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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금요일의 전주 나들이

| 조회수 : 1,649 | 추천수 : 37
작성일 : 2006-07-29 13:26:30

중학교 영어선생님인 친구가

방학에 하루 정도 시간을 내서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전주 근교의 좋은 곳을 구경시켜주고 싶다고 해서

며칠 전 전화통화를 해서 날짜를 잡았습니다.

금요일로 잡았는데 그 전에 통화를 해보니

비가 많이 내려서 어찌할까 싶다고 하네요.

금요일 아침에 다시 전화해주겠다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수준이면 그냥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만약 심한 비가 내리면

파주에 가서 화석정과 자운서원을 둘러보고 (한국사의

천재들을 읽다가 그곳이 다시 가고 싶었거든요.)

돌아오는 길에 헤이리에 들러 라임트리에 가서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좋은 소리를 벗삼아 들고 간 책 한 권 오래 앉아서 읽다와야지

두 가지 복안을 갖고 목요일밤에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금요일 새벽

보람이를 깨우자 조금만 더 잔다고 20분만 있다가

다시 깨워달라고 하네요.

그러자고 하고는 졸리는 눈으로 기다렸다가 깨우곤

저도 피곤했던지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보람이가 소리칩니다.

엄마,늦었어

왜 늦게 깨웠어?

뭐라고?

내가 다시 깨웠잖아

그 아이가 잠이 다 깬 것을 확인하지 못하고 잠이 들었던 것이
'화근이었는데

아이는 오늘 학교대신 9시쯤 독서실에서 공부하겠다고 하네요.

그것은 곤란하다고 하자 왜 곤란한가 물어보는 순간

화가 폭발했습니다.

왜 곤란하냐고?

학교를 그런 식으로 빼먹는 것이 곤란하지

아마 제가 잠이 깬 상태였더라면 그렇게 미숙하게 대처하지

않았겠지만

화가 나니 하지 말아야 할 말도 하게 되고

그리고 다시 후회하는 상황

마음을 다스리고 그러면 이왕 늦었으니 택시타고 가라고

달래서 보내고는

다시 잠이 들었는데

전주에 비가 오락가락하는 상태이니

와도 좋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승태를 보내는 일이 문제인데

역시 일어나지 않는 아이를 기다리면서 깨워서

아홉시이전에는 함께 나가려고 했지만

십오분까지 꾸물거리고 있네요.

아침,제겐 존재가 버거운 시간이 아침이로군요.

지난 번에 전주에 갔을 때 화정에서 탄 버스 시간표가

아홉시 오십분이었다고 기억을 해서

짐이 많아서 택시를 타고 도착해보니

글쎄 오십분이 아니라 삼십분 출발이었습니다.

거금을 들여서 택시를 타고 갔는데

아깝다,그런데 왜 이상하게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을까?

그 순간 늦게 꾸물거리다 나간 아들에게 다시 화가 납니다.

아차,이런 내 모순을 직시한 순간이기도 했지요.

왜 다시 화가 났을까?

차를 놓쳐서?

그래서 엉뚱한 자리에서 저를 다시 살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지요.

마음을 다잡고

이왕 출발하는 여행 기분좋게 다녀오자 싶어서

화정에서 서울 고속터미널로 가는 지하철에 타서

들고 간 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화가 났었던가 싶게

다시 소설속으로 몰입하면서 주변상황을 다 잊어버리고 말았지요.

원래 한시면 도착하리라 생각햇던 일정이 뒤죽박죽이 되어

결국 두 시 반이 되어서야 전주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마침 마중 나온 친구 부부와 인사를 하면서

드디어 전주 여행이 시작되었지요.

먼저 everymonth에서 글로만 알아왔던 guise 319님을 만나러

카톨릭센터에 들렀습니다.

그녀를 잠시 만나고 들고간 음반과 책만 전해주고 나오려던 것이

친철한 배려와 이야기에 끌려 한참을 그 곳에서 있었습니다.

수녀는 아니지만 일종의 성소를 지키면서 사는 그녀에게서

수도하는 사람의 청결함과 표정의 온화함이 배어있어서

바라보는 사람에게 참 편안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귀한 인연이 맺어진 것을 기억하면서 그 곳을 나와

하루에 가기로 했습니다.

