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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엄마와 나] 엄마의 꾸러미

| 조회수 : 13,458 | 추천수 : 10
작성일 : 2013-12-16 14:05:19

안녕하세요 !

저는 어느덧 자취 10 년차가 되어가는 20 대 후반 처자입니다 .

저희 4 남매와 부모님은 모두 서울에서 생활하셨지만 , 지금 서울에 남아있는 사람은 저 뿐입니다 . 어머님은 지방으로 내려가셨고 , 언니와 남동생들은 외국에 자리를 마련해 함께 살고 있어요 .

서울에서 가족들과 시끄럽게 살다가 , 이렇게 서울엔 덩그러니 저만 남았네요 ^^

어릴 때부터 제가 너무 덤벙거려서 엄마는 특히 저를 많이 챙겨주셨어요 . 혼나기도 많이 혼났고요 ^^ 

그래도 요즘엔 ‘ 잔소리와 효도는 셀프 ’ 모드로 엄마와 나름 평화협정을 맺었는데 , 그래도 제가 걱정되시는지 하루에 열 두 번도 넘게 전화가 옵니다 .

늦지 않게 , 엄마께 받은 사랑을 기록하고자 , ‘ 키친토크 ’ 에 글을 쓰면 어떨까 싶었어요 . 부족한 글 솜씨지만 , 반응 좋으면 엄마에게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


저희 엄마는 요즘 말로 ‘ 츤데레 ’ 스타일입니다 .

겉으로는 무심하고 쌀쌀맞지만 , 뒤에서 엄청 챙기시는 편이죠 .

제가 고맙다고 말하면 , 다시 ‘ 쳇 ~ 너 같은 자식이 난 넷이나 있어 ’ 뭐 이런 모드로 돌아가십니다 ^^

그런 엄마와 사소한 말다툼을 했습니다 .

‘ 가까이 있는 자식에게 돈이 더 들어간다더니 …’ 저는 또 ‘ 가까이 있어서 내가 더 부모 챙기지 않느냐 ’ 뭐 이런 늘상 있는 레퍼토리로 ^^

그러더니 , 전화 말미에 “ 잘 먹지도 않는 년 , 쪼금 쪼금씩 넣어서 꾸러미나 하나 보내줄 테니 그거나 먹어라 ” 이러십니다 .

엥 꾸러미 ?

그러더니 , 지난 토요일에 택배가 하나 도착했습니다 . 어머니가 손이 커서 , 늘 많이 보내시는데 이번에도 박스가 범상치 않습니다 . ( 예전엔 유학가서 , 국산 양말이 필요하다니까 백 켤레를 보내셔서 , 룸메들과 뒤집어진 적도 있어요 …)


구경하시죠 ! ^^


꾸러미라더니, 어마어마한 박스가 또 도착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인 것은 김치전! 굴을 싸서 보내주고 싶었는데, 상할까봐 이렇게 김치전 속에 넣어주셨다고 합니다. 

바로 꺼내, 전자렌지에 돌려먹었습니다. 

사과와 귤도 있네요! 

 

고급스런 나무박스도 있어, 열어보니 국수가 들어있습니다. 

제가 면요리(라고 쓰고, 라면이라 밝힙니다...)를 자주 먹어서 걱정되셨나 봅니다.  근데 소면은 어케 먹는 건가요? ^^;;


생강편강과 진액입니다. 
이건 저희 엄마도 직접 잘 하시는건데, 이번에는 사서 보내주셨네요. 진액은 맥주에 타서 먹을 겁니다. 꺄아~ (엄마 미안)

좋고 비싼 계란이니, 하루에 하나씩 꼭 먹으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떡국육수와 떡국입니다.
제가 겨울만 되면 떡국을 먹고 싶어하거든요. 나이는 먹고 싶지 않은데 ㅠㅠ 
요리잘하는 남자친구에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는데, 엄마가 먼저 만들어주셨네요! 밥 한덩이 말아 먹으라고 하시네요. 육수의 비법은 안 가르쳐주십니다. =,.= 먹고 싶으면, 걍 사다먹으라고... 


엄마의 '꾸러미' 덕분에 주말이 행복했습니다. 
생강 편강은 사무실에 가져와서 차로 우려먹었어요. 우적우적 씹어먹으라고 하셨지만, 차로 타 먹으니 더 좋던데요?! 

마지막으로 엄마와의 문자내역을 공개하며 글 마치겠습니다. 

저희 엄마 딸이라, 저는 너무 좋네요!

날씨 추운데, 마음만은 따뜻한 날 되세요!



2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첼로 사랑
    '13.12.16 2:37 PM

    저도 젊었을땐 이리 챙겨주시던 어머님이 이젠 80이되셔서
    제가 챙겨드립니다.
    딸들에게 극성스러울정도로 챙기신 어머님들 아직은 젊다는
    증거랍니다. 부럽네요~~

  • Papermint
    '13.12.16 8:51 PM

    아직은 젊다는 말씀에, 제가 위안을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

  • 2. 도현엄마
    '13.12.16 4:12 PM

    와우 ~~ 행복하고 든든하시겠어요

    어머님이 짐싸시면서 즐거우셨을거 같아요 ㅎㅎㅎ

  • Papermint
    '13.12.16 8:52 PM

    엄청 툴툴 거리셨을 거예요. "이걸 줘? 말어?" 이러시면서 꽉꽉 눌러 담으셨겠죠? ㅎㅎ 감사합니다.

