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호수공원을 걷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어디선가 북소리가 들려서 저절로 발길이 그 곳을 찾아
움직이더군요.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찾아가보니 노인복지회관(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으나) 앞에서
두 명의 여성이 북 연습을 하고 있네요.
한참 조용히 소리를 듣다가 말을 걸었습니다.
연습에 방해가 되는 성싶으면 바로 떠나려고 했으나 두 분중의 한 사람이 물어보는 말에 대답을
잘 해주셔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배운지 어느 정도 되는가 물으니 겨우 삼개월이라고 ,그래서 이상한 마음에 겨우 삼개월에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는가 물었지요.그 이전에 십년간 장구를 배웠노라고,그리고 매 달 공연도 하고 있다고 하네요.
대답을 해주시는 분은 몸에 흥이 있다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한 분은 나는 성실한 사람이라고 얼굴에 씌여 있는 느낌이라면 다른 한 분은 놀아본 가락이 있을 것 같은
그래서 그런 흥이 넘쳐서 장단에도 리듬이 실리는 것같은 그런 분이었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호수공원 안에 휘장이 걸려있던 노인들이 개설했다는 찻집을 찾아서 들어갔습니다.
그러다보니 회관을 통과해야 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던지요.
이상하게 마음에 충격이 왔습니다.
일정한 나이 이상의 사람들만 있는 공간이라니,그것이 왜 그렇게 충격이었을까요?
지하에 내려가니 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찻집에 있는 사람들,찻집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다 노인인 공간이 제겐 참 낯설어서 아,나는 실버타운에는 못 가겠구나,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곳이 조금 더 인간의 얼굴을 한 공간이 아닐까,그 생각을 자꾸 하게 되네요.

어제의 충격의 여파일까요?
오늘 아침 산책중에도 왜 이렇게 길거리,특히 공원의 벤치에 노인들이 많이 보이는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책을 반납하고 빌리러 대화도서관에 간 김에 걸어서 성저공원을 한 바퀴 돌았는데
그 안에서도 삼삼오오 이야기중인 여성분들,혼자서 멍하니 앉아 있는 남자분,
이상하게 늙음은 남자에게 더 치명적인 것일까,아니면 일하는 중에 맺은 인간관계로는 노년의
삶에서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못하는 것일까,요즘 매일 걸어다니면서 새로운 풍속도에 눈길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일하는,배우는,베푸는,베품을 받는 ,외로운 ,아픈,다양한 노년의 모습을 상상하다가
왜 이렇게 나누어서 생각을 하는 것일까,한 사람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공존하는 인생이거늘
내겐 이렇게 이분법적인 사고가 뿌리깊이 박혀 있었나 스스로 놀라고 있는 날들이기도 하고요.

한 주일간의 걷기가 제게 준 숙제 ,이 문제를 앞으로는 피해갈 수 없으니 이것을 귀중한 기회로 삼고
더 생각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