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물이 그립다.
식구들 먹이고 빨래하면서 맨날 보는 물이 아닌 흘러가는 물 속에
하늘도 보이고 물고기도 보이고 내 어린시절도 보이는 그런 물결이..

집에서 들길을 이십여분 걷다보면 하얀 모래사장이 나온다.
처음 결혼하여 바다도 아닌 강가에 하얀 모래라니..
10년전 쯤에는 조개도 많았는데 요즘은 조개는 보이지 않는다.


오랫만에 책상에 앉아있는 둘째녀석을 불러 냈다.
그렇게 아들과 들길을 오순도순 이야기하고 팔짱을 끼고 손도 잡고..


한참을 걸어 찾아 간 곳..
가슴이 툭 터인다.
아무도 없다.
그냥 하얀 모래만 넓디 넓다.

이젠 내 세상이다.
잠깐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겠지만 여기서는 나는 며느리도 아내도 아니다.
오로지 나 하나다.

아들과 모래길을 달리기도하고 어린시절 친구들과 뛰놀던 팔자 놀이도 하였다.
숫자 8자를 그려두고 집안에서는 마음대로이지만 밖에나갈때는 한 발로 뛰어야한다.
그리고 남의 집에 가서 영역을 표시하고는 내 집으로 오는 게임..
이 시간만큼은 아들이 아닌 어린시절의 친구들과의 뛰놀던 계집애였다.
눈물이 날만큼 뛴것 같다.

아들에게 엄마의 옛날을 보여 주고 싶었다.
수제비 띄우기..
납작한 돌을 수면 위로 날리면 징검다리처럼 돌은 수면 위를 날라간다.

아들은 엄마의 이런 모습이 낯 선가 보다.
그러면서도 아들은 곧잘 따라한다.

색깔도 각각인 이쁜 돌들도 오랫만에 본다.
이렇게 이쁜 돌들을 이렇게 가깝게 본 적이 언제였던가?
너무 예뻐 무거운줄도 모르고 이고 들고 집 장독간에 두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나뭇잎도 떠 내려오고, 골프공도 하나 떠 내려 와 있다.
골프공으로 모래위에 구멍을 만들어 떠 내려온 나무가지로 아들과 골프를 쳤다.
파 놓은 구멍에 누가 적게 쳐서 공을 먼저 넣는 게임..
골프의 골 자도 모르지만 그냥 우리는 골프를 쳤다.
아들은 두어번만에 넣는데 아낙은 여섯번을 쳐서 구멍에 들어간다.



오늘은 아들녀석의 전승이다.
언제 저렇게 컸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