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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가보니

외식의 즐거운 추억, 쓰라린 경험을 진솔하게 털어놓기

제대로 된 냉면전문점 '옥류담'-

| 조회수 : 5,341 | 추천수 : 47
작성일 : 2009-02-03 15:23:39
전 면요리를 별로 안좋아해요. 칼국수, 스파게티, 라면, 짜장면, 짬뽕... 안 좋아할 뿐, 그렇다고 딱히 안 먹지는 않아요. 그래서 안 좋아하는 걸 모르는 사람도 많죠. 특히 저랑 몇년 째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은 아직도 몰라요.

- 너 먹고 싶은 거 먹자. 짜장면은 어때?
- 나 짜장면 안 먹잖아.

- 어, 그래? 저번에는 먹었잖아.
- 나 그때 잡채밥 먹었거덩?

매번 이런 식이랍니다.-_- 그런데, 유난히 좋아하는 면요리가 하나 있어요. 회냉면. 그냥 비빔냉면은 안되고 반드시 회냉면이어야 해요.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구반포 함흥냉면이나, 뉴코아 지하 배나무집에서 늘 회냉면과 물냉면을 하나씩 시켜 나눠 먹던 추억 때문에 물냉면이 옵션으로 따라주면 금상 첨화죠.




  옥류담의 함흥회냉면.


  일산으로 이사오니 회냉면을 먹을만한 곳이 없어요. 회냉면을 좋아하지만 맛에 그닥 까탈스럽진 않거든요. 뜨거운 육수, 꼬들꼬들  씹히는 회무침, 새콤 달콤한 양념장이면 일단은 합격이에요. 여기서 육수에서 조미료 맛이 강하게 난다거나, 면발이 너무 불었거나 혹은 질기거나,  양념 다대기에서 역시 조미료 맛이 강하게 나면 슬프지만 그래도 회냉면이니까 봐주죠.

웬만큼 슬퍼도 봐줄텐데 회냉면 먹을 곳이 정말 없어요. 여의도에서는 노총빌딩 '횡성한우'나 '대도회관'에서 그럭저럭 회냉면 맛을 볼수 있었는데, 일산은 고기집에서도 회냉면은 안 팔더라구요. 칡냉면 집이 더러있는데, 시커면 칡냉면은 아예 싫어해서 그건 패스.








  냉면에 곁들여 먹는 정갈한 김치들. 대표적인 평양음식인 백김치는
  남북 교류시 옥류관이 자주 나오면서부터 냉면집 디폴트 반찬이 되었다죠.


찾다 찾다 청석골이라는 대형 고깃집에서 회냉면을 발견했어요. 그런데, 여긴 뜨거운 육수를 안주고, 조미료 맛이 강한 찬 육수를 주더라구요. 두어번 참고 먹었지만, 뜨거운 육수로 매운기를 달래가며 먹는 그 맛을 포기할 수가 없어요.





  빈대떡이나 만두를 곁들여서 면이 주는 공복감을 해소하고, 매운 맛도 중화시켜줘요.
  옥류담의 100% 녹두 빈대떡. 음, 그래도 제가 한 게 훨 맛있어요...^^;


지난 설날 전 토요일. 느즈막히 일어나 입맛이 없어 점심도 거르고 애매한 시간에 설날 선물 사러 이마트를 찾았다. 우리 집에서 버스로 한 정거장 넘는 거리인데, 회사에서 나온 상품권이 신세계인지라 현금 굳힐 겸 선물 사러 이마트까지 갔죠. 이마트에 푸드코트가 있을테니 거기서 회냉면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같이 먹어주겠다는 남편과 함께 카트를 질질 끌고 갔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 이마트에는 푸드코트가 없다는 거예요!! 공사중이라 밖에 나가서 먹어야 한다네요. 당황해서 이마트 주변을 살피니 푸드코트는 고사하고 제대로 밥 먹을 데도 없어요. 그때가 오후 3시. 6시에 인사동 산삼 전문점에서 식사 약속이 있는 남편을 마냥 붙들고 있을 수도 없고, 어째요, 그냥 보내야죠. 인사도 할겸 산삼 먹으러 같이 가자고 하나, 남편의 인사동 어르신들은 함부로 뵙기는 좀 부담스러워요.






