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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묵은살림 하나에 주절이 주절이

| 조회수 : 2,332 | 추천수 : 18
작성일 : 2007-09-14 11:09:43



어머님께 물려받아 사용한지 15년이 넘었다.
그러면 어머님 손에서 부터 20년이 넘도록 사용한 그릇일 것이다.

물려 받았기 보단 어머님이 쓰시던 그릇이라 그냥
자연스레 쓰다 보니 내손에 익은 살림이 되었단다.

버려야지~ 하고 마당에 내려놨다가
아니지~ 쭈글거리고 색이 바랬어도 얼마나 쓰기 편한데...
하면서 다시 주워오길 몇 차례...

사람도 정든 사람이 있듯
그릇도 손에 착착 감기는게 있단다.

국수 조금 삶았을때
시금치 두 어 단 데쳤을때
콩나물 조금 삶았을때
시래기 삶아 건질때

참 편하고 부담없이 쓰던 소쿠리이다.

이 작은 양은소쿠리에 담긴 어머님의 사연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면 사실 쉬이~버려지지도 않는다.

가끔 청승맞게 그런 생각도 나더란다.

별난 시 할머니...그러니까 어머님에겐 시어머님 이시다.
덕에 모진 고생하신 어머님 이시기에
한스런 세월도 많았건만 참 강하게 잘 이겨내오신 듯 하여 존경스럽다.

속이 답답하고 당신 힘들면 누워계신 아버님께 이러고 저러고 마음속 싫은소리를
내 뱉으셨다는데.

몇 일 전 어머님께 물었다.

"어머님 이제 이러고 저러고 화풀이 할 아버님 안계셔서 어째요?."
했더니

"이젠 안해야지~ 쯧~."  뭔가 아쉬운 듯한 여운이다.

"그럼 제게 말씀하세요~."

"왜 가만 있는 너에게 하냐?."

"그냥 이러고 저러고 말씀하시라고요~."

"내가 이래 뵈도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다~."

허걱...

그 만큼 마음 다스리는데 온 힘을 다 하셨단 말씀이다.

이야기 보따리 풀어내면 눈물 한 가득 이건만 다 이겨내신단다.

막연하지만 어머님이 조금은 답답하리라.

그래서 내 행동거지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람관계도 고부관계도 가족관계도
어느 정도 노력은 해야 한다는 내 생각이다.

낮춤이고 배려이다.

살아보니 며느리가 가져야 할 십계명 첫째가 아닌가 싶더라.


당신도 여자인데 투정부리고 싶지 않겠나?
내가 미소가에게 막 투정 부리듯 말이지.

뭐~ 돌아오는 말이 좋지는 않을 지언정
내 가슴 답답함 하나는 덜지 않겠나?

투정부릴 상대가 있다는 것 또한 감사해야 할 일이다.

며느리란 이름
시어머니란 이름
너무도 정확한 이 이름들이
때로는 거추장 스러울때가 있다.

그냥 같이 한 솥밥 먹고 사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동그라이 묻어버리고 싶다.

그리고 편하게 생각하고 싶다.
그래야 서로가 편하기 때문이다.

편하다~~하면 편한 언어와 행동들이 따라오고...
어렵다~~하면 어렵고 힘든 일들이 따라온다고 했다.

명심할 일이다.



무우밭이 어머님이다. 모르겠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친정어머님이 언젠가 택배 기사님편에 다 찌그러진 양은세수대야를 보내신 적이 있다.

택배 아저씨 왈..

"택배 하다 하다 이렇게 찌그러진 양은세숫대야에 택배 스티커 붙여 보내는 분 처음 봤어요~." 하며
건네 주시던 일이 있었다.

나도 웃고 우리 어머님도 웃고 마침 놀러왔던 교회 동생도 웃고 말았지만
왜 뒷 마음은 울컥 했는지...

살림은 햇살림 새살림도 좋지만
묵은 살림이 더 필요할 때가 많더라 하시던 어머니.