  • 3. 조금느리게
    '13.12.16 4:25 PM

    부러운 모녀 사이네요.
    저는 엄마가 오래 전에 돌아가시고, 딸은 고딩이라서리;;

  • Papermint
    '13.12.16 8:53 PM

    감사합니다. 늦기 전에 좀더 살뜰하게 지내도록 노력해야겠어요. :)

  • 4. 예쁜솔
    '13.12.16 5:40 PM

    저도 이러셨던 엄마가 83세...
    이제는 어린아이 같아지셔서 돌봐드려야 합니다.
    제 딸에게 이런 엄마가 되어야할텐데...

  • Papermint
    '13.12.16 8:53 PM

    분명! 그러실거예요. ^^

  • 5. yuni
    '13.12.16 6:48 PM

    저 생강 농축액이 맛있더라고요.

  • Papermint
    '13.12.16 8:53 PM

    오호.. 유명한 제품이군요. (얼른 맥주에... ㅎㅎ)

  • 레몬쥬스
    '13.12.17 3:42 PM

    맥주에 넣어 드셨나요?
    빠른 행동력(?)으로 맥주사서 넣어먹었는데 좀 좀.. 달더구만요...ㅋ

  • 6. 이플
    '13.12.16 6:53 PM

    부러워죽겠구만유...ㅎㅎ

  • Papermint
    '13.12.16 8:53 PM

    흐흐, 감사합니다 ^^

  • 7. 찐쯔
    '13.12.16 11:16 PM

    작년에 돌아가신 엄마가 너무 보고 싶네요.
    글은 못쓰시지만 저희는 마주보며 늘 이런식으로 대화하곤 했었는데...
    벌써 13개월이 지났네요~
    엄마 많이 사랑해드리고 많은 사랑 받으세요.
    저도 보름후면 다시 엄마뵈러 갑니다~

    비록 납골당에 있는 사진뵈러 가는 것이지만 그래도 너무 좋답니다^^

  • Papermint
    '13.12.17 9:16 AM

    네, 받은 만큼 저도 어머님께 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운데, 잘 다녀오세요! ^^

  • 8. angel3
    '13.12.17 7:19 AM

    그저 부럽네요.엄마께 더 잘해드리세요.이 참에 저도 엄마께 전화 한 번 해야겠네요.

  • Papermint
    '13.12.17 9:16 AM

    네. ^^ 감사합니다.

  • 9. 스콜라
    '13.12.17 8:53 AM

    어머님이나 따님이나 유쾌하십니다~~
    덕분에 흐뭇한 맘으로 하루 시작합니다!
    저 오색소면 맛있더라구요. 삶아서 육수에 말아드셔도 되고 김치넣고 비빔국수 해드셔도 되구요~~
    골뱅이무침에 소면넣어서 맥주랑~~^^

  • Papermint
    '13.12.17 9:17 AM

    오.. '맥주랑!'이 포인트지요? ㅎㅎ 감사합니다.

  • 10. toosweet
    '13.12.17 1:14 PM

    엄마에게 무심한 제가 참...그러면서도 님같은 딸이 없는건 아쉽고...
    부럽사옵니다,살뜰한 모녀사이요^^,

    근데 진액을 맥주에 넣음 덜 취하나요??^^궁금...

  • Papermint
    '13.12.18 11:26 AM

    덜 취하진 않고요, 더 많이 먹게 됩니다. :) ㅎㅎㅎ

  • 11. 아이스블루
    '13.12.18 12:50 AM

    문자내용이 참 정겹네요^^

  • Papermint
    '13.12.18 11:27 AM

    제 문자를 자주 무시하시긴 하지만^^;; 어쩌다 답장 보내주실땐 저리 따뜻하게(?) 보내주세요.

  • 12. 초롱
    '13.12.18 5:45 PM

    택배보내며 계란까지 나오니 두손 들어버맀어요.
    대단하신 엄니사랑입니다. 전 고렇게 전혀 못해요.
    박스로 안겨버리는 엄니의 큰손 ... 행복하신 페퍼민트님....^^
    울딸에게 엄청 미안해지네요.

  • 13. 노라제인
    '13.12.19 12:58 AM

    따님 마음도 너무 이쁘고 ....모녀 사이 부러운데요

  • 14. 레드크리스탈
    '13.12.20 4:00 PM

    그런 꾸러미 받아 본 적이 없어서...부럽.
    나중에 울딸이나 해줘야겠어요^^

  • 15. elodie
    '13.12.23 3:41 PM

    양말이야기에
    숨겨진굴 달걀 ㅎㅎㅎ 맙소사 ..
    울 엄마 모습이 보이기도하고 울 딸한테도 잘해줘야지 마음먹게 되는 순간이에요 ㅎㅎ

  • 16. 숭늉
    '13.12.28 11:01 PM

    저 수연소면 탱글탱글하니 맛난거에요~
    비빔장 몽땅 만들어놓고 채소도 채썰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면만 그때그때 삶아서 비빔국수 해먹으면 간단하니 좋아요
    국수 별로 안 좋아했는데... 수연소면 먹어보고 국수가 맛난거였구나 했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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