하루에 가는 길에 친구 남편이 운전하는 차 뒷좌석에서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이야기꽃이 피었습니다.

그동안 지낸 이야기

친구가 배우는 국선도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새로 시작한 그림 이야기등등

이야기 사이 사이로 바깥 경치를 보기도 하고요.



한 번 본 적이 있다고 더욱 반갑게 맞아 주는 주인장

그래서 인사나누고 나서

우선 옥정호에 물이 가득해서 달라보이는 풍경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곤 고쳐서 들고온 카메라로 여기 저기

풍광을 담았습니다.










그런데 무슨 사연인지 세로찍기한 사진들이

폴더에 올려놓으니 방향전환이 잘 되지 않네요.

아마 밤에 보람이가 오면 그때 물어서 수정을 해야 할

모양입니다.

방으로 들어가서

양해를 구하고 우리가 들고 간 음반을 틀어놓고

차속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는 틈틈이

멀리서 왔다고 주인장이 세 가지 서로 다른 차를

대접해주었습니다.

차맛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방에서 밖을 바라보면서 마시는 차

느낌이 아주 좋았지요.

그리고 부인친구이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라 이야기속에서 겉돌지 않고

함께 이야기나누는 친구 남편덕분에

서로 관심사를 나누는 귀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서예를 써볼까 하던 생각이 있던 김선생 (친구 남편)은

제가 디카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더니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배워보고 싶다고 하네요.

역시,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배우고 싶다

읽고 싶다,보고 싶다하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재주가

내겐 있는 모양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그곳을 나서는데 주인장이 어디서 저녁을 먹을지 물어보더니

꼭 식사를 하지는 않더라도 이층의 경관이 좋은

오스 하우스라는 곳에 잠깐 들러보라고

자신이 전화를 넣어주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덕분에 가서 보니 옥정호가 내려다보이는 그 곳의

경치가 너무 빼어나서 그 곳 이층에서 전시되고 있는

광주에 살고 있는 화가들의 그림이 오히려 죽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층을 꾸며놓은 솜씨가 대단해서 하룻밤

이런 곳에서 편히 쉴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어서

몰어보니 가능하긴 한데 하루 숙박료가 이십만원이라고요

이십만원은 너무 과하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밖을 내다보는 경치 하나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날이었지요.

그 곳을 나오니 벌써 일곱시가 넘었습니다.

여덟시에 만나기로 한 선배에게 아직 전화도 못 한

상태라서 연락을 하고

저녁먹을 곳으로 나와서 함께 만나기로 했지요.

전주 하면 음시맛이 좋기로 유명하지요.

낮에 고기를 먹어서

저녁에는 돌솥밥을 먹자고 해서 들어간 집에서

밉반찬이 얼마나 깔끔하고 맛있는지

침이 저절로 고입니다.

음식을 먹고 있는 중에 온 선배가 (내과의사인 그는)

마시멜로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제가 요즘 침을 맞는 이야기를 듣더니

운동이 우선인데 우선순위를 제대로  못 짚고 있다고

긴급한 일과 해야 할 일과 중요한 일

하고 싶은 일의 차이에 대해 고민해볼 것을 요구하더군요.

갑자기 정신이 확 들었습니다.

그렇구나

밥먹으면서 오랫만에 넷이서 즐겁게 놀다보니

벌써 서울로 오는 버스를 탈 시간입니다.


갈수록 전주에 가는 길이 더 즐겁고

그 곳의 산천도 눈에 더 들어오는 것을 느낍니다.

산천도 산천이지만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더 소중한 것이겠지요?

돌아오는 길

guise319님이 정성껏 싸서 선물한 조정래님의

인간연습을 살짝 펴들고 우선 책과의 인사만 하고는

잠이 들었습니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향
    '06.7.29 1:38 PM

    오스 하우스에 가셨었군요?
    저두 자주 들리는 곳입니다.
    지인 들이 그곳에서 초대전을 열고 있지요.
    7월13일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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