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소개한 적이 있는 영어카페에서 요즘 매일 속담을 한 가지씩 더 소개하고 있네요.
처음 소개한 속담이 바로 speak of the devil,한국어로 번역하면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말을 듣다가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홍은동에 살고 있던 후배가 미국교포가 한국에 와서 영어회화 선생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독특하게 영화대본을 갖고 수업을 한다고,그러니 함께 하겠는가 물어보더군요.
그러자고 해서 시작한 첫 수업시간에 바로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를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아는 사람은
말해보라고 강사가 첫 운을 떼었습니다.
모인 사람들은 머리를 쥐어짜면서 이런 저런 표현을 했지만 그것이 다 틀린 답이었고
드디어 speak of the devil이 정답이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만난 표현이라 잊기 어려운 말이 되었습니다.
사실은 그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수업에서 처음으로 만난 대본이 러브 스토리였는데 자막이 없이
완전히 대사가 들릴 때까지 영화를 보라는 것이 주문이어서 그 때 아주 여러번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이
많았습니다.
처음 볼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여러번 보면 볼수록 들리기도 하고 보이기도 한다는 것
그래서 영화를 한 번 보고는 정말 보았다고 할 수 없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지요.
그 모임은 무슨 사정인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이유로 해산하고 말았지만 그 덕분에 제겐
영화를 보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고 영어와 영화를 동시에 즐기기 위해 몇년을 줄기차게 영화를 (극장에
그렇게 매일 찾아갈 수 없으니 집에서 빌려온 비디오로) 보았습니다.
신작이 아니면 더 이상 볼 영화가 없을 정도로 (물론 좋아하는 영화만 보니까 모든 영화를 다 보았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그렇게 몰두해서 보았던 시절이 문득 그리워지네요.
그런데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것은 이 속담만이 아닙니다.
요즘 everymonth의 회원으로 가입해서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다양하게 올려주시는 ms426님 덕분에
다시 그 시절의 열정을 되새김질하고 있기도 하거든요.
그녀는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그녀의 글을 통해서 다시 이전에 보았던 영화들과 만나고
나는 그 때 무슨 생각을 했었던가,그 시절의 나와 대면하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할까요?
한마디의 표현으로 새롭게 뒤돌아본 시절.그 시간동안 함께 한 음악이 말로의 음반인데요
그녀의 노래를 지난 목요일 만난 이후에 시간내어 이리 저리 찾다가 드디어 그 음반을 찾았습니다.
찾는 동안 새롭게 발견한 음반들이 많았는데요,그 순간 생각했습니다.
음반의 운명과 우리네 삶의 모습도 참 많이 닯았구나 하고요.
한동안 소중하게 듣다가 완전히 잊혀진 존재가 되어버린,그래서 음반케이스에 갇혀버린 것들
그런 것처럼 우리들이 맺은 인간관계에서도,그리고 우리 자신에게서도 어느 부분은 완전히 잊혀져
정성을 들여서 돌보지 못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고요.
한꺼번에 모든 것을 돌보지는 못해도, 가끔씩 마음을 기울여 ,귀 기울여 소리를 들어보는 것
그리고 버려두고 있는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그런 일이 필요하구나 깨닫게 된 것이
음반 한 장 찾은 것보다 귀한 소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