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다가 정말 뜻하지 않은 것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반가운 경우라고 할까요?
실화에 바탕한 소설의 경우 스토리가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기 어렵지만 사실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겠지요?
리심이 함께 살았던 사람이 외교관인 것에 덧붙여
동양문화에 심취한 사람이다보니
만나는 사람들중에서 청일회란 모임의 사람들이 있더군요.
말그대로 청나라 ,일본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의 모임이지요
그 중 한 커플은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백화점을 열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가 도자기에 관심이 많아서 도자기를 감정받고자
빅토르 꼴랭을 만나는 장면도 있고
모임에서 청나라,일본의 시,그리고 더불어 조선의 시조를
들어보는 자리
조선의 춤사위를 리심의 춤으로 보는 장면도 있습니다.
이 때 60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사람이 그녀의 춤동작을
스케치하는데 그가 바로 드가였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그림을 보는 중에 리심이 다시
만나는 사람도 역시 드가인데
그가 제리코의 메두사의 뗏목앞에서 하는 설명이 일품이었고
리심이 들라클로와의 작품앞에서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끼는
장면도 나오더군요.
그래서 오늘이 금요일이 아니면
차분하게 세 화가의 그림을 다 찾아보면 좋겠지만
그림보러 나가는 날이라
다 보는 것은 어렵겠고 그렇다면 들라클로와라도
하면서 그림을 찾으러 들어온 상태입니다.


리심이 모로코로 부임하는 꼴렝을 따라서 탕헤르에 가고
그곳에서 사막을 경험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막의 경험을 통해서 그리고 자신을 구출해준
유목민을 통해서 그녀는 크게 변화합니다.
크게 변화하는 것,그래서 이전과는 다른 자신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그것이 살아가는 일에서는 참 중요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자꾸 하게 되네요.

이 소설에서 새롭게 생각하게 된 사람이 홍종우입니다.
그저 김옥균을 죽인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던 홍종우가
이 소설에서는 상당히 비중있게 다루어지더군요.
고종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를 갖고 그를 중심으로
새로운 나라,즉 황제체제를 구축하고 싶어하는 홍종우와
(그도 역시 프랑스 유학의 경험이 있지요)
프랑스 공화정의 정신에 새롭게 눈 뜬 리심의 대립
홍종우와 서재필의 대립
그것은 결국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사람이 갖고 있는 관념의 차이가 사람의 관계를
얼마나 왜곡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제 우연히 알게 된 새로운 사실 하나
우리가 최초의 금속활자본이지만
지금은 프랑스에 가 있다고 배운 바로 그 직지심경 하편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 구입한 책이더군요.
그 과정이 소설속에서 서술되어 있고
표지에 불어로 뭐라고 써있는 바로 그 책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니
그 상태 그대로 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하네요.
병인양요때 외규장각이 털리고 많은 책들이 그런 연유로
프랑스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어서 그 책도 그런가싶었는데
이 경우는 달랐습니다.
동양의 미술품이 많이 소장되어 있다는 기메박물관이
궁금해졌습니다.
언젠가 파리에 다시 갈 기회가 있다면
소설가 김탁환이 묘사한 파리
그래서 새롭게 제 안으로 들어온 파리를 만나러 거리곳곳을
카메라 들고 쏘다니게 되겠구나 즐거운 공상을 하는
아침이기도 합니다.
오르페우스가 유리디체를 구하러 오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라고 하네요.
죽어가는 투르크인을 그린 작품입니다.
어제 밤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리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니
한 아이가 말을 하더군요.
아,그 이야기 조선일보에도 연재되고 있어요.
그래?
그래서 한동안 작품이야기,소설가 김탁환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소설은 오늘중에 다 읽겠지만
한동안 이런 저런 after 가 이루어질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