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옇게 흐린 가을 아침~
한 주일 만에 다시 짐을 싸갖고 나섰습니다.
싱그러운 기운이 오늘의 멋진 산행을 예고하는듯합니다.
산행 들머리에서 발견한 감나무엔 열매가 노랗게 익어가고
잎사귀도 울긋불긋 꼬까옷으로 단장했습니다.
아니 벌써??
산길로 접어드니 내 가슴은 마구 뛰기 시작했네요.
도심속에 묻혀 지내다보니 한 주일 사이에 이렇게 자연이 변화한줄은
전혀 모르고 지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가을은 저 만치에서 서성거리는가 했는데..
북한산성의 여러개 문들중에 하나인 水門이 있던 자리입니다.
계곡을 가로질러 놓여졌던 문은 을축년 대홍수(1925)때 무너져 사라지고
지금은 산등성이에 성벽 끝자락만이 유일한 증거로 남아있습니다.
오늘도 개 혓바닥 내밀듯 헉헉대며 올라온 원효릿지에서 잠시 쉬어 갑니다.
앞에서 선행한 일행 4명이 앉았는데 시끄럽기가 원...
그 중 제일 나이들어보이는 이가 제일 말이 많아서 짜증 지대롭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 앉았다 간 자리엔 사과껍질에 휴지.. 휴우~~~~~저걸$^%*&!~~~!
안개낀 산엔 시계가 낮아서 맞은 편 의상 능선의 모습이 실루엣처럼 검으스레 보일뿐..
해가 없어 오르기는 좋아도 경관을 전망하기엔 영 아니올시다~
원효봉 마지막 피치!
일단 한 숨 돌립시다~
어떠셔요?
벌써 이만하면 단풍이 웬만큼 들었죠?
이 곳에서 바라보는 염초릿지는 그 기상이 장관입니다.
용트림하며 솟구쳐 올라가서는 삼각산의 정상 백운봉을 이루고 하늘을 향해
승천할 것만 같습니다.
왼편의 성벽을 끼고 난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는길.
몇년전만해도 이 곳은 한적했었는데 이젠 신작로로 변해버렸습니다.
하긴 이 까메오도 처음 왔을 땐 쫄아서 염초봉 앞에서 오르지 못하고 돌아섰지만,
이젠 타인을 리드할 만큼 성장(?)할 동안 많은 이들이 찾아왔지요^^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사고도 많이 생기고, 쩝쩝....
고 예쁘던 담쟁이덩쿨도 빨갛게 수줍음을 타고 있어요^.^*
이제 비로소 본격적인 염초릿지를 할 차례입니다.
근데 왠 소방관 아자씨들?
"무슨 일 있어요?"
"네, 실종자를 찾아갑니다"
"네에? 여기서 무슨 실종자가 생깁니까?"
"그저께 책바위 아래에서 실종됐다는 보고가 있어서 갑니다~"
저런.........
그저께라면 벌써 이틀이 지났을텐데 실족하여 낙상을 입었을 게 분명하고,
어쩌나..
얼마나 아프고 배고프고 의식이라도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속히 구조받았다는 좋은 소식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직벽을 우회하여 올라가는 길~
오늘은 관리공단에서 지키는 이 하나 없이 조용한 것이
그저께 발생한 실종자 수색을 위해 떠난 것이 분명한 듯 보입니다.
조심해야지이~~~
근데 앞에서 말 많다던 그 사람. 아니 그 인간...
머리가 허옇지만 내 나이정도밖엔 안되보이던 그 인간...
내 앞에 올라가더니 저 소방대원과 얘길 나누면서 하는 말
"그저께 실종된 사람을 찾긴 뭘 찾아요! 며칠 지나서 까마귀떼가 나타난 곳에 가면
뼈만 남아있을텐데.."
허걱!@#^%&(*)~
저 시끼가 사람이야? 인간이야?
말문이 막혀 숨도 안나옵니다.
그런데 함께하던 일행 세 사람은 깔깔호호~~~
...................................
'좌우당간에 나한테 걸려만 봐라 죽여버릴거다!'
길게 드리운 연줄같아 보이는 성벽의 문양을 뒤로한채
조심 또 조심 한 발짝씩 딛고 오릅니다.
벌써 한 분이 초보자인듯 한 동료를 위해 자일로 확보를 봐줍니다.
그 틈에 까메오는 신속하게 책갈피 사이를 헤짚고 착지 완료!
위로 향해 올라갈수록 단풍의 빛깔은 더욱 선명해지고
점점 더 많은 나무가 그 대열에 동참을 하고 있습니다.
