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블레이크의 그림이 서울대미술관에서 전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 금요일 강남 역사모임이 끝나고 가서
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목요일 오전수업중에 마침 역사화에 대한
것을 다 읽고 다음 주에 읽을 파트를 보니 블레이크의
그림이 소개되더군요.
그러자 자연히 그렇다면 다음 주 수업을 쉬고 아침 일찍
서울대미술관에 그림보러 가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일사천리로 결정이 되어버렸습니다.
가면 무슨 그림을 만날까 궁금하여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그런 자세한 내용은 없네요.
덕분에 소장그림을 검색해서 보는 즐거움을 누렸는데요
물론 그 미술관에 가서 이미 본 그림인데도
다시 보면서 반가운 그림들이 몇 점 있었습니다.

오늘 금요일,다른 날과는 달리 수업도 음악회도 약속이
없는 날이라 모처럼 마음먹고 집에 있기로 했지요.
어제 사들고 들어온 남경태의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역사
책값이 만만치 않고 이미 그의 책을 종횡무진 시리즈로
한국사,동양사,서양사 다 읽은 상태라 과연 그 책값을 지불하고
사야하나,이미 산 바람님이 다 읽을 때까지 기다려서 빌려
읽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서점에서 내용을 한 번 뒤적여보니
빌려서 읽기엔 책의 진화상태 (관점을 수용하는가 아닌가에
상관없이 서술 방식자체가 달라져서 흥미가 확 생겼거든요)가
마음에 들어서 구했고 어제 밤,오늘 아침 내내
소설보다 더 흥미있는 책읽기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하는 시점부터 근대 서양에서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발달하기 시작하는 지점까지
읽고 나니 벌써 책의 반이 끝나버렸네요.
거의 700페이지에 달하는 책에서 반이상이 시민사회의
성립에 관한 것에 배분된 것은 지난 번에 출간된 책들의
후반부가 어째 빈약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메우는
역할을 해주어서 한 숨 고르고 읽어보고 싶어서
그림을 보면서 쉬는 중입니다.


마침 everymonth에 켈리님이 올려놓으신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을 크게 틀어놓고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역사속 사건들은 저 멀리 사라지고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기분이네요.

중국의 여러 제국들이 왜 형성되었을 때는 한 100년 200년정도
체제를 유지하다가 그 이후에 갑작스럽게 몰락을 경험하는가
그런 것의 배후를 읽게 된 것,
양대 문명이라고 할 만한 서구문명과 동아시아 문명이
서로 다른 세계에서 다른 세계관으로 성장하다가
어떻게 간접적으로 만남을 거듭하고,어떻게 직접 만나게
되었나
무엇이 그 두 문명을 다르게 한 것인가
이런 역사상의 사실보다는 그 사실뒤에 숨은 것을 보도록
종횡무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보니
사회학과 출신의 저자가 오히려 역사를 읽어내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더 자유롭다는 것이 강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많은 변화는 중심이 아니라 오히려 변방에서 더 생기기
쉽다는 것,그것은 중심은 그 체제를 고수하려는 힘이
강해서 새로움을 수용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면
변방은 그런 제약에서 아무래도 자유로워서 실험이
가능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다른 나라로 이민가는 경우 한국여성이 한국남성보다
훨씬 더 그 체제에 빨리 적응하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새롭네요.
지금같은 비상상황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를
짜내기 위해서도 역시 역발상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역사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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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소개하면서 책표지에 박힌 글귀에 모든 시사의
뒤에는 역사가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가 어느 날 갑자기 불쑥 나타난 것은
아닐테고 이 세계가 어디서 왔는가를 알면 어디로 갈 것인가를
스스로 생각해보는 힘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맞는
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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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더불어 그림을 보면서 한 숨 쉬고 놀았으니
지금의 우리앞에 놓인 체제의 시작인 시기로 돌아가서
다시 책읽기를 시작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