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다른 날과는 달리
큰 아이들과의 수업만 있는 날이어서
아무래도 제겐 조금 마음이 편한 날입니다.
덕분에 무엇을 읽기에도 시간여유,정신적인 여유도 있는
날이지요.
오전에 이사가야 할 집의 내부공사에 관한 머리 아픈
상담을 마치고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은 없지만 그래도 머릿속에
그림을 하나 그리고서)
도서관에 가서 먼저 잡은 책이 마티스와 함께 한 일년의
마무리 부분이었습니다.
책을 내려놓기 아쉬울 정도로 제겐 재미있는 지도로
작용할 책읽기가 된 책이었지요.

나라면 누굴 모델로 삼아서 그렇게 그의 혹은 그녀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고 싶을까
지금 나의 삶의 현실을 접고 일년이고 이년이고 따라다니면서
새로운 삶의 좌표를 설정하는 노력을 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 생각해보는 시간도 되었습니다.

마침 수업할 교재를 다 끝내서 새로운 책이 필요한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랑 함께 서점에 갈 일이 있어서
뜨거운 관심을 구해서 들어왔습니다.
얼마전에 everymonth의 시내사랑님이 읽고 추천한 도서였는데
내용을 읽으면 마음에 찔릴 일이 많을 것 같아서
자꾸 미루고 있던 책이었지요.
그런데 손에 잡는 순간부터 책을 덮는 순간까지
정말 마음에 집중해서 읽게 만드는
결국에는 눈물이 앞을 가리는 그런 경험을 한 책읽기였습니다.

우리가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서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관심이 사실은 차가운 관심이기 쉽다는 것
그래서 차가운 관심과 뜨거운 관심의 차이란 무엇이고
차가운 관심은 과연 무관심보다도 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
뜨거운 관심은 어떻게 가능한가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이선우란 40대 광고일을 하는 사람을 내세워서
소설처럼 써내려간 글인데요
그 글을 쓰게 된 배경이 테레사란 이름의 수녀님을 (마더
데레사가 모델이 아니고 어떤 유치원의 수녀님으로
나오는 분입니다.)통해서 뜨거운 관심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살아가는 일의 비밀을 엿 본 한 남자
그리고 그의 가족에 관한 글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아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마 더 눈물이 앞을 가렸는지도 몰라요.

제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런 반성이 일회용이 되지 않으려면 어찌 해야 하나
많이 생각할 거리가 주어진 날이기도 했네요.

책을 덮고 얼마있지 않아서 일요일에는 도서관에 올 일이
없는 동생이 보람이의 부탁이라고 전해줄 것이 있다고
하면서 들러서 제게 반기문의 삶을 다룬 책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를 전해주고 갑니다.
사실 저는 한국인이 유엔사무총장에 당선되었다는 소식에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었지만
그의 일생에 대해선 잘 아는 것이 없는 상태였지요.

그런데 책을 펼치면서 보니 우선 저자가 달라서
신뢰가 갔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주로 어떤 인물이 자서전을 쓰는 경우
과연 이렇게 매끄럽게 쓸만큼 글솜씨가 있다는 것이
다들 가능한가,*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한결같이 글이
좋아서 의심이 가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반기문님과 주변사람들을 상당히 많이 인터뷰하여서
다른 사람이 쓴 글이라서 일단 객관성이 더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부가 좋아서 공부를 즐긴 한 어린 소년
그의 성장기를 따라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책장을 다 덮고 이 책은 자라는 아이들이 읽었으면
정말 좋은 책이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고 와서
아들에게 슬쩍 권했습니다.
이상하게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모습에
공연히 제 마음이 다 설레는군요.

저녁에 공부하러 온 고등학교 여학생이 말을 합니다.
선생님,제가 다시 시작할 책 구해주신다고 했는데
구해오셨나요?
그래? 어제 한 약속인데 까마득히 잊고 있었습니다.
아니,.이럴 수가
그래서 다시 서점에 가야 할 일이 생겼지요.
그 덕분에 갈 때마다 구할까 말까 망서리던 책을
결국 사게 되었는데요
소설과 영화를 찾아가는 일본여행이란 제목의 여행기입니다.
저자는 여행사진가로 활동하는 사람인데
지금까지 80회가 넘게 일본을 여행하면서 대도시에서 출발한
여행이 점점 지역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소설과
영화의 무대가 된 곳을 찾아가는 여행으로 변했다고 하네요.
이 책은 아이들에게 보여주니 너도 나도 읽고 싶어해서
제겐 차례가 오지 않았지요.
그래서 집으로 들고 왔는데 그저 사진만 보아도
마음이 시원한 장면이 많아서 우선 사진으로만 인사를
한 책입니다.

가끔씩 생각을 합니다.
다른 것에는 돈을 잘 쓰지 않는 제가 왜 책값과
음반값에서는 과소비라고 할 정도로
돈을 쓰는 것에 무장해제가 되는 것일까 하고요.
음반은 한 번 구하면 정말 오랜 세월 친구가 되는 것이라서
그럴 가치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책은 대부분 한 번 읽으면 다시 잘 읽게 되지 않지만
그래도 여럿이서 돌려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고
누군가에게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혹은 자극이 되어서 그 사람의 인생에 전환점이 될 수도
있으니 얼마나 좋은 도구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점
그래서 망서리다가도 다시 손이 가게 되는 모양입니다.
아마 소설과 영화를 찾아가는 일본여행은
제가 일본여행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이번 여름에도 가능하면 홋카이도에 가고 싶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 이전에는 망서리고 들었다 놓았다 하던
책을 사들고 오게 된 것이겠지요?
이제 조금씩 입에서 튀어나오는 일본어가 생기기 시작했고
보람이에게 동생을 가르치면 그것에 대해서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처럼 엄마가 수업료를 주겠다고
약속을 했으므로 그 틈에 저도 일본어를 배울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러니 덕분에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끌리는 소설과
영화를 찾아서 저도 집에서부터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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