결혼 생활 20년 이런 저런 일 겪고 살아보니 그 말씀에 수긍이 가더라.

나는 그 누군가에게 묵은 사람이 되나?
또 내 옆에 묵은 사람이 얼마나 있나 생각해 본다.
경빈마마 (ykm38)

82 오래된 묵은지 회원. 소박한 제철 밥상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마마님청국장" 먹거리 홈페이지 운영하고 있어요.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방울이엄마
    '07.9.14 11:24 AM

    늘 읽으며 마음공부 잘 하고있습니다.
    경빈마마님 글은 언제나 읽고나면 눈가 촉촉, 마음 다독는 힘이 느껴져요.

  • 2. 왕사미
    '07.9.14 2:00 PM

    경빈마마님은 어른들의 따뜻한 마음을 많이 받으셔서
    늘 따뜻하고 좋은 말씀만하십니다....

    경빈마마님처럼 그런 따뜻한 마음닮고 싶습니다...

  • 3. 푸른두이파리
    '07.9.14 10:58 PM

    저는 무밭을 보니 경빈마마님이 하실일이 많겠단 생각에 걱정부터...
    저도 채반부터 뻘건 다라이, 즙 짜는 기계..
    이런 저런 수십년 된, 어머님 쓰시던 물건이 많답니다.
    그래서 다락 두개가 옛날 살림으로 그득합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마마님의 푸근함이 더욱 느껴집니다.

  • 4. 권미현
    '07.9.15 12:11 AM

    낮춤과 배려....정말 그렇지요^^ 글, 사진 잘 읽고 보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 5. 온새미로
    '07.9.15 4:30 PM

    낯익은 풍경들...낯설지 않은 모습들이 정감이 갑니다.......솜씨좋은 마마님이 부럽네요...

  • 6. 해바라기
    '07.9.15 5:29 PM

    저희 엄마생각이 납니다..
    한번 물건을 사시면 고장이나도 고치고 , 닦고..
    그래서 엄마집에 가면 오래된 물건이 많이 있습니다..
    엄마처럼 검소하게 살아야 하는데 ..
    그렇게 안돼요..!!

  • 7. 크리스티나
    '07.9.15 11:23 PM

    저도 친정엄마가 당신이 쓰시던 후라이팬(달걀후라이하나하면 좋을크기)랑 국자를 다른거 택배 보내시면서 끼워 보내주셨는데 엄마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 지금도 잘 쓰고 있습니다

  • 8. marina
    '07.9.16 2:51 AM

    오늘...
    내 마음 하나 못다스리는것에 아주 답답한 날이었거든요.

    여기선 며느리 저기선 딸, 여기선 동서,저기선 시누...여기선 누나,저기선 형수..
    어른 구실 하며 산다는것...
    살아가며 지혜를 쌓다보면 어느덧 정말 어른이 되어있겠지요?
    경빈마마님의 시어머님,어머님,그리고 님처럼요.

  • 9. 쓰리맘
    '07.9.17 1:58 PM

    지금 맘이 울쩍해집니다. 결혼해서 신혼여행 갔다 온 후 시아버님을 모시고 5년을 살다 돌아가신지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10일정도 신랑없이 지낸적이 있는데 밤이 정말 길더군요.어린애들은 10시면 자고 저도 잘려고 하면 잠이 잘 오지 않았어요. 늘 옆에 누군가 있다 없으니 그 허전함과 공허함 말로 표현 못하겠더군요. 울 아버님도 그러지 않으셨을까? 새삼 생각하게 되요.늙으면 잠도 없어진다는데 정말 밤새 어떻게 지내셨는지. 그땐 이런생각을 왜 하지 못했는지.경빈마마님도 이런 생각하시나요? 삶이란 삶과 죽음을 같이 공유하는것같아요. 요즘 들어 정말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 많이해요. 그땐 제가 너무 어려 잘 못해 드린점,이해 못했던 부분들. 왜 돌아가시고 나서 생각이 더더욱 나는걸까요? 앞으로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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