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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다면 이런 음반을 들어보실래요?

| 조회수 : 1,403 | 추천수 : 33
작성일 : 2006-05-12 09:12:36

오늘은 everymonth의 곰브리치 미술사 공부가 있는 날입니다.

그래서 아침에 일찍 집을 나서야 하는데

조금 여유가 있는 시간, the player(달인)를 틀어놓고

독일 낭만주의의 거장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그림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어제 낭만주의 화가들중 미국의 허드슨 리버 스클에 관한 그림을 보아서

그것을 조금 더 보충해서 보려고 인터넷을 검색했으나

역시 그림이 마음을 확 잡아당기지 않아서 그렇다면 하는 마음으로

화가를 바꾸어서 보는 중이거든요.



달인은 일종의 퓨전 음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맥심의 연주는

갑작스럽게 몸에 활기가 확 도는 느낌을 주는 연주라서

우울한 사람에게는 좋은 처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랍니다.









어제 밤 유난히 공부에 전념을 못 하고 안절부절하고 있는 고등학생이 있어서

그러면 책을 덮고 초보자 중,고등학생을 위해서 쓴 이 미술책을 좀 읽어볼래?

하고 원서로 된 미술책을 건넸습니다.

그랬더니 처음에는 미술을 영어로 읽어요? 하고 놀래더니

우선 처음부터 끝까지 펄렁펄렁 책장을 넘깁니다.

그러더니 마음에 드는 그림부터 설명을 읽기 시작하더군요.

마침 그 아이가 펴놓고 있는 장에 프리드리히의 그림이 보이길래

어라 프리드리히네 하고 아는 척을 하면서 설명을 하니

아이가 기겁을 합니다.

아니, 한 번 척 보고 어떻게 아세요?

한 번 보고 아는 것이 아니라  오늘 낮에 어른들이랑 낭만주의 그림을 공부했거든.

그래서 아는거야.

아,그렇구나,

그래서 둘이서 프리드리히가 누군가,왜 이 그림이 그 당시에 놀라운 그림이었을까

낭만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지요.

그리고 나서 그 아이가 뒤적인 곳에 가우디의 건축물이 있습니다.

다시 이야기는 가우디로 번져서 이번 여름에 학교에서 유럽여행을 신청한 아이는

혹시 그렇다면 우리도 스페인에 가서 이 건축물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없겠는가

기대를 하는 눈치입니다.

그런데 무어리쉬가 무슨 뜻인가요?

무어인이 누구냐면 이렇게 이야기가 번져서 한참을 샛길로 빠지다가

제가 슬며시 물었습니다.

그런데 너 요즘 무슨 일있니?

집중하는 힘이 확 줄어든 것 같아서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힘이 들어요.

중학교때 같은 반이던 친구아이가 이상하게 까끌하게 굴어서요.


까끌하게?

껄끄럽게라는 표현을 요즘은 그렇게 표현하는 것 같더군요.

내성적인 이 아이가 고등학교에 가서 친한 친구가 되고 싶은 두 아이를 발견했는데

바로 이 친구가 두 아이에게 자신에 대해 이상한 이야기를 퍼뜨려

뭔가 찬바람이 부는 관계가 되어버렸노라고.

그래서 공부를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그 아이에게

선생님이 걸어갈테니 너도 자전거를 끌고 가면서 조금 더 이야기하자고 청했습니다.




아이는 제가 마음을 다해서 이야기를 들어주니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기가 한결 수월해진 기색이더군요,

급기야 눈물을 보이면서 힘든 점을 호소하는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지금 겪는 일이 네게만 있는 그런 일은 아니지만

네게는 그것이 세상 무슨 일보다 커 보일 것이라고

그렇지만 하면서 이런 저런 비유를 들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아이에게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물론 아니지만

그래도 한결 밝아진 얼굴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네요.




아이들에겐 교실이 한 세계인데

그곳에서 공부이외에도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들

그러나 어른들이 과연 그런 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나는 내 아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밤이었지요.




평소보다 늦게 들어온 엄마에게 보람이가 소리칩니다.

엄마,왜 이렇게 늦었어,걱정했는데

그래서 가방을 내려놓고 나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지요.

아이는 이야기를 듣더니

공부때문에 일부러 아이들을 사귀지 않는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해서 그런 것이니

상관없겠지만

친구를 사귀고 싶어도 어려운 아이는 학교 다니는 일이 고되다고

그런데 만약 그 아이가 사귀고 싶은 친구에게 속마음을 글로 털어놓는다고 해도

그 아이가 제대로 된 아이가 아니라면

그 이야기를 재미로 퍼뜨려 더 곤란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는데

하고 걱정을 하네요.




지난 주에는 고등학생 녀석이 어른들이 너무 위선적인 것 같고

자신도 점점 사회가 요구하는 속물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우울하다고,그래서 이상하게 반항적인 말투를 쓰게 되고

담임선생님이 자신의 변화를 알아채고 너 요즘 왜 그렇게 삐딱한가 하고

질책을 하셨노라고 우울해하더군요.

아,아이들이 살아가는 것도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가

요즘 아이들을 보면서 실감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고 3인 딸이 입시를 놓고 수시로 마음을 바꾸는 바람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중이지요,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성격으로 인해 자꾸 마음이 바뀌는 것을

한가지로 고정해서 생각하라고 윽박지를 수도 없고

하루에도 마음이 이리 저리 수시로 바뀌어 감정의 기복을 겪는 아들과

조율하면서 하는 일도 쉽지 않네요.

그래서일까요?

달인이란 음반을 꺼내어 듣는 순간

우울하다면 이런 음반을 들어보실래요? 란 제목을 달게 된 것이









음악을 듣는 중에 캐논 연주곡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피아노 연습할 때 친 곡인데

이게 같은 곡이 맞아?

하는 심정으로 듣고 있습니다.

비교가 불가능한 것을 알고 있어도

기분이 좋은 날은 내가 연습하는 곡이 음반에서 흘러나오다니

놀랍다가 되고

기분이 조금 우울한 날은 듣는 것으로 족하지 너는 무슨 욕심으로

되지도 않는 연습을 하니 하는 자조적인 심정이 되다니

참 마음이란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요.

그러거나 말거나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싶게

다시 즐겁게 연습을 하게 되겠지요?

사는 일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그럼에도 불구하고

귀기울여서 듣는 것에는 마음과 시간을 많이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아침입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amenti
    '06.5.12 10:45 AM

    항상 올려주시는 그림들이랑 음반소개랑 잘보고 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도 드디어 올라왔군요.
    이사람 그림중에선 "monk by the sea"를 제일 좋아하는데, 없어서 좀 아쉬웠지만 아침부터 반가운그림들 잘봤습니다.
    추천해주신 음반도 들어보고 싶네요.

  • 2. 보라돌이맘
    '06.5.12 12:27 PM

    intotheself님의 글을 접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내 안에 잠들어있던 의욕들이 하나둘 깨어나는 기분...

    지금 고3 수험생의 어머니이신데...

    아이와의 대화로 이어지는 풍경들... 올려주신 그림들보다도 더더욱 정겹고 행복하게 느껴지는 살아있는 그림이네요.

    머리가 굵어진 아이들은 친구와의 관계는 점점 증폭시키는 반면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며 교감하는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마음문도 닫혀져가는 경우가 참 흔한데...

    현명하신 어머니로서의 모습뿐 아니라 자기발전에도 늘 성실하신 intotheself님의 모습에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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