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 박
어김없이
금년에도 텃밭 양지쪽에 호박씨 뿌렸다
이레 지나 한 녀석씩 흙 비집고 쓱쓱 삐처나와
튼실스런 잎사귀들 밝은 모습 보인다
호박은 바람으로 자라는가 보다
장정 등짝만큼이나 넓은 잎 파랑은
오뉴월 마파람 불 적마다
파란 핏줄 곧추세워 커간다
물론 호박도 꿈을 꾸며 커갈 테지만
그 호박으로
지저먹고 볶아먹고 끓여먹을 날
기다리며 풀풀 풍기는 막된장 냄새를
콧등에 눈등에 심어놔
아른거리는 그림을 그려가며
기다림으로 빠져든다
길게 자라는 호박 줄기보다
긴긴 꿈을 밤마다 꾸면서
지켜본다 너의 모 습 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