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교보문고에서 본 책,그래서 명단에 올려놓고
혹시나 대여점에 언제 책이 들어오나 기다리던 책이
(요즘 금요일마다 음악회에 가느라 용돈을 거기에 몽땅
털어놓고 있어서 아무래도 꼭 사야 할 책을 제외하곤
빌려보고 있는 중이라서요) 그저께 가 보니
바람의 화원,빛의 제국,최후의 카토,그리고 천년의 왕국까지
이렇게 여러 권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저를 기다리고 있네요.
종이에 적어낼 때까지만 해도 사실 이렇게 많은 책을
만나게 될 것이라곤 기대하지 못해서 정말 고마운 마음이었습니다.
무엇부터 읽어야 하나 ,책장을 펄럭펄럭 넘기다가
가장 먼저 집어든 소설이 바로 바람의 화원이었습니다.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을 다룬 팩션형 소설인데요
이전에 이미 뿌리깊은 나무로 한국형 팩션의 경지를
한단계 넘어섰다는 평을 받고 있는 작가_실제로
그 소설을 참 재미있게 읽은 상태라 -의 작품이라
주저없이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라,이번에 소설가가 잡은 주제는 그림의 세계를
이렇게 섬세하게 읽어낼 수 있다니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작가 자신에 대해서도 궁금할 지경이었습니다.
소설속에서 반전,또 반전을 이루면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의 세계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솜씨가 절묘해서
어제 오늘 두 권을 다 읽게 되었는데요
무엇보다도 두 화가의 그림을 번갈아가면서 소설속에
도판으로 배치하고 소설가의 설명으로 한 번 두 번
더 그림을 보면서 그림속에서 그냥 무심히 넘기고 간
흔적들을 뒤따라 가면서 그림이 살아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단원에 대한 책은 많이 나와서 제대로 읽어보았지만
혜원에 대한 기록은 너무 적어서 그러고보니 제대로
그에 관한 글을 읽어본 기억이 없네요.
이번 책읽기에서는 신윤복의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그가 쓴 색이었습니다.
김홍도의 갈색 톤의 그림에 비해서 신윤복의 그림에서는
소재만이 아니라 색깔을 쓴 것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겠더군요.

조선시대 후기라곤 하지만 아직 여성이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던 시기에 그림속에서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검무를 추고 있는 두 여인
그런 의미에서 화가는 어떤 면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것일 수 도 있겠지요?
규범을 따르는 도화서에서 견딜 수 없었을 화가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니 마침 인상주의 화가들이
아카데미에 반발하던 시기와 조선 후기 화가인 그가
도화서의 규칙에 반발하던 것,그리고 색에 대한 그의
생각이 오버랩되면서 동,서양을 한번에 엮어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소설속에는 정조시대의 변화하는 사회상도 실감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역사책속에서 읽는 건조한 설명에 비해서
얼마나 생동감있게 한 사회의 변화가 펼쳐지고 있는지요.
그래서 걸러가면서 읽는다 해도 역시 소설속에서 한
시대를 보는 것이 제겐 즐거운 독서가 되곤 하지요.
마침 목요일 수업에서 읽은 것이 조선의 대장간과
서양의 공장에 관한 바로 이 시기에 관한 글이라서
어라,이 무슨 인연인가 하면서 더 즐겁게 읽기도 했습니다.

신윤복 그림의 대부분은 소장된 곳이 간송미술관이더군요.
이 소설 출간을 계기로 가을 전시는 김홍도,신윤복
두 거장의 그림을 특별전 형식으로 열면 좋겠다는 생각을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저 혼자 김칫국먼저
마시고 있습니다.그래도 즐거운 김칫국이니
마셔도 별 탈은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