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 (중략) ...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 詩. 황지우










지난 주말, 아이들과 모처럼 산에 올랐습니다.
신록이 우거진 5월의 산풍경은 여간 싱그러운게 아니었지요.
급하지 않은 경사의 앞산이었는데,
귀로는 이름모를 산새소리를 들으며,
입으로는 연신 탄성을 질러가며 그렇게 천천히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가다가 듬성듬성 나 있는 어린 잣나무 묘목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
딱딱한 잣에서 어느새 싹이 나와 이런 묘목이 되었구나...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시골에서 성장했으면서도,
그저 나무는 어린 묘목을 사다가 심어만 봤지,
이렇게 자연적으로 싹이 트고 자라나는 모습은 이제껏 자세하게 본 적이 없었거든요. ㅎㅎㅎ
아이들도 무척이나 신기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엄마, 그럼 더 딱딱한 호두도 그렇게 싹이 나오는 거예요?"
"아마 그렇겠지?... ㅎㅎㅎ"
생명의 힘은 정말 대단합니다.
......
요즘의 아이들을 가리켜,
예전처럼 '절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표현을 하죠?
비유하자면, 부모님들은 아이들이라는 묘목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적당한 햇빛과 물과 거름을 주는 역할을 함은 분명하겠지요.
하지만,
싹을 틔우는 그 순간의 의지는 아이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추운 겨울동안 언땅 속에서 꼬물거리며 봄을 준비하는, 그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의지...
딱딱한 씨앗에서 싹이 나와 묘목이 되고,
그게 자라서 큰 나무가 되고,
그것들이 모여서 커다란 숲이 되고 자연이 되고...
인간의 삶도 그런게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아주 작은 생명도 모이면 커다란 덩어리가 될 수 있다는 걸,
나무와 산은 오늘도 묵묵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까망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