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더위 쫓고 입맛 살리고… ‘쌈장 법사’
미로맘 |
조회수 : 5,641 |
추천수 : 9
작성일 : 2007-06-21 08:25:01
이 여름 밥 못먹는 당신에게
밥상 위 특급 도우미… 자극적이지 않아 소화도 잘돼 ‘온가족 보양식’
글=최승주·올리브쿠킹스튜디오 대표
사진=김보배 객원기자 iperry@chosun.com
입력 : 2007.06.19 23:50 / 수정 : 2007.06.20 02:40
여름으로 한발 성큼 들어선 요즘,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오르고 더위로 지친다.
냉방이 잘 된 사무실에서도 힘들긴 마찬가지.
에어컨 바람에 목이 아프고 콧물까지 흘리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생긴다.
벌써 입맛을 잃은 사람들도 있다.
쌈을 준비해 보자.
떨어진 입맛을 돋울 뿐 아니라 자극적이지 않아 소화도 잘 되고, 지나친 칼로리 흡수로 열을 내지 않아 몸에 좋다.
혼자서는 왠지 쑥스러워 먹기 힘든 쌈은
가족이 다 모인 저녁 식탁이 좋은데 여럿이 둘러앉아서 먹어야 제 맛이다.
머위나 방아잎 같은 산나물이나 담벼락에 기대어 커가는 호박잎, 배춧잎, 미나리, 상추와 깻잎 등
다양한 ‘푸새’들이 바로 쌈 재료들이다.
상추쌈이 가장 친근하지만 까칠한 겉껍질을 벗겨내고 살짝 찐 호박잎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쌈장 하나 곁들이면 눈 깜짝할 새 밥그릇이 빈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쌈장은 된장에 고추장, 다진 마늘 등을 넣어 맛을 내는데,
집집마다 맛이 다르고 맛내기 비법도 따로 있을 정도.
가장 기본적인 쌈장은 된장에 고추장, 다진 마늘, 다진 파, 참기름 등을 넣어 맛을 낸 것.
우리 시댁에서는 멸치가루를 넣어 쌈장을 만드는데 감칠맛이 기막히다.
된장의 양을 고추장보다 조금 더 잡고, 멸치가루를 넣은 후 청주나 맛술을 약간 떨어뜨려 넣는 방식이다.
볶은 콩가루를 넣어도 맛있는데 된장과 콩가루의 맛이 잘 어울리고 깊은 맛을 낸다.
조금 손이 가긴 하지만 다진 쇠고기를 참기름에 볶다가
고추장과 물, 설탕을 넣어 끓이고 나서 꿀과 잣을 넣은 약고추장도 쌈장으로 인기.
돼지고기와 꽈리고추를 넣은 황해도식 ‘볶음 고추장’은
아삭한 꽈리고추 맛과 고기 맛이 일품인 밥도둑의 절정판이다.
강된장도 빼놓을 수 없다.
표고버섯과 고추, 양파 등을 잘게 다져 된장과 섞은 뒤 물이나 쌀뜨물, 혹은 멸치육수를 넣어 바특하게 끓이면 되는데,
여기에 우렁이를 넣어 끓이면 ‘우렁강된장’이 되고,
쇠고기를 잘게 다져 넣어 끓이면 ‘별미된장조치’가 된다.
요즘에는 다시마나 미역 등 해조류로도 쌈을 싸 먹는다.
이들과 어울리는 쌈장으로 액젓에 다진 매운 고추와 마늘을 넣어 맛을 낸 액젓장이 있다.
쌈은 오뉴월 논밭에서 일하다 논두렁에서 먹는 들밥이자,
정월 대보름에는 배춧잎과 김으로 밥을 싸 먹으면 복이 들어온다는 복쌈이 되기도 한다.
오늘 저녁에는 복을 한가득 담아 먹을 수 있는 쌈을 준비해 더위도 식히고 입맛을 돋워 보는 것은 어떨까?
나물 무칠 때… 삼겹살 잴 때도… ‘팔방미인’
이런저런 재료를 넉넉히 넣어 만든 쌈장은 그냥 먹어도 맛있다.
쌈을 싸 먹는 것 외에 다른 요리를 할 때에도 활용하면 맛을 좋게 할 뿐 아니라 조리시간을 줄여준다.
