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이벤트응모) 귀차니스트 엄마와 닭찜
"우 씨........."
"효진아~~~ 진아~~~~~~~~~~~~"
또.... 방에서 엄마가 나를 부릅니다.
세자매중 둘째였던 저는 여우같았던 언니 동생 사이에서 마음이약하다는(?)이유로
엄마의 심부름을 독차지 해야했던 파란만장한 어린시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오늘도 못이기고 엄마한테 달려가죠
엄마가 나를 그리 목터져라 불렀던이유...."불꺼....자게..." -_-;;
완전 대략난감입니다. 정말 어이없죠 그게 아니면 티브이 딴데틀어....라죠...
오죽하면 별명이 불꺼....겠습니까 지금까지도 ㅎㅎ
어릴적 아빠 하시던 일이 망하고 수많은 빚을 지고 도피(?)하셨던 아빠를 대신해
미싱공장을 다니며 서울 단칸방에서 우리를 키우신 엄마는 피나는 노력끝에
인천에 있는 주공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인천에 와서 목재공장에 다니셨죠 매일 같이 그 큰 원목들을 들고 나르고 자르고
얼마나 피곤했을까 생각은 들지만... 우리엄마 세계 최고의 귀차니스트였습니다
음식하는 취미라고는 찾아볼수도 없고 된장찌게 끓이던 냄비에 물붓고 김치찌게 끓이고
김치찌게 끓이고 남은 냄비에 다시 된장찌게를 끓여대서 나중엔 도데체 무슨 음식맛인지모르게 만드는
정말 대단한 아줌마였습니다
도시락 싸줄때도 마찬가집니다 반찬들이 김치랑 섞여서 언제나 빨간 계란말이를 먹어야 했고
친구들 앞에서 도시락 반찬 꺼내기도 민망할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우리엄마 꿋꿋합니다 나는 물고기를 잡아주지 않는다 물고기 잡는법을 알려주는거다
라는말로 자기 합리화를 시키기 일쑤였죠
그런엄마가 토요일 오후에 퇴근할때 그것도 가끔이긴 하지만 세자매 불러가며 감자 까라
파 다듬어라 시켜가며 끓여주던 빨간 닭찜 한냄비.....
파실파실한 감자 그릇에 올려놓구 열손가락 다묻혀가며 닭고기를 뜯어먹던 그 맛이란....
세자매 먹고난 그릇들은 수북히 싸여 또 귀찮은 엄마를 대신해 내 차지가 되곤 했지만 말입니다
나이가 들어 엄마밥 안먹겠다며 독립하고 잘 지내고있을때 였습니다
동생이 울먹이며 전화를 했더군요
엄마가 다쳤다고... 생명에 위협이 있는건 아니지만 많이 다쳤다고
눈앞이 캄캄한채로 미친듯이 울며 병원으로 갔더니
수술도 못하고 파랗게 질린입술로 침대 시트에는 피가 가득 묻어서는
내이름을 부르는겁니다....
도데체 어떻게 된거냐고... 왜 수술을 안해주냐고... 소리소리 질렀죠
철야를 한다고.... 저녁을먹고 남들 수다떨고 놀고있는 시간에
가구공장 기계를 혼자 가동해서.. 엄청나게 큰 톱으로 원목을 자르려고 하는데
그 톱앞에 조그만 나무가 튀고있더랍니다 그게 원목 자를 때 딸려들어가면 불량이 난다해서
그 나무토막 잡으려다가... 장갑낀 엄마 손이 딸려들어간겁니다
왜 수술하기전엔 금식 시키잖아요... 음식물이 있으면 기도로 역류해서 죽을까봐...
철야한다고 저녁을 먹은 직후라.... 자연 소화될때까지.... 손이 그렇게 심하게 갈린뒤에도....
엄마는 수술실로 못들어가고 진통제에 힘으로 버텨야만 했습니다
수십차례의 수술로 몇년후에 엄마는 불편한 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손가락은 다 붙여놓았지만
물건하나 잡을수 없고 간신히 가방을 걸수있을정도 이지요
그래도 딸네미 집에 가면 그 불편한 손으로 닭찜해준다고 주섬주섬 일어섭니다
저는 어릴적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아서 엄마를 대신해 반찬도 만들고 국도 끓이고 했습니다
어쩌면 먹고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달까??
