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당진 시골지기님집에서 돌아오는 고속버스속에서
춘천이 고향인 은옥님이 춘천이라면 길잡이로 함께 갈 수 있다고 해서
휴일의 막바지인 어제 춘천나들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일요일에 가면 그곳에서 사는 아는 선생님이 차로 동행할 수 있다는 연락이 왔지만
일요일에는 수업이 있어서 불가능한 시간이라 그냥 토요일에 가자고 그렇게 의견이 모아졌지요.
원래는 아주 거창한 스케쥴을 짜서 춘천에서 홍천까지 이렇게 생각을 했더랬는데
그 스케줄을 들은 그 선생님이 아마 청평사 하나 보면 빠듯할 것이라고 해서
그렇다면 일,이부로 나누어서 춘천에 가야하나 하고 생각을 했었다고 하네요.은옥님께서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기차가 성북에도 선다고 해서
약속장소가 성북역으로 잡혔는데요
성북동 비둘기라는 시로 익숙하지만 가 본 적은 없는 곳에 간다는 것이 마음 설레게 하네요.
그런데 실제로 가 보니 성북역에 비들기 두 마리가 있어서 놀랐습니다.
역안에서 비둘기를 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그 시가 공연히 나온 것이 아니네 싶더군요.
반갑게 인사를 하고 화장실에 다녀오니 은옥님이 자판기에서 커피와 율무를 하나씩 사서
섞어서 둘로 나눈 커피를 건네주는데 맛이 아주 좋네요.
생활의 지혜를 배울 것이 무궁무진해서 저는 그저 이야기듣는 것만으로도 생생하고 뜨끈뜨끈한
교육을 받는 느낌입니다.
기차안에서 은옥님의 어린 시절 춘천에서 학교 다닌 이야기
서울로 올라와서 살게 된 사연
어린 마음에 춘천이 그리웠다는 이야기등을 듣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립니다.
춘천의 강선생님 (바로 콩사랑의 게시판에서 가끔 글을 읽었던 바로 그 선생님이라고 하네요)이
오늘 역에 차를 갖고 나올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선회하여 강선생님이 누구인지 소개를 받고
벌써 기대가 됩니다. 덕분에 일본여행소식도 듣게 되었지요.
12월 26일부터 30일까지 오사카,교또,나라,그리고 고베에 가는 여행이라
벌써부터 마음속으로 셈을 해보게 되네요.
갈 수 있는 상황이 될까?
그런데 날짜가 조금 아쉽네,이왕이면 조금 더 가면서 한 곳을 여러 날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래도 오래 전에 가 본 곳,그동안 일본역사를 좀 더 읽었으니
다시 보면 더 깊숙히 볼 수 있지 않을까?
머릿속의 궁리가 끝나고
다시 이야기속으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듣다가 가끔 창밖을 내다보니
벌써 창밖에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춘천가는 길은 버스보다는 이렇게 기차길이 훨씬 운치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밖을 내다보니 아주 오래 전에 가 본 지명들이 드문드문 나오네요.
대성리,가평,청평 이런 식으로요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곳은 이미 유원지로 이름이 난 곳이더군요.
그동안 통 밖에 나다닐 시간이 없어서 요즘 저는 어딜 가도 새롭고 신기해서
오고 가는 길자체도 즐거운 여행이 되고 있습니다
남춘천역에 도착하니
강선생님이 미리 나와 계시네요.
반갑게 인사부터 하고 돌아가는 차표를 사려고 하니 왕복차표를 미리 끊지 않는 것에 놀랍니다.
차표를 사러 가니 여덟시까지는 다 매진이라서
9시 45분발 마지막 차표를 샀습니다.
그러니 춘천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이 확보된 셈이지요.
소양강댐이 있는 곳으로 가서
배를 타고 청평사 가는 코스로 가자는 제안을 받고 그 길로 가는 차안에서
일단 인사를 나눈다음
여행에 관한 이야기부터 들었습니다.
활기찬 이야기속에서 점점 마음이 기울어집니다.
이 선생님이랑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아주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차창으로 내다본 길에 바라보이는 강이 바로 소양강이라는 말을 듣고
아,여기가 바로 노래속에서 불려지는 바로 그 소양강이란 말이지 하고
눈길을 줍니다.
한 사람은 춘천에서 아직 살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장소가 오래 전 추억의 장소라서
이야기가 척척 맞아들어갑니다
저는 그 대화를 뒷자리에서 들으면서 지리란 그저 땅이 아니라
한 사람의 기억의 집합체로구나
그러니 이 곳을 바라보는 시선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 것일까
은옥님의 기억속에서 재생되는 춘천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주차하고 나서
표를 사는 순간부터 이 곳 사람이니 내가 하면서 나서서 다 처리해주신
강선생님,처음에는 몸둘바를 몰랐는데 (대전에서 클레어님도 그래서 참 놀랐거든요
그리고 저도 한 수 배웠습니다.그런데 강선생님의 경우 저는 처음 보는 사람이라 더 놀랐거든요
그 자리에서는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다 못하고 말았는데 오늘 아침 일어나서 글을 쓰는
순간에도 놀랍고 고맙던 마음이 생각나네요)
셔틀버스에 타고 선착장에 내려서 보니 저것이 바로 소양강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던 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네요.
윗쪽은 보이지 않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물이 가물어서 뻘이 다 드러나보입니다.



배속에서 나란히 앉은 강선생님이랑 일본에 빠진 사연에 대해서 듣고 저도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하다 보니 갑자기 딸의 장래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잘 돕는 것이 되는 것일까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수능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면 좋겠다
직접이 어려우면 홈페이지를 통해서라도 하는 생각을 했지요.

이야기도중 갑자기 소리가 나서 밖을 내다보니
이런 보트에 탄 사람들이 바람을 가르며 올라가고 있네요.
아마 유람선으로 이 근방을 일주하는 팀인가 봅니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오는 시기에는 상당히 수위가 올라간다는 소양강이
지금은 그다시 물이 많아 보이지는 않지만
물색깔이 예뻐서 바라보다 보니 벌써 절 입구의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