▲나물 무칠 때=시금치나 근대, 아욱 등으로 나물을 만들 때 쌈장을 넣어본다.
향긋한 향을 더하려면 참기름이나 들기름 한두 방울을 넣어 맛의 변화를 준다.
▲삼겹살 잴 때=얄팍하게 썬 삼겹살에 쌈장을 발라 잠시 쟀다가 구우면 누린내가 가시고 간이 깊게 배어 맛있다.
▲비빔밥 양념장으로=약고추장은 밥맛이 없을 때 입맛 돋우기 좋은데
밥에 열무김치 올리고 약고추장만 넣어 쓱싹 비벼도 맛있다.
▲조림 양념으로=두부를 팬에 한 번 구운 후
쌈장을 살짝 발라 다시 한 번 살짝 구우면 구수한 향과 맛이 좋아 밥 반찬으로 아주 좋다.
생선조림을 할 때 양념장으로 사용해도 좋은데 등 푸른 생선보다는 흰 살 생선에 더 잘 어울린다.
▲부침개 반죽 양념으로=호박과 부추를 채 썰어 부친 부침개는 여름철 별미 중 하나.
밀가루에 소금을 넣어 간하는 것이 보통인데, 쌈장을 넣어 간하면 구수한 향이 돌고 소화도 잘 된다.
멸치가루 쌈장
▲재료=된장 1/4컵, 고추장 3큰술, 멸치가루 2큰술, 다진 파·마늘 2작은술씩, 물엿 2 작은술, 청주 1작은술
▲만드는 법=①멸치가루가 따로 없다면
국 내기용 멸치를 내장을 정리한 후 전자레인지 ‘강’으로 30초 정도 돌려
수분과 함께 비릿한 맛을 날린 후 분쇄기에 담아 1분 정도 곱게 간다. 전자레인지로 돌리면
멸치 특유의 비릿한 맛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②된장에 고추장과 멸치가루, 준비한 양념을 모두 넣어 고루 섞는다.
약고추장
▲재료=고추장 1/4컵, 다진 쇠고기 60g, 참기름 1큰술, 생수 4큰술, 설탕 2작은술, 꿀 1큰술, 잣 3큰술
▲만드는 법=①달군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다진 쇠고기를 볶는다.
②다른 냄비에 고추장과 물, 설탕 등을 넣어 한소끔 끓이다가
볶은 쇠고기를 더해 주걱으로 저어가며 끓이다가 꿀과 통잣을 넣어 맛을 낸다.
우렁 강된장
▲재료=된장 1/4컵, 우렁이 100g, 양파 1/5개, 매운 고추 1개, 다진 파·마늘 2작은술씩, 참기름 2작은술, 멸치육수 1/2컵
▲만드는 법=①우렁이는 맑은 물에 살살 흔들어 헹구고 양파는 굵직하게 다진다.
매운 고추도 송송 썰거나 굵직하게 다진다.
②뚝배기에 멸치육수를 담고 한소끔 끓이다가 우렁이와 된장, 양파, 고추 등을 넣어 끓인다.
이때 양파는 조금 남긴다.
③국물이 바특하게 되면 다진 파와 마늘 등을 넣고 참기름으로 향을 더한 후 남겨 놓은 양파를 얹는다.
칼칼한 맛을 더하고 싶다면 마지막에 고춧가루를 약간 뿌려도 좋다.
황해도식 ‘볶음 고추장’
▲재료=돼지고기 200g, 고추장 2컵, 꽈리고추 반 근, 물 약간
▲만드는 법=①냄비에 돼지고기를 넣고 물을 자박자박하게 붓는다.
돼지고기는 아무 부위나 상관없다.
고소한 맛을 좋아하면 삼겹살이나 목살, 담백한 맛을 좋아하면 엉치살을 쓴다.
중불에 20분 정도, 돼지고기가 살짝 익을 정도로만 끓인다.
②냄비에 고추장을 넣고 15분쯤, 죽 정도의 농도가 되도록 끓인다.
③꽈리고추를 냄비에 더한다. 꽈리고추가 숨만 죽으면 불을 끈다.
최승주 푸드스타일리스트가 소개하는 여름철 별미 멸치가루쌈장. /김보배 객원기자 iperr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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