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식당에가보니

외식의 즐거운 추억, 쓰라린 경험을 진솔하게 털어놓기

커피, 그 아늑한 향을 따라 걷다. #1

| 조회수 : 5,133 | 추천수 : 0
작성일 : 2013-07-23 00:46:14

사실 전 커피를 좋아하긴 하지만 어떤 게 좋은 커피인지 커피맛을 구분하지는 못해요. 조근조근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해서 제게 좋은 커피집이란 로스팅을 잘하는 집, 커피 원두가 신선하고 좋은 집이 아닌 동네에 한적하게 있는 조용한 곳이에요.

요리가 주인 커뮤니티에 커피맛에 반해 올리는 글이 아니라 좀 망설여지긴 하지만,
오랜만에 주절주절 글을 올리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글을 남겨요.

 

예전엔 커피집에 오래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게 참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다른 이유는 둘째치고 참 재미없고 지루하기만 할 거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신기한 건 처음 몇 번, 그리고 종종 커피집에 앉아있다 보니 예전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걸 제가 하고 있더라고요.

커피만 빨리 마시고 일어서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천천히 마시고 앉아있어요. 그래서인지 사람 북적북적 복잡한 커피집이 아닌 동네 골목길에 있을법한 한적하고 조용한 커피집을 찾아다니나 봐요.

제게 커피집은 이래요. 한적하고 고요한 커피집만큼 책이 잘 읽히는 곳도 없고, 무엇인가 끄적이고 생각하기에도 커피집만 한 곳이 없거든요. 그리고 또 누군가를 기다리기에 참 좋은 곳이에요.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설렘이 가득한 곳이죠.
그녀가 커피집의 작은 나무문을 열고 들어와요. 무엇보다 환한 미소를 머금고 하이톤의 "아저씨~"를 부르며 들어오죠. 그럴 때면 그녀를 처음 만난 그때처럼 제 마음속의 풍선을 부풀어오고 두근두근 누군가가 북소리를 내는 거 같아요. 그래서일까요, 제게 커피집은 쌉싸름한 원두의 향이 나는 곳이기도 하지만 꽃향기가 가득한 곳이기도 해요.

홍대와 가까운 합정이라 사람이 북적북적 번잡한 곳을 생각했는데 직접 손때 묻혀가며 아기자기 꾸민 듯한 분위기여서인지 지금은 편안하고 포근하기까지 해요. 처음엔 '창타르샤'인지 알았는데 한참을 다니고서야 알았어요. '앙타르샤'라고.

파스텔 톤의 목재 테이블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무엇인가 적을 수 있는 노트가 항상 있는 것도 좋았어요.

 

어느 날 우연히 벼룩시장을 구경하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어린 시절 추억이 가득한 장난감을 발견했을 때의 그 사소한 기쁨처럼,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우연히 자신이 남긴 이런 메모를 보면 기쁘지 않을까요.

 

지난 겨울 바람이 많이 부는 어느 날 여느 때처럼 그녀를 기다리던 때였어요. 마침 제가 감기에 걸려서 기침을 좀 했었는데 그게 안쓰러우셨는지 비타민이랑 따뜻한 물을 가져다주시더라고요. 누군가를 배려한다는 건 저 때 저 따뜻한 물처럼 참 따뜻한 일이겠죠. 주절주절 쓰긴 썼는데 커피맛은 어떻고 이런 얘기는 없는 거 같아요. 사진의 저 커피는 베트남 연유커피인가 그랬을 거예요. 그냥 달달한 카라멜 같은 맛이었어요.

 

처음에도 말했지만, 커피집에 가면 거의 매번 아메리카노만 마셔요. 열 번에 아홉. 그리고 날씨 쌀쌀한 날엔 라떼를 마시기도 하지만 항상 저것들만 마셔요. 근데도 사실 맛은 잘 몰라요. 그냥 익숙해서인지 관성에 의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쌉싸름한 것 외엔 다른 것은 느껴지지 않는 그게 좋아서였고 라떼는 어딘가 모르게 싸우고 나서 화해를 하는 맛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에요.

 

처음 글을 쓸 땐 종종 가는 커피집 세 군데 정도를 한꺼번에 올리려고 했는데 사진을 삭제하다 글이 날아가고 또 날아가고... ㅜㅠ
오늘은 이만 줄여야겠어요. 사실 여기에 이런 글을 남겨도 되려나 걱정도 되네요.