지금은 남들앞에 근사한 상도 차려놓을 수있을만큼 어깨너머로도 배우고 시행착오 끝에 얻어내기도
하고 요리솜씨가 늘었답니다 그래서 독립한후 집에가서는 엄마대신 근사한 음식도 해주고 여러가지 반찬도
만들어놓구 오곤하지요 어릴적 엄마가 끓어준 징글징글한 섞인 음식이 싫어 절대 음식 섞는 법 없고
반찬도 예닐곱 가지 되지 않으면 밥 먹기도 싫어하고 아침에 끓인 국 저녁에 안올리도록 합니다
그런데 닭찜만큼은.... 닭찜만큼은 엄마맛이 안나네요
훨씬 신경쓰고 좋은 재료 쓰고 한다고하는데도... 그 매코롬하고 구수한 맛이 안나는건 왤까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세상에 있는 엄마의 수와 같다 했나요?
나중에 내 아이도 내가 해준 음식이 제일 맛있을테지요...
나도 내아이한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줄겁니다 그래도 불끄라고 시키진 않을래요
너무 하잖아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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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캔디나라
'06.10.14 2:59 PM꼬옥 이벤트응모에 당첨되기를 바라며 엄마땜에 힘들기만한너에게 좋은 추억하나 생겼으면 좋겠다
효진 화이팅^^2. CoolHot
'06.10.16 1:51 PM저도 울 엄마 음식이 제일 맛있는데 말이죠..^^;
그때 많이 놀라셨겠어요. 전 엄마가 손가락 하나 다치셨을 때도 엄청 놀랐었는데...3. 수연뽀뽀
'06.10.16 2:39 PM우리 엄마도 찌개 섞어 짬뽕엔 도사셨어요..
맛이 괜찮을 때도 있지만.. 조합코드가 영 아니올시다 싶을 때도 있었거든요..
되돌아보면 참... 징글징글하게 독하게 사셨구나 느낍니다..
결혼해서 내 살림 꾸리고 나서는 저도 음식 안 섞어요... 엄마의 섞어찌개 싫을 때가
더 많았거든여... ^^
글구 저도 님 당첨되시길 빕니다...4. 신효진
'06.10.17 9:01 AM헛..... 다른글 너무 재밌어서 두루 구경댕기느라
제글에 댓글 달린지도 몰랐습니다 ^^ 그저 감사할 따름이네욧
엄마 다친날 그때만해도 지하에 전화 안터지는데가 좀 있었을때 였어요
지하 소주방에서 친구들하구 띵까띵까 놀다가 갑자기 퍽....하고 얻어맞는 느낌이 드는거예요
갑자기 홀린사람처럼 일층으로 뛰어나가 전화기를 보고있는데 마침 동생한테 전화가 오더라구요
삼일전부터 이가 몽창몽창 빠지는 꿈을 꾸었었거든요
여자들 꿈이나 느낌이나 왜 있잖아요 무섭다싶을정도로.....들어맞는거
간호사가 내미는 엄마 다칠때 입고있던 옷 봉다리속에
피묻은 작업복이랑 장갑 사이에 그 못난 아빠가 해준 바보같은 반지가
썰어진채로 툭 하고 굴러나오는데 우리세자매 하늘무너지듯 울었습니다
오늘또 엄마 생각 나네요 ....
글구 엇 수연뽀뽀님 섞어 찌개의 아픔을 아시네요 진짜 짱나죠 그거 ㅎㅎ
알아주시는 분이 꼭 계시리라 믿었거든요 꺼이꺼이~
글구 캔디나라 고등학교때 부터 울엄마 대단한거 알쥐? ㅎㅎ
밤에 쌀 안씻어 불려놓았다는 대역죄를 지어 도시락 안싸준다는 억지(?)에
등교길에 궁시렁거리던거 생각난다 ㅎㅎ 고마워 항상 힘이되어줘서
사랑한다~~ 근데 어찌 댓글이 본문만큼 길어진거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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