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곰브리치 미술사 수업이 있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긴 장 하나 남기고 글을 다 읽어서
겨울방학이 되기 전에 한 번 손대고 오래 쉬기가 곤란하여
일단 방학에 들어간 날
시작한 날이 아득한데 벌써 끝을 보고 있구나 싶으니
세월의 힘이 느껴지네요.
제가 맡은 부분의 내용이 상당히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고 싶은 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장을 뒤적여서 다른 책을 골라냈습니다.
오래 전 구했으나 너무 어려서워 도대체 이것이 무슨 말인가
하고 읽다가 그냥 꽂아둔 책 미술과 사회가 눈에 띄더군요.
대우학술총서시리즈로 번역된 책인데
프랑스 사람이 저자인 경우 글읽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이제는 경험으로 알겠더군요.
사유의 구조가 더 복잡한 느낌이 들어요,제겐
그런데 그동안 돌고 돌아온 길이 있어서 그런지
미술과 사회가 훨씬 부드럽게 읽혀서 기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선 브르넬레스키가 왜 중요한가에 대한 그의 설명을
읽고 있으려니 그렇구나 이것이 바로 어제 읽은 곰브리치와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디테일이 풍부한 글읽기의 즐거움을 흠뻑 느껴보기도 했지요.
당장 내 앞에 있는 읽을거리가 어렵다고 느껴질 때
억지로 끝까지 읽어보는 방법도 있지만
이렇게 묵혀두었다가 어느 날 문득 시간을 내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네
새로와진 눈으로 읽는 맛도 좋구나 하고요.
그런 마음을 안고 잠을 자고 일어나니
오랫만에 듣는 양방언,씨크릿 가든,그리고 유키 구라모토의
음악과 더불어 그림을 보게 됩니다.
내일이면 수능 시험결과가 나오는 날이군요.
이제까지는 그래도 편한 마음으로 보내고 있었는데
막상 결과가 나온다고 하니 보람이도 저도
마음이 조금은 불편한 기분입니다.
과연 생각한 만큼 점수가 그대로 나올 수 있을까
혹시 무엇인가 실수하지 않았을까
어느 날 아이가 제게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 때만 해도 웃으면서 넘겼는데
막상 하루를 앞둔 시간,완전한 평화는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면서 겪는 큰 통과의례들이 있지요.
그것을 어떻게 겪으면서 성장하는가
그것이 그 사람을 만드는 큰 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자체의 성공과 실패보다는 그것이 그 다음에 그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이 더 무섭거나 큰 지도 몰라요.
샤갈 그림중에서 이 작품은 처음 보는 것이네요.
와 좋구나 싶으니
다른 생각이 다 사라집니다.
생각을 끌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는 그림
역시 힘이 세군 하면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나도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