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명이 모여서 일본어 책읽기를 시작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래도 방학이 끼면 그 사이 쉬면서 쉬엄 쉬엄 책을 읽어나가는 중인데
아직 실력이 모자라서 옆에 번역이 달린 책을 읽고 있는 중이지요.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읽을까 고민하다가 새로 읽는 장은 소리내서 읽은 다음
돌아가면서 번역을 하고,지난 장은 마치 옛날 서당에서 천자문읽듯이 소리내어 읽기만 하기로 했지요.
신기한 것은 그렇게 읽기만 해도 여러 차례 읽다보면 어느새 외우지 않아도 뜻을 문맥안에서 저절로
익히게 된다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서당의 소리내어 읽는 공부법의 진수였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모임에서 필요한 책을 일괄적으로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수고를 마다 하지 않는 신혜정씨가
2주후에 시작할 책을 미리 구해왔더군요.
그래서 오늘 조금 읽어볼까 하고 시작한 책읽기가 한번에 끝까지 가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너무 놀랍고 기특해서 (제 자신이) 자랑도 할 겸 고맙다고도 할 겸해서
회화모임을 리드해주는 송승은씨게 전화를 했지요.
그녀가 합류하고나서 말하기뿐만 아니라 읽기에도 탄력이 붙었고
수업시간에 입을 떼기 어려워 했던 두 사람도 이제 조금씩 말을 하는 단계까지 가서
얼마나 즐거운지 모릅니다.
오늘 수업중에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
신미선씨와 함께 카쉬전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오드리 헵번의 사진과 그녀의 모습이 정말 닮아보여서 신미선씨 오드리 헵번이랑 많이 닮았네요
그렇게 이야기하니 그녀의 얼굴이 빨개지면서 말도 않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 눈에는 정말 많이 닮았다고 느껴져서 한 말이거든요.
사실 빈 말로 남을 칭찬하는 일을 잘 못해서 제가 학생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저를 아는 학부모들은
가감없이 받아들이는 편이라서 ,어라 이 사람은 내가 내 느낌으로 하는 말을 일종의 분위기 띄우는 말로
오해하고 있나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수업중에 그 말을 떠듬거리면서 일본어로 이야기를 하니 다른 두 사람도
정말이네,분위기가 많이 닮았다는 것입니다.그러더니 그 중의 한 명이 그런 말을 들으면
나는 그냥 못 넘어간다고 점심을 사고 싶을 것이라고 해서 갑자기 다음 주
함께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공통의 관심사가 있고 그것을 계속할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격려하면서 무엇인가를 함께 하는 것이 내는 시너지효과를 실감하는 날들입니다.
마침 일본어수업 전 시간에는 역사모임이 있었는데요
아시아 삼국이 몰려오는 서양세력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갖고 대응을 했는가
그것이 삼국의 근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근대화의 과정,그 이후의 역사의 갈래,그리고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
서로 생각하는 해법이 다르다해도 모르고 판단하는 것보다는 제대로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수요일에 읽는 책에서 만난 인상적인 구절이 생각나네요.
우리가 자신을 벽이 아니라 울타리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이를 통해 그 아래로 그 위로 다양한 것들이
오갈 수 있다고,그래야 고체가 아닌 유동적인 흐름이 가능한 것이라고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진화가 아닐까 하는 글을 읽으면서 그래 맞아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더군요.
책을 한자리에 앉아서 다 읽은 기념으로 저 자신을 자축하고 싶은 마음에 모네의 그림을 골랐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선물은 저 자신뿐만이 아니라 누군가와 에너지를 나누면서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함께 그 기쁨을 누리자고 선물로 주고 싶은 그림이기도 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