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람이가 출국하는 날입니다.
어제밤 늦게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거의 새벽4시가 되어 잠이 들었고
새벽6시에 학교가는 아들을 깨우느라 다시 일어나야 했으니 몸이 피곤하여 바로 잠이 들어야 마땅한 날인데
사람 몸이란 마음과 얼마나 밀접한 것인지 이상하게 잠이 들지 않아서 누워서 뒤척거리면서
음반을 듣고 있었지요.
song of viola,for you 음반 두 장을 다 들어도 역시 잠이 오지 않아 그냥 일어나서
마루를 걸어다녔더니 몸이 조금은 개운해집니다.
for you는 숙명가야금연주단의 베스트 콜렉션을 모은 음반인데,이상하게 오늘 특별히 더 마음속에
멜로디가 쏟아져 들어오는 기분이 되는군요.

6월에 7주동안 집을 떠날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많은 짐을 싸야 했습니다.
다 컸다고 혼자서 이것 저것 메모하고 구입할 것을 정해서 장을 보고,항공편 택배로 보낼 짐,비행장에서
화물로 보낼 짐 ,들고 들어갈 짐등을 분류해 놓으니 드디어 떠난다는 것이 실감이 나네요.
이 옷은 엄마가 겨울에 올 때 들고 와 달라고 특별히 주문한 옷을 옷장에 걸면서
이 아이는 나랑 얼마나 다른가 하는 것이 느껴져서 혼자 웃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10개월,그 곳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배우고 ,좌절하고,다시 일어서고 할 지 저로서는 그저 상상할
뿐이지요.점점 엄마가 알 수 없는 세계속으로 나가는 아이를 지켜보는 마음이 한 마디로 꼭 집어서
표현하기 어렵군요.
다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을 경험해도 다시 돌아올 집이 있다는 것,그 곳에서 가족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기질적으로 달라도 너무 다른 엄마와 딸로 만나서 서로 충돌하고 살아온 시간들,그러면서 조금씩
서로를 알아간 시간들,대학생이 되어서 오히려 소통이 가능해져서 조금 더 이야기가 통하게 되어서
기뻐하던 시간들,그런 다양한 시간들이 떠오르는군요.

이제부터는 아이들의 출발과 도착을 기다리는 일이 점점 늘어나겠지요.그것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조금 더 있으면 집을 완전히 떠나서 자신만의 집을 만들어갈 아이들을 상상하게 됩니다.
큰 줄기는 비슷하더라도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날까,그것이 바로 인생이란 것을
명심하고,일희일비하지 말 것,마음속으로 생각을 하지만 늘 예상은 비켜가고,그 안에서 고심하다 보면
조금은 키가 자란 제 모습을 보게 되겠지요?
별난 엄마의 딸로 태어나 자라는 동안 위화감을 많이 느끼기도 했을 아이에게 그동안 수고했다고
가서 마음껏 경험하면서 살다오라고,그리고 사랑한다고 ,떠나기 전에 다정하게 말해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