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일전에 전시회 다니던 화요일과는 달리
화실에 가는 화요일은 늘 망서림과 주저함으로
한 걸음 떼기가 어렵습니다.
얼마나 기다려야 편한 마음으로 출발할 수 있을까
그런 마음으로 나선 길
화실앞의 국화가 지난 번보다 훨씬 탐스럽게 피어있네요.





화분속의 국화가 먼저 피고 나면 야생국화가 눈길을
끄는 시기가 곧 오겠구나 싶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화실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일층 선생님이 나와서 이야기를 합니다.
아직 선생님이 출근전이라 20분정도 기다려야 한다고요
그래요?
오늘 병원 갈 일이 있으니 먼저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세 번에 걸쳐 B형 간염접종 (항체가
없다고 해서 맞고 있던 중이었거든요) 을 맞고
드디어 항체가 생겼는지 피검사를 하는 날이라
먼저 병원에 갔다가 다시 화실에 가려니 마음에 꾀가
나네요.
신호등앞에서 공연히 이번에 파랑불이면 그냥 건너고
아니면 그냥 오랫만에 서점나들이를 할까
호수공원에 가서 사진을 마저 찍어볼까 마음속에서
순간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저를 보면서
혼자 속으로 막 웃었습니다.
아이들도 그럴 수 있겠구나
공부하러 오다가 길거리에서 친구를 만나서 다른 길로
새서 못 왔다고 한 아이를 이해하기 힘들었었는데
그래 그럴 수 있겠네 하는 마음이 든 것이 오늘의 수확이라고
해야 하나요?
망서리다 결국 화실로 가는 길에 교회가 있는데요
그 교회벽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비의 색이 각각이라
가까이 다가가보았습니다.

가을에 믈드는 아이비의 색이 각각 다 달라서
갑자기 거기서 인생을 느끼게 되는 특이한 경험을 했지요.



나는 아이비의 물드는 과정에 비하면 어느 정도
온 것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겁니다.

자연은 전과정을 거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순환하지만
인간은 하나의 싸이클을 거치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란 점에서 자연과 다른 것 같아요.
끝이 선택이나 의지가 아니라
언제 어떤 식으로 올 지 모른다는 점에서
불확실한 미래가 우리에게 주는 공포가 클 수 있겠다 싶고
내가 그 과정자체를 선택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내게 오는 과정을 도망다니지 말고 (오늘처럼)
귀한 손님처럼 맞아야겠다는 생각을 엉뚱하게도
교회앞 담쟁이 덩쿨앞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화실로 가는 발걸음이 조금 더 가벼워졌고
새로 한 작품이외에도 지난 번의 아주 미진한 그림에도 다시
손을 대어 보았습니다.
완전히 새롭게는 아니더라고 사뭇 달라진 그림이 되는
과정이 신기하네요.
유화의 경우는 칠하고 덧칠하고의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할 수 있다고 하니
첫 작업의 결과에 대해서 실망하지 말고
생각이 날 때마다 그렇게 새롭게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좀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