입에서 톡 프랑스어 이런 제목의 책을 사서 듣던 중 아무래도 설명이 글로만 읽어서는 이해가 어려워서
고민하던 중,ebs를 뒤적거리다 보니 이미 방송이 끝난 것을 재활용해서 다시 듣기 할 수 있게 해놓았더군요.
한 달에 오천원을 결제하면 한 달동안은 얼마든지 들을 수 있게 되었는데
한국인 강사와 프랑스인 강사 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여러 번 본문을 반복하면서
대화를 들려주고,특히 프랑스인 강사가 발음에 많이 신경쓰면서 들려주니 갑자기 어깨의 짐이 가벼워진
기분이네요.
혹시 외국어를 혼자서 공부하느라 애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렇게 라디오 방송의 다시듣기를
이용해보면 어떨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디오 방송에서는 하루분의 방송이 끝나면 샹송을 한 곡씩 들려주기도 해서 처음 듣는 노래들과
만나는 즐거움도 누리고 있고요.

ebs의 이런 좋은 강좌를 이제껏 이용하지 못한 것이 어리석게 느껴질 정도로 도움이 되는 강의라서
앞으로 한동안 만나는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다닐 것 같은 강력한 예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혼자서 공부하지 왜 그렇게 나팔을 불고 있는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왜 그런가 하면 이렇게 떠들다 보면 나도 해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러면 그 길을 (사실은 외로운 길일수도 있거든요,혼자서 계속 공부한다는 것이) 함께 가자는 사람들이
반드시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티스의 그림과 프랑스어 방송이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꼬 ?
물론 방송을 일단 한 번 제대로 들은 다음,소리를 귀에 익히려고 계속 반복해서 듣고 있는 중이라서
저절로 마티스와 프랑스어라는 조합이 이루어진 셈이로군요.
과연 이런 노력이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서 프랑스에 갔을 때 알아듣고 ,실제로 표현해보는 말이 늘어날
것인가,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한가지 확실한 것은 프랑스인 화가의 그림제목을 읽어보려는 노력을
하게 된 것,가끔은 어라,이런 뜻인가 하고 추측이 가능한 제목들이 생기고 있다는 것.

한가지 tip이 있는데요,방송을 들으면서 반복은 어렵고,그냥 진도를 막 나가기엔 벅차고
고민하다가 생각한 좋은 방법 한 가지.1과를 공부하고 그 다음 2과를 나갈 때는 1과 전부를 복습하기엔
시간이 모자라더군요.그래서 1과의 대화편만 다시 듣습니다.그리고 3과를 할 때는 1,2과를 그런 식으로
복습하다가 더 이상 복습이 필요없으면 그 과를 넘어뛰고 나가는 그런 방식,생각하면 엄청난 시간이 들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지요.
그런데 방송에 나오는 프랑스 남자분은 한국어를 상당히 능숙하게 하네요.물론 인토네이션이나 발음이
재미있지만요.그러니 우리도 외국어를 할 때 native처럼에 너무 집착할 일은 아닐 것 같아요.
소통을 위한 노력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어라,이런 말을 들으니 나도 불어를 시작하고 싶어,그렇지만 역시 혼자서는 끈기가 없어서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그렇게 자신의 끈기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라면
철학모임에 참석하시면 됩니다.아니,프랑스어와 철학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요?
물론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철학모임의 차승연씨랑 둘이서 진도를 맞추어서 각자 공부하고
철학시간 끝나고 점심먹으러 가기 전 잠깐 확인하기로 했거든요.
역시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는 것은 집중력을 떨어뜨려 글자체가 횡설수설이지만
새로 시작하는 공부에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야기를 하게 되는군요.사람의 본성은 참 고치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스터디 이야기만 나오면 사람이 변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