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학교에 가야 하는 아들을 깨우고 잠깐 잠이 들었습니다.
눈을 뜨니 일곱시 반,더 잘까,일어나서 무엇인가 시작할까 망서리다 카메라를 챙겨들고
배낭에 책을 읽다만 책을 집어 넣고 일단 떠났습니다.
단지 걷기 위해서 이런 새벽에 길을 나선다는 것은 정말 난생 처음 있는 일이라서
아직도 난생 처음겪을 일들이 얼마나 더 있을꼬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가다가 졸리면 다시 돌아오면 되지 그렇게 가볍게 마음먹고 걷다보니 드디어 호수공원
오랫동안 만지지 않아서 안을 들여다보니 지난 겨울 제주도 올레에서 찍은 사진이 마지막이더군요.
그래서일까요?
다시 시작하는 일에 손이 서툴고 공연히 어색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전혀 모르는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한참 지나니 감각이 살아서 돌아오는 기분이 들어서
신기했습니다.
오늘은 손을 푸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잡았으니 당분간 더 찍어본 다음에 저장을 하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보아야지 하고 조금 느긋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여름,가을,겨울 손을 풀고 나면 이번 겨울 여행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있지만 ,그 때 그 때 카메라로 보는 그 시간의 풍광도 물론 소중하겠지요?
그러고보니 배낭에 넣어간 책에는 손도 못 대고 오늘의 걷기가 끝났습니다.그렇구나,역시 하고
혼자 웃게 되는 것은 한 번에 여러가지를 하기가 어렵다는 것,그러니 그때 그때 우선순위에 따라
아니면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면 되겠네 하는 생각이 들어서지요.
오전에는 돌아와서 비몽사몽 이상하게 시간을 보내고,몸이 말끔해져서 수업하러 가기 전
다니엘 바렌보임이 연주와 지휘를 동시에 맡아서 하는 모짜르트를 듣고 있던 중에 불현듯 모네의
풍경화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가 풍경을 잡아내는 구도를 보다보면 뭔가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은 것은
역시 카메라를 손에 잡은 영향이겠지요?
카메라,안나돌리님이 만든 동호회에서 조금 배우다가 다른 공부에 욕심이 생기는 바람에 계속하지 못한 것
지금도 참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계치라서 느끼는 부담을 이기면서 그 때
조금이라도 배웠기 때문에 아쉬운대로 여행갈때마다 손에 들고 나갈 수 있게 된 것,그리고 마음을 먹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을 생각하게 되네요.
제겐 카메라와 피아노가 늘 신경을 건드리면서 그만 둘수도 계속 할 수도 없는,그러면서도 소중한
시간을 안에 담고 있는 존재입니다.
화요일이면 고등학교 3학년들의 입시가 100일앞으로 다가온 날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어제 미리 아들이 원하는 치즈 케익 한 조각을 사들고 들어왔습니다.
종교가 있는 사람들은 백일기도를 하겠지만,그러면 나는 엄마로서 무엇을 마음먹고 하면 좋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아들녀석이 엄마는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늘 말만 하고 다이어트에 성공을 못한다고
질책성 발언을 하는 것에 기분이 상해서 좋아,네가 입시치룰 때까지 엄마도 작정하고 5kg을 빼겠노라고
갑자기 선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아직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걷기를 계속 하기,그리고 피아노를 지속적으로 치기와 카메라와 좀 더 친해지기
이것을 앞으로 백일간 지켜나가야겠다는 작은 결심을 해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장 내일이라도 시험을 보면 서,성,한은 가겠는데,(그게 무슨 소리인가 물어보니
서강대,성대,한양대를 그렇게 줄여서 부른다고 하네요) 이제 할 것은 어느 정도 다 해서 더 오를 점수도
어려운데 빨리 시험을 보면 좋겠노라 지겨워 하는 아들을 보니 딸이 고3 여름때 그런 불평을 했던 기억이
나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렇다면 내 마음속의 욕심을 덜어내고,마음을 편하게 먹고 지켜보는 일을 하는 것
그리고 힘들다고 외칠 때 도덕적인 말을 늘어놓지 말고 그냥 수긍하는 일을 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