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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아이들이 많은 이유

| 조회수 : 2,690 | 추천수 : 99
작성일 : 2009-09-26 05:37:18
아이들이 어렸을 때 유모차 셋에 나누어 앉히고 눕히고 나가면 사람들이 가는 곳마다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왔어요. 다 한 집 아이들이냐고요. 그렇다고 하면 천주교냐, 몰몬교냐, 그도 저도 아니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며 차마 더 묻지를 못하고 가곤 했지요. 동양 사람 중에서는 아이 많은 집들이 그다지 많지 않았으니까요. 또 다른 사람들은 아들을 낳으려고 계속 낳았냐, 재혼해서 두 집 아이들이냐, 하고 묻기도 했고요. 수많은 사람들이 그 많은 질문을 하면서도 우리 집에 아이들이 많은 진짜 이유는 아무도 눈치를 못채고 갔답니다. 남편과 내가 너무 능숙하게 대답을 해서였을까요? ㅎㅎ

우리 집에 아이들이 많은 이유는 세월이 지나면서 더욱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지만 남편과 내게 삶의 스승이 필요해서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상처도 많았고 어려움도 많이 겪은 우리 부부에게 부모의 거울이라는 아이들이 넷이나 된다는 것은 얼마나 버겁고 감당이 안되는 역할이었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아이들을 가르친다기보다는 아이들에게 날마다 배우고 아이들에게 늘 더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그렇게 살아갑니다. 분명 내리사랑이라는데 아이들이 주는 사랑은 웬일인지 모르겠어요. 남편과 웃으면서 얘기하곤 합니다. 혹시 우리가 아이들을 먹여살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조물주가 이 아이들에게 준 밥상에 우리 부부의 수저를 덤으로 놓고 얻어먹고 있는 것인데 우리만 모르는 것은 아닐까...하고.

지갑을 정리하다가 오래된 가족 사진을 꺼내어 보았습니다. 8년 전 막내의 돌 기념으로 찍은 사진이네요. 오랫동안 지니고 다녀서 한쪽 귀퉁이에는 얼룩도 지고 했지만 제게는 아주 소중한 사진이지요. 서로 엄마 아빠 무릎을 차지하겠다고 싸우다가 동생들에게 밀려 결국에는 엄마 옆에 서고 앉고 한 큰 아이와 둘째의 안 내키는 미소도 짠하게 느껴지고, 원하던 대로 아빠 무릎을 차지한 세째의 장난기어린 표정도 기억나고, 엄마 무릎에서 벗어나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고 싶어해서 간신히 붙들고 앉아 사진을 찍은 막내의 희미한 젖냄새도 아직 코 끝에 남아있습니다. 그 막내가 이제 4학년이 되어 아래 사진 만큼 컸답니다.

결혼 16 년에 이런 저런 고생에 동산, 부동산, 현금...이런 재산은 하나도 없는데, 우리 아이들이 큰 재산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 아이들이 없었다면 우리 부부는 그 모든 시간들을 잘 견뎌내지 못했을 거구요.

이번 주말에는 가족 사진들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이리 저리 이사를 다니느라 제대로 꺼내보지도 못했던 사진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면서 내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우리 가족들의 아름다운 순간들은 없었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진현
    '09.9.26 3:02 PM

    눈매를 보니 가족사진 중의 막내가
    요렇게 예쁜 숙녀로 자란건가요?^^

  • 2. 동경미
    '09.9.26 3:07 PM

    네 요녀석이 저희 막내 공주입니다 ㅎㅎ

  • 3. gondre
    '09.9.26 3:28 PM

    와..행복해 보여요.
    아이들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으셨다고..
    정말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 4. phua
    '09.9.26 4:05 PM

    무심히 들려 본 줌인에서 동경미님의 가족사진을 보는 영광을...
    사진에서 벌써 변호사의 냄새가 풍겨 나오는 듯...
    ㅎㅎㅎ
    숙제땜시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됐단 말이죠?? 저 귀여운 얼굴이?