당신의 커피집은 어떤 향이 나는 곳인가요.
제게 커피집은 꽃향기가 나는 곳이에요. 그녀를 기다릴 수 있어서 설렘이 가득한 꽃향기가 나는 곳이요.

 

보너스로 글에 종종 등장하는 그녀가 하사하신 빵들 사진 올려봅니다.

(자랑목적이니 양해바랍니다;;;)

 





 

하나 마나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시원한 밤 되세요.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찰새
    '13.7.24 12:52 AM

    목재테이블이 얼핏보이는데 인상적이네요^^

    글 잘읽고갑니다!

  • vousrevoir
    '13.7.24 4:47 PM

    참 마음에 드는 테이블이에요. 방에 가져다놓고 싶은. 괜히 책도 잘 읽힐 거 같고 커피도 더 맛있을 거 같고 그런 느낌이에요.

  • 2. 분홍신발
    '13.7.26 12:02 PM

    분위기 좋아보이네요...아늑해보이고요...
    나중 가봐야겠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612 가든에서 바베큐와 맥주~ 3 작은복숭아 2013.08.07 6,633 0
4611 [도곡국수맛집] 비오는 날 더 땡기는 납작만두와 비빔국수 ★★★★☆ 서리보울! 3 샤론황 2013.08.05 7,035 0
4610 신반포 경남상가 '드래꽃' 한정식집 1 엘로그린 2013.08.05 9,681 0
4609 한옥 인테리어 속의 작은 이태리 레스토랑, 삼청동 대장장이 1 작은복숭아 2013.08.04 6,327 0
4608 봉피양 인천공항, 봉피양 이름걸지 말고 그냥 한식집으로 가길.. 5 김미우미우 2013.08.03 7,417 0
4607 부천시청역 갑니다. 점심 먹을 곳 추천이요 1 나연맘 2013.07.31 4,289 0
4606 연남동 툭툭 누들타이 6 심심한동네 2013.07.30 8,449 0
4605 낙성대 입구 "'흑룡강" 3 한나푸르나 2013.07.29 6,045 0
4604 대림사거리 ~ 대림동 강남성심병원 근처 맛집 좀 추천해 주세요~ 2 seedveil 2013.07.28 8,855 0
4603 깡장집..시청점 정말 실망했네요 1 mflo 2013.07.27 4,061 0
4602 포항 환호해맞이공원 근처 맛집 좀 추천해주세용~~ 1 라마다호텔 2013.07.26 5,008 0
4601 서래마을. 청해. ㅜ ㅜ 소금세례 받았네요 4 nikonlee 2013.07.25 13,076 0
4600 커피, 그 아늑한 향을 따라 걷다. #1 3 vousrevoir 2013.07.23 5,133 0
4599 부여여행기 5 라벤다 2013.07.20 4,348 0
4598 판교맛집 아브뉴프랑에 있는 한식뷔페 계절밥상 49 쿠쿠밍 2013.07.19 20,083 1
4597 제주 함덕- 빅햄버거 파란물고기 2013.07.16 5,347 0
4596 구미에 괜찮은 한정식 맛집 minishop 2013.07.09 7,887 0
4595 신촌 서서갈비를 먹고왔어요... 정말 장난아닙니다. 12 깜엔겔 2013.07.09 11,274 0
4594 구미 샐러드 맛집 라테라스 5 minishop 2013.07.03 7,899 0
4593 2+1 갈비 이벤트 하길래 다녀왔어요~ 갈비냉면 맛보기! 7 샤론황 2013.06.28 5,920 0
4592 신당 딤섬집 바오쯔 냉모밀 9 김밥빵커피 2013.06.28 6,147 2
4591 통영 맛집 정리 49 호도리 2013.06.26 40,666 2
4590 단호박을 통째로 구워만든 리조또 그라탕과 프리미엄 빠네파스타! 4 샤론황 2013.06.24 5,294 0
4589 [먹거리 X파일 착한식당] 강화도 맛집 착한비빔밥 '마니산산채' 4 momoaroa 2013.06.24 26,660 0
4588 [삼청동카페] HIt The Spot 눈꽃빙수와 브리오슈 7 샤론황 2013.06.22 5,997 0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