  겉은 바삭하게 잘 구웠는데, 속이 별로 알차지 않아요.
  다음엔 꿩만두를 먹어 보려구요.


하루 종일 굶은 채로 이마트의 협소한 공간을 무질서하고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인파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무거운 선물을 4상자나 사서 나오니 5시가 가까워요. 삐걱거리는 카트를 낑낑대며 끌고 요기거리 할 곳을 찾았으나 마두역이 지나도록 혼자 들어가 먹을 만한 곳이 없네요.

결국 포장마차 떡볶이나 먹을 셈으로 제일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으로 들어가 떡볶이 1인분을 달라고 했더니, 두 사람 서있을 자리를 혼자 채우는 게 못마땅 했던지, 아줌마가.

- 그 카트 때문에 사람들 못 들어오는데...

이러시는 거예요. 알았다며 돌아나오는데, 눈물이 핑... 그 옆 한산하지만 사람 좋아 보이는 젊은 부부의 포장마차에 들어가 떡볶이를 시켰는데, 맛도 없고, 도저히 안먹혀 반도 채 못 먹고 터벅터벅 카트를 끌고 돌아왔어요. (산삼코스를 마다하고, 떡볶이가 웬말이래요. 흑)
부디 인심 좋은 사람이 음식도 맛있게 만들고, 돈도 잘 버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 후로 이마트는 저에게 버림 받았어요. 푸드코트도, 회냉면도 없는 못난 일산 이마트...






  면을 직접 뽑는데 꽤 자부심이 있는 듯. 나오면서 "정말 맛있어요" 그랬더니
  아주 뿌듯해 하시면서 "면을 직접 뽑거든요."하더라구요.^^


석달 넘도록 그렇게 회냉면을 찾아 헤매다가 지난 토요일 밤, 웹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일산에 '옥류담'이라는 냉면전문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것도!! 호수공원 근처. 좀 멀긴 해도 우리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요!
당장 다음날 점심 옥류담을 찾았죠.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나, 산책 삼아 호수공원 한바퀴씩 돌던 거에 비하면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에요. (호수공원 제2주차장 맞은편 대우 무슨 리브르 건물에 있어요.)

남편이 일산에 살면서 식도락을 즐기는 회사 선배 한테, 일산에 회냉면 파는 집 있냐고 물었는데, 단호하게 없다고 하더래요. 그말 듣고 급 좌절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선배 '옥류담' 건물 오피스텔에 살아요. 뭐냐고요~






  가격은 그닥 착하지 않아요. 평양냉면전문집인데 함흥냉면도 같이 있는 게 특이 하죠.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의 차이는 함흥냉면은 지리상 바다가 가깝고 추운 곳이라 홍어나 명태 같은 회무침을 넣은, 입에 불이 나도록 매운 게 특징이고, 평양 냉면은 차가운 동치미 국물에 얼음 동동 띄운 물냉면이 주력이에요.






함흥냉면은 감자나 고구마 전분을 넣어 면발이 쫄깃하고, 평양냉면은 메일로 면발을 뽑기 때문에 잘 끊어지고 굵어요. 그런데, 옥류담, 면발이 제대로예요. 함흥 회냉면과 평양 물냉면이 면발만으로도 확연히 구분되거든요.






뜨거운 육수. 육수를 마셔보면 그 집이 제대로 된 냉면집인지, 무늬만 냉면집인지 알수 있어요. 넉잔도 넘게 마셨는데도, 텁텁함이 남지 않을  만큼 조미료 없이 제대로 우려낸 육수네요.