오른 편 바위 아래가 그 유명한(먼 산방에서만) 여우굴이 있는 계곡입니다.
오늘도 그 코스로 오르는 이들이 있군요^^
책바위, 말바위도 위험하고 어렵지만 이곳 가운데 실 무늬처럼 뵈는 여기도 실은 만만치 않은 난코스~
홀더가 곳곳에 있지만..
바위란 게 참 이상합니다.
어떤 날은 어렵게만 느껴져 힘들게 올랐어도 다음 번엔 거의 어려움을 못 느낄 정도로 가쁜히 오르기도 합니다.
그런 반면 힘 하나 들지않아 우습게 여겼던 곳도 어느 날엔 무척 낯설고 미끄러지고 당최 힘이 많이 들어가지요.
백 사람이면 백 사람 모두 다 똑같은 자세가 나오지않고 발디딤도 제각각이랍니다^^
오늘은 나 혼자만의 단독 산행이니만큼 사진도 많이 찍고 쉬엄쉬엄 가자니 여간 편한 게 아니네요^^
또한 단풍초입에 들어선 산의 모습은 일 년에 이 가을 한 철뿐이니까
눈에 담고 또 담고 담아도 아쉽기는 한이 없습니다.
뜁바위~
이 곳을 촬영한다고 하면서 번번이 놓쳤던 곳.
일 미터 남짓하게 떨어져있는 바위 사이엔 아가리가 함지박만큼 벌어져있어
일명 뜀바위라고 부른답니다.
나 원 참.........기도 안 찰 일을 여기서 당했습니다.
이 사진을 찍는 날 보고
그 인간 왈 "사진은 찍어서 뭐해요? 인터넷에 다 나와있는데~"
너 잘 걸렸다~
"내가 사진 찍건 말건 당신이 왠 참견이야? 남이야 전봇대로 이빨을 쑤시건 말건?
별 이상한 사람 다 보겠네!"
한 마디에 끽 소리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더군요.
일행들 보기에도 창피했겠지요.
으유~ 정말이지 매너없고 개념없는 짜식은 한방에 지질러버려야합니다~
돌이켜 보니 예쁜 들국화가 바위 틈새에서 피었습니다.
저 꽃도 내 말을 들었을 걸 생각하니 부끄러워집니다.
말바위!
오늘도 말 엉덩이 사이에 손을 비집어넣고 이럇!
올라탔습니다.
그 쨔식은 바라만 보고 아래로 살살 기어가는군요^^
방향을 바꿔가면서 바라보면 볼수록 아름답기가 그지없네요~
자연의 솜씨를 흉내낸다며 창작하는 예술가님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멋지죠?
헤헤헤ㅔㅔㅔㅔ
이제 마지막 종점에 다다랐습니다.
남은 건 하강~
백운봉위에는 오늘도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자일을 사리면서 바라다본 백운봉 절벽과 바위틈에 피어난 단풍모습.
인수봉과 그 꼬리 설교벽~
숨은벽 능선은 작은 공룡능선과 같고~
삼각산에서도 가장 일찍 가을이 오는 숨은벽 계곡엔 벌써 단풍이 한창입니다.
단풍나무만 빼고^^*
인수봉의 위용은 국내 어느 바위도 따를 수 없을듯..
숨은벽 계곡을 내려오면서 염초릿지를 바라보니 개구멍이 보입니다^^
그 옆으로는 하강 코스.
바위 틈틈이에는 단풍이 서로를 향해 얼굴을 붉히는데.
다 내려왔습니다.
반겨주는건지 겨울 양식 마련을 위해서 나온 청솔모를 만났습니다.
이 놈 청솔모는 사람도 무서워하질 않습니다.
친구 얘기 한 토막.
골프장에서 걸어가는데 앞에서 탁!하고 잣송이가 떨어지더랍니다.
그래서 일행이 집어들었는데 뒤이어 청솔모가 등장~
일행은 열매를 들고 다음 코스로 가는데 이 청솔모놈이 따라오더라는군요^^
돌맹이를 던져도 계속..........
이제 산행을 마쳐야겠습니다.
아~ 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지요?
잊어버렸던 구수하고 깊은 이 향기는 분명 이효석이 말한 '갓 볶아낸 코오피 향'입니다.
수필 '낙엽을 태우면서'에서 나오는 대목이지요.
산행의 대미를 낙엽타는 냄새와 더불어 함께함은
내겐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이 가을 낙엽 한 장 주워다 집안에서 태워보셔요~
온 집안이 가을 내음으로 가득 찰 것입니다.
BGM:Eleni Karaindrou - Landscape in the Mist(Adag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