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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밤에 거리에서 미아가 되다

| 조회수 : 1,374 | 추천수 : 22
작성일 : 2005-12-26 14:46:06

오늘 새벽 (한국 시간은 지금 낮이로군요)

잠에서 깨어 아주 조용한 시간 식탁에 앉아서 글을 읽다가

드디어 일어난 사람의 기척에 다가가서

인터넷 연결을 부탁하여

쓴 글입니다.

그래도 이런 악몽을 겪고 무사히 살아돌아오니

이제는 무슨 일이든 스스로 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공연히 으쓱하는 마음이기도 하고

한국에서 여행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만나면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잘 도울 수 있을 것도 같네요.

제겐 오늘 로마 시내 투어하기 전의 일종의 시험이었다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도 지나고 나니 이렇게 담담하게 쓸 수 있지만

어제 밤에는 얼마나 놀랐던지 공포가 사람에게 끼치는 심리작용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기도 했었습니다.






숙소에서 저녁을 먹고 길거리에 나섰습니다.



비오는 낮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라 어디를 볼까 하다가



낮에는 크리스마스라고 버스가 다니지 않아서 못 타 본 것



막 손님을 다 내린 170번 노선이 보이더군요.



베네치아 광장도 가고 이름이 익숙한 몇 곳에 가는 것이라



물어보고 (public bus인지 ) 올라탔습니다.



그런데 세월아,네월아 버스가 그대로 있는 겁니다.



알고 보니 버스 배차 간격이 30분이라고요.



몸이 슬슬 피곤해졌지만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매력적이어서



그냥 중간에서 내리지 않고 마지막 정류장까지 가보기로 했습니다.



거기서 돌아서 나오면 좋을 것 같아서요.



마침 옆에 앉은 신사분이 영어로 된 글을 읽길래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는 이 버스의 종착점이 영어로는 아마도 agriculture일 것이라고



이 곳은 로마에서 보면 남쪽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로마에는 언제 왔는가



로마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마 10분이면 나가는 버스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오늘은 크리스마스라 11시면 버스가 끊어질 것이라고 알려주기도 했지요.



버스를 갈아타지 않고 있으면 바로 그 버스가 나간다고 자신있게 말하니



안심하고 잠들어도 되겠다 싶었는데



종점에 가니 내리라고 합니다.



그리고 버스 운전사는 아주 자신있게 조금만 기다리면 버스가 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30분이 다 되어도 버스라곤 그림자도 없고



길거리에는 단 두명의 남녀밖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결국 서로 친밀하게 서로 대화하고 있는 둘 사이에 끼어들어 질문을 했습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라 버스가 이미 끊어졌다고 택시를 타라고 하네요.



그런데 문제는 민박집 아주머니가 돈은 10유로 정도만 들고 다니라고 만나는 순간 말을 해주길래



15유로만 호주머니에 있는 상황이었지요.



그래서 고민을 하면서 지나가는 승용차를 여러 대 세우면서 물어보니



사람마다 다 각각입니다.



테르미니 역이 이쪽 방향이다,아니다 건너서 타라,



메트로를 찾아가면 아직 지하철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빈차로 있는 택시기사에게 물어보니 조금만 아래로 걸어가면



바로 메트로가 나온다는 겁니다.



시간은 지나가는데 거리엔 왜 그렇게 사람도 없고 적막한지요.



메트로까지 걸어가보니 문이 닫혀있습니다.



그 때의 놀람이라니



식은 땀에 나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신호등에 걸리는 차들을 세워서 사정을 해보았지요.



돈이 모자라서 그러니 메인 스트리트까지 가는 길이면 좀 태워줄 수 있나 하고요.



그러나 미안하다고 다 거절하더니



한 남자가 택시를 콜로 부르면 되니 그것은 돕겠다고 해서 가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콜을 하는 전화가 또 고장이 나 있네요.



휴대폰으로 민박집에 연락을 해주면 사례하겠다고 하니



그것은 비용이 많이 들어서 곤란하다고 하네요.



아,놀랍다 마음이 철렁하더군요.



그래도 마침 지나가는 택시가 있어서 일단 잡아서



사정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이던데



문제는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천천히 여러 번 이야기를 했더니 알았다고 합니다.



테르미니 역 근처에 와서 차를 세우고 민박집에 뛰어 들어와서 돈을 돌려주고 나니



그제서야 피로가 몰려옵니다.



밤이 화려한 한국의 거리에 비하면 이 곳은 정말 다 잠이 든 거리더군요.



그래도 지나고 나니 거리에서 바라본 풍경이 거의 다



그 자체가 유적인 느낌이 슬며시 살아납니다.



아침에 로마 시내 투어를 하면 새로운 기분으로 이 거리와 만날 수 있겠지



그래도 이틀동안 너무나 많은 일이 벌어져서



마치 영원인 것처럼 느껴지네요.



돌아오는 길에 할아버지 택시 운전사에게 오벨리스크가 있길래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조반니 성당이라네요.



조반니?



그래서 조반니가 누구길래 오늘 성당 미사에서 그 이름과 살바토레란 이름이 여러 번 나오더라 하고



물어보니 조반니란 이름에 바로 성호를 긋습니다.



아,역시 이 곳은 천주교 신자가 많은 곳이로구나



그런데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긴장감과 이 곳 저 곳 뛰어다니느라 몸이 끈적끈적한 느낌이라



샤워를 하고 자리에 누웠는데 저녁무렵 들었던 성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떠다닙니다.



길거리에서 만약 음반점을 만나면



성가를 제대로 담아낸 그런 음반을 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밤입니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onion
    '05.12.26 11:45 PM

    정말 멋진(!!) 여행을 하고 계시는군요.
    전 그런 경험에서 정말 오래오래 남을 추억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멋진 곳에서 많은걸 보고 느끼고 담아오세요..그리고 여기서 풀어주세요.

  • 2. 안나돌리
    '05.12.27 6:10 AM

    손에 땀을 쥐는 여행기를 읽었네요...
    그래도 영어가 되시니..참 다행입니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실꺼얘요..

    이제부터라도 길조심 차조심 사람조심하시며
    잘 다녀 오시길~~~~

  • 3. 쭈영
    '05.12.27 10:16 AM

    많이 놀라셨겠네요
    하지만 잊지못할 추억을 만들고 계시는 선생님이
    부럽습니다
    어제꿈에 행왕팀과 여행가는 꿈을 꾸었는데...
    스릴있는 여행을 즐기시는거 같아서 심하게 부럽고요
    인터넷이 참 좋으네요 먼~곳에 계셔도 소식을 다 알수 있으니
    가족들도 안심 할수 있으니까요 여행 재미나게 잘하세요 ^^

  • 4. 미스마플
    '05.12.27 1:00 PM

    미국도 성탄절 전날 저녁과 성탄절 하루종일은 웬만한 것들은 다 쉬니까 여행하시는 분들 조심하셔야 해요.
    공공기관뿐 아니라 가게들도 다 이브 오후에 일찍 문 닫고요.
    성탄절엔 다들 닫아서 .. 음식점들도 안 여는 곳이 많으니까요.

    정말 놀라셨겠네요.
    남은 여행은 놀라시지 않고 편하게 잘 하시기 바랍니다.

  • 5.
    '06.1.1 5:55 PM

    저도 전에 로마에서 크리스마스에 머물다가 상점이 다 닫아서 굶을뻔 했답니다.^^;;;

    테르미니 역 뒷골목에 문연 식당이 얼마나 반갑던지..

    글 읽다보니 다시 로마에 너무 가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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