  



우와... 진짜 맛있었어요. 얼마나 찾아 헤맸던 회냉면이었던지...
그닥 자주 가게 될 것 같진 않아요. 남편이 바빠서 일산 가면 주로 혼자 먹게 되는데, 혼자서 사람 북적대는 냉면집에 앉아 기어이 회냉면을 먹을 만큼 먹는 것에 연연하는 타입도 아니고. 다만,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가서 먹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알아보니 일산은 냉면 전문점이 취약하더군요. 백석동인가 있는 모란각과 제가 소개해드린 옥류담 정도가 그나마 맛집으로 유명하더라구요. 입맛에 안 맞으실지 몰라도 고깃집에서 딸려 나오는 냉면과는 확실히 차원이 다르니까 냉면 좋아하시는 분 함 가세요~

장항동이나 마두역 근처 맛집 있음 추천 좀 해주세요~ 웨스턴돔이나 라페스타면 더 좋구요. ^^
그리고, 일산으로 이사오니 주말이나 퇴근 후에 맛집들이나 술집  보면 막 들어가고 싶어요. 여의도 살때는 직장도 여의도라 집 주변 음식점이 죄다 회식 장소여서 별루 안 땡겼거든요.
같이 이쁜 맛집 찾아 다니거나 술 한잔 기울일 동네 친구가 있음 좋겠어요. 주말에 같이 집에서 베이킹도 하구요. 아기가 없으니 이웃 주민 사귀기도 힘드네요. 일산 장항동이나 근처에 사시는 분들 우리 친구해요~~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직은초보
    '09.2.3 7:34 PM

    아~~~ 진작 알았다면 너무너무 좋았을 뻔했어요..
    일산 근처 살다가 이사온지 두달 됬는데..
    호수공원 가게되면 꼭~~ 가봐야겠어요.. 감사드려요~

  • 2. 밀크티
    '09.2.4 1:11 AM

    아~ 저도 이사온지 한달 되는데, ^^
    저도 옥류담 한 번 갔었는데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랬나 마음에 드는 맛은 아니었던 기억이에요.
    냉면만큼 자기 기호가 강하게 작용하는 음식도 드문 듯 해요.
    꿈의 냉면집을 발굴하는 것 또한 제 인생의 과제 중 하나지요.

    일산에 2년 살았는데 그닥 맘에 드는 집을 못 찾았어요. 외식을 별로 안해서-하고 싶으나 할 기회가 없어서요.
    대신 케이크집은 추천해드릴 수 있는데요.
    한라 밀라트에 한스 맞은편으로 <라미띠에>라고 있어요. 모든 케이크류가 너무나 그리워요. 커피는 그럭저럭.
    라페스타 무슨 동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라리 옆으로 <madre>라는 작은 카페가 있어요. 커피맛도 제 입맛에 맞고, (믹스를 쓰지 않을 것으로 짐작되는) 와플도 좋아요. 그리고 의자도. 책 읽기 정말 좋은 의자에요.

    즐거운 일산 라이프 즐기시길.

  • 3. 만년초보1
    '09.2.4 9:16 AM

    앗, 마드레 찾다가 못 찾아서 핑크 프린세스 갔었는데! 라리는 찾았는데, 마드레는 안 보이더라구요.
    다시 한번 찬찬히 찾아 봐야 겠어요. 추천 감사 드립니다~~ ^^

    참 그리고, 밀크티님, 옥류담이 맘에 안드시면 중구에 오장동 흥남집 한번 가보세요.
    몇년 전에 대한극장에 영화 보러 가는데, 남편 한테 회냉면 먹고 싶다고 했더니 택시 기사 아저씨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맛있는 냉면집'이라며 소개해 주셨거든요. 제일 맛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좋았어요. 양념을 추가할 수 있도록 테이블 마다 구비해두는 서비스도 좋았구요.

