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 시래기 된장국과 그륀콜

| 조회수 : 8,583 | 추천수 : 5
작성일 : 2014-11-25 18:55:27

외할머니는 음식을 참 잘하셨어요 . 외할머니 댁에만 가면 맛있는게 많아 너무 좋았죠 . 그 중에서도 가장 맛있었던 건 시래기로 끓인 된장국이었어요 . 국물이 자작자작한 시래기 된장국과 밥 한 그릇이면 정말 행복했죠 . 제가 시래기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 그 된장을 끓이시던 외할머니는 지금 연세가 드시고 몸이 아파 병원에 계신지 꽤 되셨어요 . 올해 초에 남편 , 아이와 함께 할머니를 뵈었는데 밥 한 끼도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눈물을 보이셨어요 ...


할머니가 끓여주던 시래기 장은 앞으론 먹을 기회가 없어서 저의 힐링푸드가 아니에요 . 적어도 힐링푸드는 먹을 기회가 종종 있어 먹을 때마다 힐링이 되어야 하잖아요 . 그리운 음식이죠 . ㅎㅎ

 

주저리 말이 길었는데 이제 저의 힐링푸드를 소개하려고요 .

10 년 전 독일북부로 유학을 왔는데 참 살기가 녹녹치 않았어요 . 경제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더 힘든 건 누구나 다 그렇지만 외로움이었어요 .. 그런 저에게 친구가 되어주신 분이 계세요 . 아래층에 사시던 할머니였죠 . 이웃할머니는 저에게 참 친절하셨어요 . 연세가 당시 여든 이셨는데 무척 정정하셨어요 . 젊을 때 선생님을 하셨대요 . 그래서 저의 서툰 독일어도 잘 알아들으셨어요 . 도움도 많이 주셨고요 . 어학원에서 선생님한테 책 읽는 게 영 서툴다고 혼났다고 이야기하니 자기 집에 와서 신문이나 읽어 달라하시고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중이라 하니 마침 할머니 댁에 청소하러 오는 아줌마가 그만둔다고 청소 할 사람이 필요하다 하신 거며 정말이지 저의 독일 생활에 첫 친구며 멘토였어요 . 고마운 분이셨죠 .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분도 사람이 그리웠던 거죠 . 외아들은 멀리 살고 남편 분은 오래 전에 돌아가셨거든요 . 그런 할머니가 저를 초대해 첨으로 해주신 음식이 그륀콜 이었어요 .


그륀콜은 겨울이 되기 시작하면 먹는 대표적 겨울음식이에요 . 한국에선 케일이라 알려져 있어요 . 주로 쌈으로 많이 드시잖아요 . 여긴 푹 끓여서 먹어요 . 수확은 서리가 한번 내리고 나면 하거든요 . 그러니 많이 질기죠 . 푹푹 끓여서 고기랑 소세지랑 먹어요 . 초대해 그륀콜을 주시는데 먹는 순간 외할머니가 해주신 국물 자작자작한 시래기 장맛이 나는 거예요 . 오 .. 그 후로 레시피 물어볼 생각은 못하고 그륀콜을 사다가 된장을 넣고 끓여먹기 시작했어요 . 국물 맛은 비슷한 반면 그륀콜은 많이 뻣뻣했어요 . 한동안 된장 넣고 참 많이도 먹었네요 . 외할머니 시래기장이 생각나기도 하고 나물이니 다양한 채소가 많지 않은 독일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도 했구요 . 무엇보다 깡통에 들은 그륀콜 자체는 무척 가격이 싸거든요 .


그 집에서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기숙사에 살게 되어 나왔어요 . 기숙사에 살면서 동네가 다르니 살던 때처럼 자주는 못 뵈었죠 . 그런데 2 년 전 부터 건강이 많이 나빠져 요양원에 계시다가 지난 8 월에 돌아가셨어요 .


제대로 된 그륀콜 끓이는 법은 몇년 전 시어머니에게서 배웠어요 . 그 이후로는 된장 넣은 그륀콜은 더 이상 먹지 않아요 . 된장 넣은 그륀콜은 뻣뻣하기도 하고 힘들었던 그때가 생각나기도 해서요 . 이 독일식 그륀콜이 매년 겨울이 되면 끓여먹는 저의 힐링 푸드예요 . . 아 ! 독일 사람들은 그륀콜을 감자랑 먹는데 저는 밥이랑 먹기도 해요 .

