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농사를 많이 하는 우리 동네는
날마다, 집집마다 고추 따느라 바쁩니다.
아침 일찍 밭에 나가 고추를 따고
해질 무렵이면
경운기 가득 고추포대를 싣고 돌아옵니다.
건조기에 넣고 스위치를 올리면
앞집, 옆집 온통 건조기 소리가
동네를 가득 채웁니다.
하지만 고추 1000포기 정도 심은 우리는
특별히 바쁜 일이 없는 요즘입니다.
김장배추 조금 심고 나니
새로 심을 것도 없고
아직은 수확할 것도 없습니다.
여름 내내 쑥쑥 자라서 애를 먹이던 풀들도
서늘한 가을 바람에는 맥을 추지 못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남편도, 저도 여유를 부리고 있습니다.
"심심한데 드라이브 갈까?"
했다가 갑자기 경기도 광주에
농사지으러 들어간 후배 집에
불쑥 찾아가보기도 하고
성주에 사는 지인이 토종닭 키우는 구경하러
뜬금없이 전화 한통 하고 쳐들어가기도 했습니다.
며칠 전 해질 무렵에는
밭을 한번 둘러보자하고 남편과 트럭을 타고 나갔지요.
5월에 일찍 심은 야콘은 무성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200포기 사서 심은 신품종 '백야'도 별탈 없이 자라
환한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야콘이 얼만큼 굵었나 한포기 뽑아보니
죽죽 뻗은 야콘이 적당한 크기로 굵어가고 있네요.
지금 열심히 살을 찌우고 있을 테지요.
밭을 한바퀴 둘러보고 차 옆으로 가던 남편이
갑자기 산비탈을 향해 힘껏 달리는 겁니다.
"어? 왜 그래?"
놀랄 새도 없이 남편이 제 눈앞에 쑥 내민 것은
어릴 때 할매가 산에 가면 종종 따다주셨던 깨금.
저희는 어릴 때 '깨금'이라 불렀었지요.
나무꾼이 서까래 위에서 토독 깨물었다가
도깨비 방망이를 얻었던 그 '개암'입니다.
깨금을 먹어본 지가 벌써 20년은 훌쩍 넘었지 싶습니다.
살짝 비릿하면서도 고소한 맛,
호두와 비슷하다 할까?
길에 자꾸만 패여들어가 가파른 산비탈을
성큼성큼 도움닫기하여 펄쩍 뛰어올라
깨금 한개 똑~ 따서 제 손에 쥐여준 남편 하는 양이
깜짝 놀아우면서도 재미있어서 깔깔 웃었지만
웃음 끝에 오랫동안 따뜻했습니다.
불빛에 날아든 매미 한 마리가
유리문에 타닥~타닥~
생의 마지막 몸부림을 하는,
깊어가는 가을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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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금 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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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wrtour
'09.9.25 12:21 AM아~깨금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 이름이네요.
저도 어려서 몇번 먹어보았거든요.
야콘,백야가 뭔가요??
전 첨 들은 거라서요.
저뿌리를 먹나요?2. 단샘
'09.9.25 1:24 AMㅎㅎ 저도 정말 오랜만에 먹어봤어요.
어릴 때 기억이 솔솔~~^^
야콘은 남미고산지대가 원산지인데요
저 뿌리를 먹는 거 맞습니다.
백야는 야콘 종류 중 하나이구요.
아삭아삭하고 달아서 과일처럼 드시면 되구요
변비와 당뇨에 좋다고 해요.
즙을 내서 먹기도 하고
깍두기나 여러가지 반찬으로 활용도 하고...
아직 모르시는 분들도 많지만
요즘 건강식품으로 많이 알려지고 있어요.
맛이 궁금하시면 담에 수확 할 때 놀러 함 오셔요~~
언제든 환영입니다.
여긴 경북 예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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