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여러분 모두를 존경합니다!
늘 좋은 구경만 하고 침만 흘리다가 오늘은 저도 글을 올려봅니다. ^^
미리 말씀드리지만 참신한 레시피는 없어요. 그럴 실력이...
저는 남편과 두돌된 딸아이와 미국에 살고 있는 여인이랍니다.
여기보니까 외국 생활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듯 하던데
모두 어쩜 그리 요리도 잘하시고 열심히들 사시는지요.
부끄럽게도 저는 언제 한국에 돌아가게 될까만 생각하며 살고 있었는데요...
당연히 저의 생활이 순탄할리가 없지요. 특히 매일매일 밥상을 차리는 일은 거의 고문이었답니다.
한국에 있으면 누릴 수 있는 많은 것들 - 친정과 시댁에서 퍼날르기, 전화한통이면 코앞까지 날라다 주는
다양한 배달음식, 산지에서 바로 보내주는 특송제품, 우리땅에서 자란 맛있는 과일과 신선한 야채들...
늘상 이런것들만을 꿈꾸며 무슨 귀향떠나온 사람처럼... 우울했지요.
저의 요리실력은요... 뭐 실력이랄것도 없지요. 거의 결혼하고 부터 밥하기 시작했으니까요. ^^;;
그래도 얼마간은 참 열심히 이것저것 시도해보기도 했답니다.
계량컵과 스푼, 저울을 사고 열심히 달고 재가며 요리책과 씨름하기를 여러날...
참 이상한게요. 요리책대로 그대로 한다고 했는데도 제입맛에도 남편입맛에도 영 별로인거예요.
유명하다는 요리 선생님의 책이었는데... 제가 융통성이라곤 없는지 한가지 재료라도 빠지면
아예 시작을 안했거든요. 그만큼 그대로 해보려고 애썼는데...
차라리 그냥 얼렁뚱땅 참치넣고 김치찌개나 끓이고 생선굽고 김이나 꺼내고, 그렇게 먹는게 낫더라구요.
해도 맛이 안난다 싶으니까 점점 더 하기가 싫어지구요. 귀찮은 맘으로 하니까 더 맛은 없구요.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단 다른 요리책부터 좀 구입을 했지요.
그중 한 권이 칭.쉬 였답니다. ^^ 이 보물을 구입하기 전에는요, 저는 이사이트도, 혜경쌤도 몰랐어요.
어찌나 요리책이 무슨 소설처럼 재미가 있던지...요즘 정말 끼고 살고 있지요.
제가 칭.쉬 중에 제일 먼저 시도했던 요리는 스끼야끼였어요. 저도 당면을 좋아하거든요.
그날 저녁에 땀을 뻘뻘 흘리며 당면을 후루룩 먹는 울남편, 그동안의 밥상이 좀 미안하더라구요.
남은 당면으로 뚝배기 불고기도 하고 당면국도 끓여보았답니다. 제가 당면을 좀 많이 좋아해요. ^^
당면국이라니, 생전 처음들어봤지만 만들기도 간단하고 참 별미더라구요.
오늘 아침에는요, 어제 밤에 핏물 빼느라 잠수 시켜놓은 갈비를 손질해서 찜양념에 재어놓았어요.
혜경쌤 레시피 대로 하긴했는데 배가 없어서 배음료로만 1컵 썼거든요. 너무 달지는 않을까요? 걱정...
저녁에는 황태탕을 해봤지요. 황태머리같은건 당연히 버리기만 했던 저였는데...ㅎㅎㅎ
냉동실에 있던 홍합이랑 새우 좀 다져넣고 있는 야채, 없는 야채 다 꺼내서 전도 부치구요.
저희식구 모두 감기기운이 있어서 황태탕에는 고추가루도 약간 뿌려서 먹었답니다.
"요즘 요리책을 끼고 살더니 솜씨가 점점 좋아지는것 같은데?"
남편이 식탁에서 해준 말이었어요~ 어찌나 뿌듯하고 힘이 솟는지... *^^*
저녁상 물리고 마지막 작업을 했지요.
황태머리는 국물내는데 썼고... 몸통을 잘 불려서 조려봤어요.
양념은 혜경쌤의 코다리찜 양념에 고추가루랑 물엿을 좀 넣어봤는데...
아직 먹어보진 않았지만 조림국물 살짝 찍어먹어보니 짭쪼름+달다리+매콤 하더라구요.
아고... 뭔 말이 하다보니 이렇게 주절주절 나오네요. ㅎㅎㅎ
저요, 요즘 참 부엌 들어갈 맛 납니다. 이렇게 유용하고 건전한 놀이터도 찾았구요. ^^
여러분들 올리신글, 사진 보면서 저 많이 반성하고 배우고 있어요. 그 중 한가지, 생일상 같은거요.
전 정말 시어른들 생신상은 감히 엄두도 못내고 남편 생일날에도 거의 미역국만 딸랑... T.T
귀찮고 힘든 부엌일이 신나니까 사는것도 덩달아 신이 나네요.
