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는 음식을 참 잘하셨어요 . 외할머니 댁에만 가면 맛있는게 많아 너무 좋았죠 . 그 중에서도 가장 맛있었던 건 시래기로 끓인 된장국이었어요 . 국물이 자작자작한 시래기 된장국과 밥 한 그릇이면 정말 행복했죠 . 제가 시래기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 그 된장을 끓이시던 외할머니는 지금 연세가 드시고 몸이 아파 병원에 계신지 꽤 되셨어요 . 올해 초에 남편 , 아이와 함께 할머니를 뵈었는데 밥 한 끼도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눈물을 보이셨어요 ...
할머니가 끓여주던 시래기 장은 앞으론 먹을 기회가 없어서 저의 힐링푸드가 아니에요 . 적어도 힐링푸드는 먹을 기회가 종종 있어 먹을 때마다 힐링이 되어야 하잖아요 . 그리운 음식이죠 . ㅎㅎ
주저리 말이 길었는데 이제 저의 힐링푸드를 소개하려고요 .
10
년 전 독일북부로 유학을 왔는데 참 살기가 녹녹치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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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더 힘든 건 누구나 다 그렇지만 외로움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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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저에게 친구가 되어주신 분이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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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에 사시던 할머니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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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할머니는 저에게 참 친절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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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가 당시 여든 이셨는데 무척 정정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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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때 선생님을 하셨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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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의 서툰 독일어도 잘 알아들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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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도 많이 주셨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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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원에서 선생님한테 책 읽는 게 영 서툴다고 혼났다고 이야기하니 자기 집에 와서 신문이나 읽어 달라하시고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중이라 하니 마침 할머니 댁에 청소하러 오는 아줌마가 그만둔다고 청소 할 사람이 필요하다 하신 거며 정말이지 저의 독일 생활에 첫 친구며 멘토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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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분이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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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보면 그 분도 사람이 그리웠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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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아들은 멀리 살고 남편 분은 오래 전에 돌아가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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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할머니가 저를 초대해 첨으로 해주신 음식이 그륀콜 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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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륀콜은 겨울이 되기 시작하면 먹는 대표적 겨울음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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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케일이라 알려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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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쌈으로 많이 드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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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푹 끓여서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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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은 서리가 한번 내리고 나면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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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많이 질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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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끓여서 고기랑 소세지랑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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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해 그륀콜을 주시는데 먹는 순간 외할머니가 해주신 국물 자작자작한 시래기 장맛이 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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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
그 후로 레시피 물어볼 생각은 못하고 그륀콜을 사다가 된장을 넣고 끓여먹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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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 맛은 비슷한 반면 그륀콜은 많이 뻣뻣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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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된장 넣고 참 많이도 먹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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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시래기장이 생각나기도 하고 나물이니 다양한 채소가 많지 않은 독일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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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깡통에 들은 그륀콜 자체는 무척 가격이 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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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에서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기숙사에 살게 되어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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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에 살면서 동네가 다르니 살던 때처럼 자주는 못 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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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
년 전 부터 건강이 많이 나빠져 요양원에 계시다가 지난
8
월에 돌아가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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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그륀콜 끓이는 법은 몇년 전 시어머니에게서 배웠어요 . 그 이후로는 된장 넣은 그륀콜은 더 이상 먹지 않아요 . 된장 넣은 그륀콜은 뻣뻣하기도 하고 힘들었던 그때가 생각나기도 해서요 . 이 독일식 그륀콜이 매년 겨울이 되면 끓여먹는 저의 힐링 푸드예요 . . 아 ! 독일 사람들은 그륀콜을 감자랑 먹는데 저는 밥이랑 먹기도 해요 .
다양한 채소가 많은 한국에서는 그륀콜 끓일일이 없으시겠지만 그래도 눈으로 한 번 보시라고 사진과 레시피를 함께 올려요 . 그리고 혹여 이글을 보시는 북독일에 사시는 분들 꼭 해드셔 보세요 . 겨울엔 꼭 드셔야 해요 . 정말 맛있습니다 .
재료 : 그륀콜 ( 케일 - 저는 깡통에 들은걸 썼는데 냉동도 괜찮아요 . 신선한걸 쓰시려면 다듬은 다음 한번 오래 삶아줘야 하기에 저는 냉동이나 깡통을 사용합니다 .), 갠제슈말즈 ( 거위기름 ), 양파 , 스펙 ( 두꺼운 베이컨 ), 핑켈 ( 소세지의 일종인데 정확히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어요 . 죄송해요 . ㅜㅜ ) 콕부어스트 ( 끓여먹는 소세지 ), 카슬러 ( 훈제돼지고기 ), 플라이쉬뷰류헤 ( 육수 ), 먹을때 젠프 ( 서양겨자 )
두꺼운 냄비에 갠제 슈말즈를 넣고 잘게 다진 양파를 넣어 볶아주세요 .
그후 스펙을 넣어 볶아주세요
깡통에서 꺼낸 그륀콜을 한번 헹군 다음 물을 꼭 짜고 칼로 듬성듬성 잘라 준비해 뒀다가 넣어주세요 . 거기다 플라이쉬뷰류헤를 자작자작할 만큼 넣어주세요 . 한번 센 불로 훅 끓고 나면 불을 줄여 1 시간 정도 끓여줍니다 . ( 먹기 전날 끓여두면 더 맛이 좋아요 )
핑켈과 콕부어스트를 넣어서
20
분정도 끓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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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슬러를 넣어 카슬러가 익을 때까지 끓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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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슬러가 너무 익으면 뻣뻣하니 적당히 익혀주세요
.
–
이쯤에서 간을 한번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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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스펙이나 소세지에 소금간이 있어서 저는 소금 간을 따로 안합니다만 기호에 맞게 이쯤에서 소금을 한번 넣으시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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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슬러가 익어가는 동안 감자를 삶습니다 .
감자를 담고 카슬러
,
콕 부어스트 그리고 그륀콜을 접시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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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에 따라 서양겨자를 곁들여 먹으면 맛있어요. 굿텐 아펫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