다양한 채소가 많은 한국에서는 그륀콜 끓일일이 없으시겠지만 그래도 눈으로 한 번 보시라고 사진과 레시피를 함께 올려요 . 그리고 혹여 이글을 보시는 북독일에 사시는 분들 꼭 해드셔 보세요 . 겨울엔 꼭 드셔야 해요 . 정말 맛있습니다 .

 

재료 : 그륀콜 ( 케일 - 저는 깡통에 들은걸 썼는데 냉동도 괜찮아요 . 신선한걸 쓰시려면 다듬은 다음 한번 오래 삶아줘야 하기에 저는 냉동이나 깡통을 사용합니다 .), 갠제슈말즈 ( 거위기름 ), 양파 , 스펙 ( 두꺼운 베이컨 ), 핑켈 ( 소세지의 일종인데 정확히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어요 . 죄송해요 . ㅜㅜ ) 콕부어스트 ( 끓여먹는 소세지 ), 카슬러 ( 훈제돼지고기 ), 플라이쉬뷰류헤 ( 육수 ), 먹을때 젠프 ( 서양겨자 )

 

두꺼운 냄비에 갠제 슈말즈를 넣고 잘게 다진 양파를 넣어 볶아주세요 .



그후 스펙을 넣어 볶아주세요



깡통에서 꺼낸 그륀콜을 한번 헹군 다음 물을 꼭 짜고 칼로 듬성듬성 잘라 준비해 뒀다가 넣어주세요 . 거기다 플라이쉬뷰류헤를 자작자작할 만큼 넣어주세요 . 한번 센 불로 훅 끓고 나면 불을 줄여 1 시간 정도 끓여줍니다 . ( 먹기 전날 끓여두면 더 맛이 좋아요 )



핑켈과 콕부어스트를 넣어서 20 분정도 끓여줍니다 .



카슬러를 넣어 카슬러가 익을 때까지 끓여줍니다 . 카슬러가 너무 익으면 뻣뻣하니 적당히 익혀주세요 . – 이쯤에서 간을 한번 봐주세요 . 보통 스펙이나 소세지에 소금간이 있어서 저는 소금 간을 따로 안합니다만 기호에 맞게 이쯤에서 소금을 한번 넣으시는 게 좋아요 .



카슬러가 익어가는 동안 감자를 삶습니다 .

감자를 담고 카슬러 , 콕 부어스트 그리고 그륀콜을 접시에 담습니다 .


기호에 따라 서양겨자를 곁들여 먹으면 맛있어요. 굿텐 아펫티트!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이겔맘
    '14.11.25 7:59 PM

    저도 그륀콜 좋아해요! 정말 한국 나물 먹는 기분? 이거 안먹으면 겨울을 보낸거 같지 않아요.. 올해는 먹기 힘든상황인데... 사진보니 급 땡기네요^^

  • 뻔뻔한닥스
    '14.11.27 3:50 AM

    저도 올해 처음 그륀콜을 키톡에 올리려 끓여봤어요. 저는 이제 겨울 시작인듯해요. 이겔맘님도 그륀콜로 겨울을 시작해보시면..좋을텐데 먹기 힘든상황이시라니... 기회가 또 있겠죠?!

  • 2. 고독은 나의 힘
    '14.11.27 12:23 AM

    할머니와 유학생.. 정말 어색하지만 필요한 조합이었네요..
    낯선 나라에서 온 유학생에게 마음 열어주신 할머니.. 참 고마우신 분이네요..

  • 뻔뻔한닥스
    '14.11.27 3:53 AM

    독일사람들이 그것도 북독일 사람들은 좀 차갑다고들 하는데 한번 친해지면 진국이신 분들이죠. 저는 운이 좋게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지금껏 인연을 맺고 있어요. ^^

  • 3. 선덕여왕
    '14.11.27 10:03 AM

    독일가서 여행가서 보기만 했는데 먹어볼것 그랬네요,
    음식이 짜서 저것도 짤 것이다.
    그래서 빵만 먹었는데 사진보니
    먹고 싶네요.