그러고보면 여자들 집에서 밥하는거, 이게 단순한게 아닌것 같아요.
여기 오시는 많은 분들의 열심히 사는 모습 보면서 저같이 변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여러분이 한 인간을 구제해 주신거잖아요. ㅎㅎㅎ
모두 참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감사드리구요.
이제 저도 열씨미!! 울남편과 딸램이의 밥상을 차리렵니다.
이게 단순한 가사노동의 일부가 아니라 창조적이면서 인간 구제(!)의 사명까지 띤
막중한 임무라는 비밀을 알아버린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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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홍차새댁
'04.4.11 3:08 PM저도 이번에 신랑생일에 배가 없어서 배음료 한컵으로 대용했는데, 그렇게 달지는 않아요.
그리고 타국에 계시다고 너무 힘들어마시고 힘내세요~2. 솜사탕
'04.4.11 3:14 PM저두 첨 와서는 암것도 안해먹고 살았어요. ^^ 잘 안먹고 지냈지요.
한국음식 많이 그리워 하고요....
그래도 가족과 함께 있으니까.... 우울해 하시지 마세용~ 음식하면 함께 먹을 사람들이 있잖아요.
참.. 저도 요리책 레시피대 못따라해요. 사람마다 입맛이 모두 틀려서 그런가 보다 하고 살아요. 어릴적엔.. 요리책 보고 하다 항상 망했는데.. 여기 올때는 요리책 한권 없이 왔어요.
지금은... 감이 좀 생겨서.. 레시피를 보면... 맛이 느껴지지요. 그렇게 따라하는 레시피는 실패가 없구요. 힘내세요!!!3. 빈수레
'04.4.11 4:48 PMㅎㅎ, 걱정마시고 그렇게 열심히 하세요, 그럼 어느 순간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남들"이 요리 잘한다고 추켜 주더이다, 히히히.
저 역시 결혼하기 전까지 쌀 한 번 안 씻어 본 사람이니까, 겁먹지 말고 마구마구 해 보세요.
참, 그리고 객지생활하면서는 김치종류와 나물 같은 가장 기본적인 한국음식 요리책은 꼭 챙기시고, 외국음식의 참맛은 그곳에 있을 때 밖에는 못 보고 못 만드니까 열심히 다양하게 시도해 보세요, 실수가 적은 냉동재료부터 사다가. ^^
그래야~~ 다시 한국들와서 자괴감에 안 빠집니다.
그 한창 좋을 때 나가서 난 뭐했나....그런 생각이 종종 들거든요, 열심히 안 살면.
그 나라를 충분히 즐기고, 충분히 깊이보고, 충분히 배우고 비판도 하고...그렇게 열심히 살다 오세요~!!!4. 김혜경
'04.4.11 11:34 PM지원맘님 반갑습니다...
그렇게 칭.쉬.를 사랑해주신다니...감격, 또 감격입니다.
자주 뵐수 있겠죠??5. jasmine
'04.4.11 11:45 PM글이...참....재밌어요.....^^
첨엔 누구나 다 그런가봐요. 반은 버린다 생각하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세요.
반만 건져도 어디예요? 그쵸? 앞으로 잘 하실 것 같은데요...홧팅!!!!!6. 파파야
'04.4.12 12:32 AM지원맘님,저도 그랫어요.초보일땐 이상하게 요리책 따라해도 영 맛도 안나고 맛없더라구요.그러다가 주민들을 위해 구청에서 실비로 해주는 강좌를 듣고 많이 배웟어요.집집마다 간장,고추장,된장,고춧가루가 다 틀리니 따라해도 그 맛이 나질 않는거죠.재료 다듬기부터 맛내는 법까지 그 강좌 듣고 나서 요리에 문외한이고 장보러 가서도 뭘 사야할지 몰라 헤매던 제가 그 뒤로 요리프로도 열심히 보고 많이 늘엇답니다.
저도 우연히 친하게 지내던 엄마들이 이곳에 들락날락 하는 걸 보고는 들어와 봣는데요,정말 반성 많이 했습니다.저는 게으르고 대충 해먹고 사는데 이렇게 예쁘게,열심히 사시는 분들도 잇구나..정말 정말 뉘우쳤지요.남편과 아이들에게도 미안했구요.
지금도 많이 따라하지도 못하고 거의 눈팅으로 끝나긴 하지만 레시피도 적어보고 한번씩 맘먹엇을때 해보려고 노력한답니다.
그리고 지금 그 상황을 즐기세요.좀 익숙해 지시면 쿠킹클래스 하나 들으시고 배우시면 도움이 많이 될거에요.
이곳에도 보면 남편따라 외국 갔다가 요리 배우셔서 요리선생님으로 거듭나신 분들도 있잖아요.꼭 그렇게 거창하게 안될지라도 배워두면 요긴하게 활용 될겁니다.
앞으로 화이팅! ^^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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