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미술사수업 시간에 야수파와 입체파에 관한 그림을 보았습니다.
사실은 낮에 들어와서 그림을 더 검색해서 보고 싶었으나 점심시간에 즐거운 이야기가 넘쳐 흘러서
집에 오니 몸이 피로해서 대낮에 과하게 잠이 들고 말았지요.
잠들기 전에 틀어놓은 멘델스존의 바이얼린 협주곡을 자장가삼아 잘 자고 일어나니 몸은 개운하고 좋은데
낮시간이 다 날라가버린 기분이어서 약간 이상하기도 했지요.
덕분에 밤에 몸상태가 좋아서 (감기기운이 낫는다 싶은 이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다시 멘델스죤과 더불어 그림을 보러 들어왔습니다.

마티스는 그림에는 즐거움을 주는 그림과 그렇지 않은 그림 두 종류가 있다고 했다더군요.
그런데 요즘 국립 오페라단 합창단 문제로 예술가가 예술로 표현하는 것과 그가 살아가는 사회에서의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갖는가 하는 문제로 생각할 거리가 많은 시기라서 그런지
그 발언에 대해서 이상하게 신경이 쓰이고 과연 그런가 하는 문제를 생각하게 됩니다.

게르니카를 둘러싼 일화에 있어서도 그 그림을 본 화가들의 반응이 여러갈래였다고 하더군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의 경우에도 해당하는 이야기인데,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그런 너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이렇게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는 순간 이런 생각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복잡한 심사가 되고 있는 날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금요일의 음악회가 기다려지면서도 어떤 심정으로 음악을 듣게 될 것인지
마음이 무거워지는군요.


오늘 도서관에서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만화로 소개한 책을 읽었습니다.
오래전 수요일 모임에서 그 책을 원서강독한 적이 있는데요 내용도 잘 모르는 것을 옮기면서 읽느라
고생을 했지만 다 읽고나니 서양사를 읽는데 아주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뚜렷하게 기억하는 몇가지 사실중에 책의 표지에 페르시아를 세운 키루스가 흑해 근처의 나라에
원정을 갔다가 여자족장에게 죽음을 당하는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표지의 그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냥 보다가 그 사건에 대한 정보를 알고 나자
아하 그래서 하고 눈길이 갔던 것이고 그 장면이 마치 유디트의 한 장면과 유사한 이미지로 제겐
기억에 박혀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금요일 목동 모임에서 키루스가 어느 전투에서 죽었는가 하는 이야기가 나와서
보조자료를 들고 있던 한 멤버가 이집트 원정중에 죽었다고 하는 말을 듣다가 내 기억엔
이집트가 아니고 분명히 동쪽으로 가다가 여자족장에게 죽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불쑥 말을 꺼냈습니다.
책에서 읽은 것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끼어드는 제가 너무 이상했었을 수도 있었겠지요.
더구나 그녀와는 처음 만나는 자리였는데.
키루스 대왕이란 소설,그리고 헤로도토스의 역사 그런 식으로 집중적으로 서양고대사를 읽던 것이
사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라 막상 상대방이 책에서 본 기록을 제가 부인하는 것에 놀라는 것을 보자
갑자기 어라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사실 같은 역사적인 사건을 다루더라도
이런 저런 책의 기록이 서로 틀린 것이 많기도 하지만 이번 경우는 어떤가 조금 신경이 쓰이던 차에
만화책으로 된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뽑아들었는데요
김영사에서 출간한 서울대학교가 선정한 고전읽기 50선이란 부제로 펴내고 있는 시리즈중의 한 권이더군요.
무슨 근거로 순서를 정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1번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그리고 2번이 헤로도토스의 역사더군요.

이상하게 만화에 잘 몰입을 못 하는 편이라 키루스의 죽음부분만 찾아읽으려고 시작한 책읽기가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 책의 만화가는 일단 성공을 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만화에 몰입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수법으로 만화를 통해 끝까지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지
신기한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던 기록을 발견하고 더구나 그 그림이 루벤스가 그린 것이란 것도 확인을 했습니다.
책을 편집한 사람이 중간중간에 자신의 의견을 넣어서 너무 그리스중심인 헤로도토스의 견해에 나름대로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 점, 아주 긴 역사를 나름대로 편집하여 역사의 핵심인 페르시아 전쟁사뿐만이 아니라
그 앞과 뒤를 제대로 이어서 이해하게 만든 점도 높이 살 만한 편집이었지요.
고전을 읽고는 싶으나 어떻게 접근할 지 막막하다고 느끼는 아이들에겐 (중고등학교 특히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한 권씩 읽고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들면 제대로 된 번역본을
찾아서 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네요.

목동의 역사모임에서 생긴 의문으로 오늘 다시 그리스속으로 들어간 날,아침에는 야수파와 입체파의 그림을
반룬의 인류이야기시간에는 십자군이야기,낮 시간 아이들과의 수업시간에는 르네상스가 생긴 배경을
그리고 영어시간에는 the story of the world를 새로 읽는 아이들때문에 역사란 무엇인가,그리고 개인의
역사와 인류의 역사는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가,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을 들고온 아이와는 관개농업이 필요해서 생긴 것이 국가체계인가
아니면 국가 체계가 생긴 것이 관개농업을 가능하게 한 것인가 이런 상당히 복잡한 내용을 다룬 글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으로 시간을 횡단하면서 살았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집에 들어오는 길,평소에는 오고 가는 길에 듣고 다니는 중국어 강의를 들을 기력이 없어서 그냥
조용히 걸어서 들어왔습니다.그런데 아들이 벌써 잘 준비태세이길래 10분만 문법 공부하자고 하니
시험이라 일찍 자야 한다고 하네요.
시험이 27일 아니야? 내일이 27일이라고 그래서 내일이 모의고사라고 합니다.
아이쿠 그렇구나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살았네,미안해,어서 푹 자라 말하고 나니
이런 고 3 엄마 맞아? 민망한 마음이기도 하고,이번 주일 아파서 정신이 없어서 날짜 감각이 사라졌었나
싶기도 하네요.

음악이 바뀌어 막스 브루흐의 바이얼린 협주곡이 흐르고 있습니다.
긴 하루를 보냈으니 조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쉬고 싶기도 하고,조금 더 놀고 싶기도 하고
몸이 살아나니 역시 갈등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