  • 4. 빈마마
    '09.2.5 6:29 PM

    "옥류담"우리 집에서 가까워서 가끔씩 냉면 먹고 싶을때 가요. 지난 여름에 가고 못가봤는데 냉면값이 올랐네요. 처음 오픈할때부터 갔었는데 첨엔 비빔냉면이 좀 별로였는데 요즘은 맛있어졌나보네요. 제생각에 이집은 평양물냉면이 제일 맛있는거 같아요. 자극적인 맛과 쫄깃한 면발을 좋아하는 분들은 별로라고들 하시는데 구수한 메밀 면발과 꿩고기를 같이 넣고 만든 육수의 진하고 깊은 맛이 탁월해요. 재료의 본래맛을 음미하고픈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같이 나오는 백김치 , 열무김치도 맛있어요. 예전에 비지찌개팔 때 백비지도 맛있었는데 요즘도 파나 모르겠네요. 요새 외식 을 잘 안해서리... 근데 오늘 사진보니 냉면이 급땡기네요. 낼 먹으러 갈까?^^

  • 5. 만년초보1
    '09.2.6 11:30 AM

    빈마마님, 저희 집 근처 사시나봐요. 반가워요! ^^
    저는 내일 남편이랑 같이 가기로 했어요. 남편은 평양물냉면 먹었는데, 진짜 맛있다구.

  • 6. Passy
    '09.2.6 9:30 PM

    저도 일산 살면서 식당은 많은데 제대로 된 냉면집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시어른들이 함경도 분이라서 오장동 함흥냉면에 가끔 가는데 일산에선 만족스런 곳이 없었거든요.
    다음에 시부모님 모시고 가 봐야겠어요. 맛집 정보 고마워요~~

  • 7. 만년초보1
    '09.2.7 5:58 PM

    저 오늘 옥류담 갔다가 소설가 김훈선생님 봤어요. 혼자 오셔서 만두국 드시더라구요.
    만두국을 좋아해서 물끄러미 보다가 반백의 훤하게 생긴 얼굴에 포스가 느껴져서 유심히 봤더니
    김훈 선생님이었어요. 자전거를 좋아해 일산에 사신다더니 요 근방인가봐요.
    소설가 김훈과 평양냉면전문점... 참 잘 어울리죠? ^^

  • 8. 유니맘
    '09.2.9 1:36 PM

    어머 좋으셨겠어요.
    저두 김훈선생님 일산사신다고는 들었는데 어디서 뵌적은 없네요^^
    저두 평양냉면 좋아하긴 하는데 이집은 한번도 못가봣어요. 꿩고기를 육수로 사용한다는게 자꾸 걸려서요. 제가 조류를 무서워하고 안먹거든요.을밀대 냉면과 비교해서 어떤가요?
    비빔냉면엔 꿩고기가 안들어갔을거 같으니 비빔냉면 한번 먹고싶네요.
    언제나 맛깔나게 쓰시는 만년초보님 글 잘읽고 있어요. 저두 일산사는데 반가와요.

  • 9. 침방상궁
    '09.2.9 8:45 PM

    저도 옥류담 팬입니다
    군대간 아들은 왕팬이고요
    갑자기 글 을 보니 냉면과함께
    잘생긴 아들이 보고싶어집니다
    입대하기전 할일 목록에
    옥류담 냉면 먹기도있던데
    결국은 못먹고 들어갔네요
    첫휴가 나오면 꼭 먹여야겠네요

  • 10. 달아이˚
    '09.2.14 1:02 AM

    아.. 일산가야돼나 ㅠ_ㅠ

  • 11. TOP
    '09.2.25 6:08 AM

    아....옥류담 ... 몇년 전에 첨 오픈했을 때 굉장히 맛있었죠.
    재작년부터 좀 맛없어져서 안 갔었는데 다시 맛있어졌나 봐요.
    전 비빔냉면만 먹는데 면발이 영 예전 같지 않았었는데...
    원글님 글에서 면발 제대로라고 하는 걸 보니 다시 맛있어졌나 봐요.
    아 그리고 이집 양이 굉장히 많지 않나요?
    양 생각하면 가격은 올랐어도 비싼 편은 아닌 거 같아요.

  • 12. 허니
    '09.3.19 11:10 AM

    저도 몇년전에 갔다 별로여서 안가는데..
    그랜드 지하 냉면집도 많이들 가던데요
    전에 맛있는집이 있었는데 다 없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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