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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음악소리가 다시 달콤하게 들리다

| 조회수 : 1,704 | 추천수 : 163
작성일 : 2009-03-25 14:53:12

일요일밤부터 몸이 조금 이상하다 싶더니 ,화요일 낮 드디어 드러눕게 되었습니다.

약을 먹고 잠을 자려는데 음악소리가 마음에 거슬리고,마음은 점점 비관적이 되어

마치 다시는 못 일어날 것처럼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던 시간

(일년에 서너 차례 감기몸살로 누울 때마다 비슷한 기분에 시달리고 다시 일어나면 언제 그랬는가 싶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마치 하나의 싸이클을 경험하는 기분이로군요)  그래도 수업시간이 있어서

나가는 길에 몸속으로 파고 드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더군요.

글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이 신호라면 음악소리가 소음처럼 들리면 그것이 제겐

몸상태를 알리는 경고등역할을 하는 셈인데요

아침에 일어나서 올려놓은 첼로 음반에 몸이 저절로 반응하는 것을 보니

이제는 살 만 해진 모양이다 싶어서 혼자 웃었습니다.



오늘은 오전에 수요일 모임이 있는 날,제가 일주일 중에 가장 에너지를 많이 받는 날이기도 하지요.

함께 읽고 있는 책 스캇 펙의 the road less traveled 에서 serendipity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저자가 프로이드의 무의식개념보다는 융에 가까운 이야기를 전개하는 내용이 재미있어서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 다른 길을 가면서 살다가 우리의 열망이 ,혹은 관심이 어디서 불꽃이 되어 만나는 일

그것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불꽃이 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지요.




멤버중에서 한 명은 어린 시절 미대에 가고 싶었다고 합니다.그런데 미대가 아니고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게 된 사연,그래도 그림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없어서 어린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화실에 다니게 된 이야기,이번에 3인전을 하게 된 사연등을 들었습니다.

그녀에게 제가 노트에 드로잉을 해놓은 것을 보여주었더니 색을 조금 다양하게 쓰면 어떨까?

줄이 없는 스케치용 노트를 사서 무엇이라도 좋으니 (모방이라도 ) 계속 해보라는 격려를 받고

일요일 날 문방구에 가서 이런 저런 용구를 장만했습니다.




잔잔한 격려의 말 한 마디가 이상하게 마음에 와닿아 제 마음속에 꽃히고 그로 인해 몸이 움직이게 된

사연,그것은 제 쪽에서 준비가 된 것과 밖에서 들어오는 에너지가 맞아떨어진 결과이겠지요?

여러번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림에 대한 이런 저런 충고를 들었지만 그것이 저를 움직이게까지는 못 간 것과

이번의 경우는 어떻게 다른가 ,그것이 바로 serendipity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그녀에게 감사의 말을 하다보니 역시 자전거님에게도 감사할 일이 있었습니다.

제게 영어에 대해서 좀 더 강력한 동기부여를 해준 점,그래서 덕분에 영어로 이야기하는 수업을 시작하고

영어로 글을 조금 더 자주 쓰게 된 점,그런 점에 대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자

그녀도 제가 일하는 방식에서 새로운 일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노라고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감사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네 명의 멤버중에서 외국어에 대한 가장 탁월한 능력이 있는 권희자씨

그녀는 불어전공에 영어,일본어까지 세 나라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보기 드문 능력의 소유자인데

그녀가 갖고 있는 일에 대한 파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해서 늘 그녀곁에 있기만 해도

에너지를 얻는 기분이 되지요.




서로 기질이 달라서 어떤 부분에서는 의견이 충돌하면 충돌하는대로 의견이 맞으면 맞는대로

즐겁게 이야기하고 그것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어 무엇인가 새로 시작하게 되는

그런 멤버들과 함께 하는 수요일 오전,처음부터 이렇게 즐거웠던 것은 물론 아닙니다.

2년도 더 된 어느 날 처음 수요모임을 시작할 때의 심정이 지금 새롭게 생각나는군요.

얼마나 마음 조렸던지 과연 나는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과연 얼마나 이 모임을 계속 할 수 있을까

도망가고 싶은 마음 반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 반,그렇게 어정쩡하게 시작한 이 공부가

한동안은 수요일이 가까워오면 공연히 머리도 배도 아픈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 때 아이들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시험보면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고 하소연하는 아이들의 심정이




한 일년정도 지나니 고통이 덜 하고,지금은 수요일이 기다려지는 것을 보니

그 사이의 세월이 그냥 지난 것은 아니로구나 ,그렇게 기다려주고 기회를 준 사람에게 얼마나 고마운가

그런 생각이 절로 드는 시간

몸으로 하는 일에 익숙하지 못한 내게 누군가가 강력한 힘으로 이것을 해보자 저것을 해보자

권하고 몸소 보여주고 내가 따라 할 기회를 준다면 새로운 인생의 장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게 됩니다.




그것이 무슨 일이 될 지 모르지만 마음속에 그런 씨가 하나 뿌려졌으니 자꾸 생각하다보면

무엇인가 싹이 틀 날이 있지 않을까요?

모네가 영국에 갔을 시기에 본 워털루 브리지를 다양하게 그린 그림을 보면서

아침에 듣던 첼로 협주곡을 계속 듣는 중인데 이제 살 만한 몸이

음악을 마구 빨아들이는 기분입니다.

이게 바로 어제 그 음악인가,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얼마나 신기한고

저절로 감탄사가 우러나오는 수요일 낮시간이 즐겁게 흐르고 있네요.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카루소
    '09.3.25 10:21 PM

    Concerto for Cello and Orchestra No.2 in D major Hob. VIIb-2 (1783)

    1. Allegro Moderato

    2. Adagio

    3. Rondo Alleg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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