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우스개소리로 인삼,홍삼보다 더 높은 고3이라는 표현을 했더군요.
그런 고3에 이달 말에 외고 시험 치루는 중3 이렇게 입시생이 둘이나 있는 집이라
이번 추석은 그냥 집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음식을 차려서 먹고 나서는 공연히 심심하여 자꾸 입으로 들어가는 주전부리
몸이 불편해서 산책갔다가 만난 안데스 음악이야기를 쓴 글입니다.
추석날,아무래도 밥먹는 시간외에도 주섬 주섬 먹다보니
몸의 움직임이 둔해집니다.
공부한다고 저녁시간에 뮤지컬을 보자는 제안에도
노를 하는 보람이가 신통하여서
그러면 공부하고 있으라고 엄마,산책 좀 다녀오마고
길을 나섰습니다.
아무래도 차를 보면 타고 싶은 유혹을 느낄까봐
카메라만 들고 나섰지요.
목적지는 호수공원이었는데요
호수공원가는 길에 요즘 유난히 눈에 많이 보이는
이 잎사귀를 찍어보았습니다.

호수공원에는 아직 가을이 덜 온 느낌이더군요.
그래도 갈대가 피어서 가을느낌이 조금 나네요.

노래하는 분수대 근처를 지나는데 어디서 음악소리가 납니다.
그래서 가까이 가보니 리허설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여섯시 부터 안데스 음악 콘서트가 열린다고 합니다.
아니,이게 무슨 선물인가 싶어서
그렇다면 공원안을 빠르게 한 바퀴 돌고 와서
음악을 들어보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급하게 산보를 했습니다.

여섯시가 다 되니 벌써 어둑어둑한 느낌입니다.
이런 시간대에 호수공원에 와 본 것은 처음이라
신기하네요.
빛이 사그러들기 시작하는 시간의 느낌이

막 어두워지려는 시간에 바라본 솟대가
멋있게 보입니다.그래서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다
공연장쪽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벌써 자리잡고 앉아있는 방청객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들은 에쿠아도르 출신의 오인조 그룹이라고 하네요.
음반도 벌써 3장이나 낸 그룹인데
인사말도 한국어로 하고 상당히 의사소통이 잘 되는
정도의 언어를 구사해서 놀랐습니다.
이들이 한국에 체류한 기간이 길다는 반증인가
혼자 궁금해했지요.
스페인 사람들이 그 곳으로 금을 찾아서 온 이후에
원주민들은 그들의 보금자리에서 주인에서 소수민으로
전락하는 굴곡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정신적,물질적 시련을 겪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상하게 음악이 격렬하고 어떤때는 경쾌하면서도
한구석 슬픈 느낌이 솟아나는 기분이기도 했습니다.

자발적으로 모여든 청중들이 그들의 음악에 맞추어
박수를 치면서 몰입을 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그 중에는 휠체어를 타고 와서 자리를 잡고 앉아서
흥겹게 박수치는 두 할머니,그리고 상당히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 한 분도 고개를 흔들면서 박수를 열렬히 치고
있더군요.
멀리 공연장에 돈을 내고 일부러 가지는 못한다해도
문화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우리를 찾아온다면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겠구나
공연히 제가 마음속이 다 흐믓합니다.
한 할아버지는 공연장 가까이에서 아주 열심히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계시더군요.
그 모습도 참 보기에 좋았습니다.

우리나라 가요중에서도 한 곡 연주를 해주더군요.
처음 듣는 곡이라 무슨 곡인즐은 몰라도
그런 노력이 돋보이네요.
이 콘서트는 시설관리공단이란 곳에서 주최를 했다고
공단사람이 나와서 소개를 하면서
감상소감을 인터넷에 잘 올려주시면
다음 해에는 지원이 더 많이 나와서
시설이 더 좋은 상태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홍보를 하네요.
휴식시간 20분정도가 주어지고
사람들이 음반을 사려고 몰려들어서 놀랐습니다.
how much?
twenty thousand won.
그러면 이만원?
yes.
sign,sign
이렇게 간단한 의사소통으로 음반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세계화는 우리가 밖으로 나가는 것만이 아니라
이미 이 고장에서도 진행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미 어두워진 시간
시계를 보니 6시 30분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래도 집에서 공부하고 있을 아이가 저녁을 혼자 먹게
할 수 없어서 (승태는 친구랑 영화보러 간다고
이왕이면 저녁도 영화끝나고 친구들과 먹고 오겠다고 나간
상태라서) 아쉽지만 돌아오는 길
분수대에서 물을 뿜는 분수앞에서 갑자기 불꽃이
확 올라오네요.

와 소리가 퍼지고 어린아이들이 신기해서 뛰어다닙니다
그냥 오기 아쉬운 장면이라 몇 컷 찍고 돌아오는 길
저녁시간의 뮤지컬을 포기한 대신
이렇게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시간에 만난
안데스의 음악이 머릿속을 떠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