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보전에서 내려오는 길에 보니 아까 이야기한 예약한 손님들이 바로
이런 꼬마들이었습니다.
맞은 편에 할머니 할마버지로 보이는 두 분이 앉아 계시고
아이들에게 잘 들으라고 이야기하시네요.


내려오는 길에 카메라 조작법을 잘 모른다는 강선생님에게 접사에 대해서 은옥님이 설명을 한 다음
저같은 기계치도 배운 것이니 한 번 배워보시라고 권해서 각자 사진을 찍으면서 내려왔습니다.
올라가면서 궁금했던 공간은 해설사님에게 들으니 부도밭이라고 하네요.
고려 인종시대의 이자현의 부도가 있어서 흥미있었습니다.
원래 그는 스님이 아니었는데 일생의 마지막을 절에 들어와서 마쳤던 모양이더군요.
해인사쪽으로 갔을 때의 어마어마한 부도밭에 비하면 이곳의 부도밭은 아주 소박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내려가는 길에 만난 단풍입니다.

거의 네시가 다 되어 갑니다.
간단한 요기를 먼저 하고 배타고 나가서 저녁을 먹기로 해서
절로 들어오는 입구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서 감자전과 도토리묵을 주문했는데
주인여자분이 묻습니다.
동동주는 안 시키는가고
제가 동동주는 조금 마실줄 안다고 하자 그러면 하고 반 되를 주문했는데
그러고 보니 한낮에 술을 마셔본 것도 토요일에 하루를 몽땅 나들이에 써본 것도 처음있는 일이네요.

선착장에 도착하니 벌써 배를 기다리는 손님이 길을 나래비를 서있습니다.
한 배를 보내고 다음 배를 기다리는 동안 다시 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하고 이렇게 할 이야기가 많다는 것에 놀란 날이었지요.
배안에서 흘러가는 물을 보니 셔터 스피드를 조절해서 다양하게 물을 찍어보고 싶은 생각이 났습니다.
여러 장 중에 가장 느낌이 좋은 것으로 골라보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이론을 찾아보아야 할 필요를 느꼈지요.
아직 배가 그득한데 그래도 저녁을 먹자고 해서
강선생님이 사람들과 더불어 자주 간다는 heaven이란 이름의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춘천시내가 다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그 곳에서 음식과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었네요.

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한 시내는 실력의 부족으로 사진이 제대로 나온 것이 하나도 없지만
그 광경은 마음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춘천시내 사람들의 산이란 봉이산
그런데 시내를 가로질러 가다보니 봉의 초등학교가 있는 것을 보니 아마 봉의산이었나 모르겠어요.
그 안에 자리잡은 아파트단지들이 삭막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아마 산이 빙 둘러있어서겠지요?
제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과의 만남으로 일종의 전기 쇼크를 받은 날이어서
아마 잊지 못 할 날이 될 것 같아요.
거의 같은 연령대의 비슷한 정열이 있는 사람
그런데 그것을 더 극한으로 밀고 나가고 있는 사람을 만난 기쁨을 간직하고
그것이 제 안에서 새로운 에너지 바를 만들어낼 것 같은 확실한 예감이 든 날이었습니다.

나오는 길에 레스토랑 밖에 있는 나무가 불이 들어온 상태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네요.
시내 명동에서 내려주면 한 바퀴 시내 구경을 하겠다고 해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
길거리에 엄마몰래 pc 방이란 간판이 있어서 너무 웃음이 나와서 한참 웃었습니다.
기발하다, 그래도 너무 심한 것 아닌가?
드라마를 보지 못하는 제게도 이름은 익숙한 겨울연가가 바로 이 곳 춘천에서 찍은 것이라고 하네요.
일본에서 손님들이 오면 어떤 식으로 구경을 함께 하는 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것이 바로 민간외교네 하는 생각도 했지요.
그런데 춘천의 명동에 들어가보니 바로 한 복판에 이런 푯말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이 곳을 걸어서 집과 아버지의 양복점을 드나들었다는 은옥님의 설명을 듣고
한바퀴 둘러본 곳 이제 시내는 어디나 그곳이 그 곳인 비슷한 찐빵같은 곳이 되어 버려서
큰 매력이 없네요.
지하로 내려가 이번 연휴동안 조금 정리한 머리에 맞는 핀을 조금 샀습니다.
그리곤 걸어서 남춘천역까지 가는 길
아직도 못 다한 이야기가 꽃이 핀 참으로 꽉 찬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