  • 5. 들꽃
    '09.9.27 1:41 AM

    그럼요~ 아이들이 제일 큰 재산이지요~
    동경미님은 아주 큰 부자이시네요^^

    저도 미루어두었던 사진정리를 해야겠습니다.
    그러면서 추억을 생각하고 사랑을 생각하고.....

  • 6. 다은이네 제주벌꿀
    '09.9.27 7:20 AM

    막내가 눈매는 꼭 엄마를 닮았어요
    3년전 사진이라 지금은 키도 훨 크겠지요~

  • 7. 동경미
    '09.9.27 7:45 AM

    gondre 님, 저희 부부는 정말로 아이들의 밥상에 숟가락을 얹은 것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우리가 받는 축복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쏟아지는 축복의 양이 더 많다고 믿는답니다.

    phua 님, 오랫반에 오셨나보군요. 줌인이 참 재미있는 곳이랍니다. 제가 저 사진 찍었을 때만 해도 참 젊었었네요 ^^ 우리 막내 전날 밤 가족들 다 편안히 있는데 혼자서 끙끙 벼락치기로 숙제하느라고 주말에 몸살 날 줄 알았는데 그래도 기운이 넘치게 뛰어다니네요 ㅎㅎ

    들꽃님, 사진 정리 꼭 해보세요. 건지는 게 정말 많을 거에요. 좋은 추억 많이 찾으셔서 줌인에 올려주세요.

    다은이네 제주발꿀님, 막내가 생긴 것은 저를 제일 많이 닮고 성격은 남편을 꼭 닮았지요. 사진은 작년 사진이고요. 요즘 그렇지 않아도 키가 부쩍 컸습니다. 갈수록 젖살이 빠지는 게 너무 아쉬워요.

  • 8. 호야
    '09.9.27 8:56 AM

    행복하세요~

  • 9. nayona
    '09.9.28 10:19 PM

    오옷~~~넘 존경~~
    정말 멋진 분이시네요.
    전 두 애들 가지고도 허거걱....거리는데.....
    반성 또 다시 하고 갑니다.
    아이들 너무 이뻐요~부럽구요.

  • 10. 동경미
    '09.9.29 3:28 AM

    호야 님, 감사합니다~

    nayona 님, 존경은요. 저도 날마다 삐걱거리며 삽니다. 부모 노릇이 힘든 것은 아이의 숫자와 관계없이 누구나 다 힘들답니다.

  • 11. intotheself
    '09.9.29 10:44 AM

    동경미라,그렇다면 동경에 사는 미인이란 소린가? 아니면 미를 동경한다는 소리인가?

    우선 아이디의 의미에 부닥쳐서 혼자 궁리하다가,내용을 읽고는 제 안의 무엇인가를 건드려

    부끄럽게 하는 소리가 막 들리네요.놀랍기도 하고요.

    아이들과 더불어 성장하는 부모,말은 쉽지만 그것이 어렵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테니까요.



    고맙게 읽었다는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서 골랐습니다.

  • 12. 동경미
    '09.9.29 11:20 AM

    intotheself 님, 동경미는 저의 실명이에요. 성이 동가이고, 이름이 경미랍니다. 재미있는 이름이죠? 너무 예쁜 이미지를 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13. 무지개
    '09.9.30 1:41 AM

    부럽네요..^^

  • 14. 보리
    '09.9.30 12:30 PM

    동경미님, 아이들 어렸을 때 모습이 정말 보석처럼 빛나네요.
    저 사진은 한국에 계실때 찍은 건가요??
    오랜만에 들렀더니 기분좋아 지는 사진이 있어 반갑네요.^^

  • 15. 동경미
    '09.9.30 2:35 PM

    무지개님, 감사합니다.

    보리 님, 안녕하셨어요??? 아이들 어렸을 때 가족사진은 미국에 있을 때 찍은 거에요. 아이들이 2살, 4살, 6살, 8살 일때구요. 저는 지금보다는 너무 많이 젊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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