  • 뻔뻔한닥스
    '14.11.28 5:24 AM

    맞아요. 독일음식이 좀 짜죠. 각종 양념이 발달한 한국과는 달리 소금 아니면 마기(간장은 아닌데 간장맛비스무리한 맛이 나는)외엔 별로 없는듯해요. 저희 어머니도 독일음식 안좋아하셨는데 이건 맛있다고 드셨거든요. 다음에 기회되면 함 드셔보세요.

  • 4. sweetie
    '14.11.27 12:57 PM

    케일 말씀하시니까 갑자기 얼마전 옆집에서 케일 베이컨 넣고 푹 끓여 요리한것,
    먹어 보라며 보내주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주네요.
    타향살이 외로우셨을텐데... 다행이 독일할머니랑 좋은 벗으로으로 지내셔서 좋아 보였고요!

  • 뻔뻔한닥스
    '14.11.28 5:26 AM

    맞아요. 케일 끓여 겨울식으로 먹더라구요. 첨엔 참 외로웠죠. 근데 이젠 가족도 생겼어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저에게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죠. 할머니도 이젠 없으시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1086 82에서 추천해주신행복 31 ··· 2024.11.18 6,995 4
41085 50대 수영 배우기 + 반찬 몇가지 28 Alison 2024.11.12 10,892 5
41084 가을 반찬 21 이호례 2024.11.11 9,055 2
41083 올핸 무를 사야 할까봐요 ^^; 10 필로소피아 2024.11.11 7,244 2
41082 이토록 사소한 행복 35 백만순이 2024.11.10 7,785 2
41081 177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10월 분식세트= 어 김.. 12 행복나눔미소 2024.11.08 3,175 4
41080 바야흐로 김장철 10 꽃게 2024.11.08 5,274 2
41079 깊어가는 가을 18 메이그린 2024.11.04 9,631 4
41078 드라마와 영화속 음식 따라하기 25 차이윈 2024.11.04 8,187 6
41077 아우 한우 너무 맛있네요.. 9 라일락꽃향기 2024.10.31 7,223 2
41076 똑똑 .... 가을이 다 가기전에 찾아왔어예 30 주니엄마 2024.10.29 9,849 6
41075 10월 먹고사는 이야기 12 모하나 2024.10.29 7,064 2
41074 무장비 베이킹…호두크랜베리빵… 12 은초롱 2024.10.28 6,427 5
41073 오랜만이네요~~ 6 김명진 2024.10.28 6,092 3
41072 혼저 합니다~ 17 필로소피아 2024.10.26 6,088 4
41071 이탈리아 여행에서 먹은 것들(와이너리와 식자재) 24 방구석요정 2024.10.26 5,024 3
41070 오늘은 친정엄마, 그리고 장기요양제도 18 꽃게 2024.10.22 9,946 4
41069 무장비 베이킹…소프트 바게트 구워봤어요 14 은초롱 2024.10.22 5,591 2
41068 만들어 맛있었던 음식들 40 ··· 2024.10.22 8,371 5
41067 캠핑 독립 +브라질 치즈빵 40 Alison 2024.10.21 5,953 7
41066 호박파이랑 사과파이중에 저는 사과파이요 11 602호 2024.10.20 3,423 2
41065 어머니 점심, 그리고 요양원 이야기 33 꽃게 2024.10.20 6,137 6
41064 고기 가득 만두 (테니스 이야기도...) 17 항상감사 2024.10.20 4,086 4
41063 오늘 아침 미니 오븐에 구운 빵 14 은초롱 2024.10.16 7,769 2
41062 여전한 백수 25 고고 2024.10.15 7,399 4
41061 과일에 진심인 사람의 과일밥상 24 18층여자 2024.10.15 8,352 3
41060 요리조아 18 영도댁 2024.10.15 5,438 3
41059 딸들에게온 가을소식(명절 과 생일을 지내는 유학생아이들) 12 andyqueen 2024.10.14 6,706 2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