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줌인줌아웃에서 본 하모니님의 헤이리사진에 자극받아서
화요일 오전에는 조금 멀리 떠나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화요일이 되니 역시 빈 시간에는 대화도서관에 반납할 책을 꾸려서 그 곳으로 가게 되더군요.
그 대신 평소에 가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보자고 마음먹고 기웃거려 보니
건영빌라 14단지안에 핀 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조금 넓은 단지라서 그런것인지,아니면 그 곳 주민들이 꽃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한 바퀴 돌면서 다양한 꽃과 나무를 만나게 되었지요.반가운 마음에 카메라를 꺼내서
이 꽃 저 꽃 찍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평소라면 도서관에 가는 길에 무슨 책을 만나게 될지 궁금한 마음에 일단 책을 빌리는 일을 먼저 하고
돌아오는 길에 기웃기웃 하면서 뭔가 새로운 것이 없나 살펴볼텐데 어제는 가는 길에 꽃에 정신이
팔린 셈이지요.
이제 동네 나들이에서 혼자서 작은 숲이라고 매일 걸어다니고 있는 장소말고도 마음을 끄는 장소가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혹시 이사할 일이 생기면 도서관도 가깝고,공원도 가까우니 이 곳에서 살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공상도 하면서 단지안을 걸어다니다가 노인정앞에 왔는데요,노인정이 쓸쓸하다기 보다는
잘 가꾼 화분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어서 뭔가 정갈하고 기분이 좋은 장소처럼 느껴지더군요.
화요일 새벽에 비가 왔었던 모양입니다.촉촉하게 젖은 이파리들이 생기를 띄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신기했던 것은 이 단지안에 아직 생생하게 살아있는 장미들이 많았다는 것인데요
무슨 차이일까 혼자 궁금해하기도 했지요.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도서관에 갔습니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신간서적을 소개하는 코너를 한 장 찍어보았습니다.
데리다와 예일학파라니,이것은 무슨 책일꼬 궁금해서 시선을 주기도 하고요.
일단 마음속에 정하고 갔던 서경식의 책 한 권,그리고 단테 신곡 강의,이렇게 두 권을 빌린 다음
소설코너에 가니 오랫만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두 권 있더군요.
두 권을 선택하고 나니 나머지는 한 권 밖에 여유가 없습니다.고민하다가 생활의 발견,파리를 빌려서
돌아오는 길,소설이 궁금해서 벤취에 앉아서 살랑 살랑 불어오는 바람속에서 앉아
읽기 시작했습니다.아,멀리 떠나지 않아도 일상속에서 이렇게 소풍 온 기분을 만끽할 수도 있는 가을
자주는 어렵겠지만 통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이 조금 있는 날이면 이렇게 가까운 나들이를
떠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공연히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