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귀찮은 저녁 혼자 먹기

| 조회수 : 3,142 | 추천수 : 4
작성일 : 2004-02-28 11:49:01

집에 오니 8시가 넘었는데 남편은 늦는다는 연락.
굶을 수는 없고, 이 시간에 그것도 혼자 뭐 해먹기도 귀찮고..
에라, 남편도 없는데 대충 한 끼 때워 먹자..
뭐 먹을만한게 없어서 난감.. 난감.. 난감...

그러다가, 에라~ 내 입은 뭐 입이 아니고 주둥이냐.. 싶어서,
혼자라도 밥 해 먹자고 팔 걷고 나섰습니다.

늘 하던대로 전기밥솥에 밥하려다가,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
돌솥을 꺼내서 쌀 씻어서 앉혀 놓았습니다.
보글보글 금방 끓으면서 밥내가 화악 나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신 김장김치를 꺼내서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둥근 프라이팬을 달궈 기름을 후욱 두르고 볶기 시작.
   * 볶음밥용으로는 좀 잘게 썰어 물기 없이 달달 볶는게 좋구요.
      덥밥을 하려면 약간은 큼직하게 썰어서 국물도 적당히 남기고 걸쭉하게 볶아야 합니다.
   * 신김치의 군내를 없애기 위해 설탕 반 숫갈과 물엿 반 숫갈을 넣구요.
      조금 매콤해야 맛있으므로 고춧가루 한 숫갈도 퍼억 넣습니다.
잘 볶아졌을 때, 냉장고에 넣은지 오래되어 딱딱해진 멸치조림을 넣어주고,
냉장고 청소 + 균형잡힌 영양 + 적당한 씹는 느낌을 동시에 만족시켰다는 뿌듯함에
잠시 스스로 기특해 하는 동안 김치볶음 완성.
참기름과 고추기름 약간을 둘러서 향긋함과 매콤함을 동시에 얻구요.
   * 고춧가루를 넣어도, 고추기름을 넣어주면 칼칼한 뒷맛이 더 좋아요.
통깨를 뿌려 버무려서 마무리.

후라이팬에 달걀 하나 톡 깨서 부쳐주고,
동그란 면이 살아 있도록 조심하다가, 불 끄기 직전 휘익 뒤집어주면
뒤에 살짝 막이 생겨서 잘 터지지 않으면서, 밥 위에 비비면 안은 살아있게 됩니당.

그 동안 밥이 다 되었습니다.
갓 한 밥의 냄새에 한 번 죽어주고, 그 찰찰 윤이나는 빛에 두 번 죽어주고,
아무 반찬 없어도 꿀떡 넘어가는 그 밥맛에 세 번 우선 죽습니다.

도리아 그릇을 꺼내어 밥을 담고, 김치볶음을 얹고, 마지막에 계란 후라이로 마무리.
크흐흐~ 따뜻한 기운과, 칼칼한 매운 맛과, 고소한 계란 맛이
입안에서 슬슬 녹아버립니다.
   * 재료는 허접해도 그릇은 예쁜데 담아야 합니다.
      특히 혼자 먹을 때는, 후라이팬이나 냄비째로 먹음 더 허전하거든요. ^^

후딱 해치우고, 돌솥에 살짝 눌어있는 누릉지를 불려서
입가심까지 완벽하게 마무리~

간단하게 혼자서 너무도 만족스럽게 먹었습니다.

밤에 들어온 남편, 뭐 이리 고소한 냄새가 나??
삼겹살로 푸지게 저녁 먹고 들어왔으면서도 밥 냄새가 또 땡겼나 봅니다.
줄까 말까 생색 엄청 내면서 남겨 놓았던 밥에 김치볶음 얹어서 줬더니,
굶고 온 사람마냥 신나게 뚝딱 먹어치우는군요. ^^;;;

p.s)

이보다 더 키친토크의 질을 저하시킬 순 없죠?
고작 밥에 김치볶음에 계란후라이라뉘~ ㅎㅎ

사라.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라레
    '04.2.28 11:58 AM

    정말 입맛 확 살리는 요린데요. 혼자서 뭐 해먹기 귀찮을 때
    그렇게라도 요리하신다는게 부지런하십니다. ^^ 전 우유한잔, 아님 그냥 잡니다...

  • 2. 사라
    '04.2.28 12:00 PM

    저도 주로 그래요. ^^
    그런데 배가 고프면 어쩔 수가 없어요. ㅜㅜ

  • 3. 우렁각시
    '04.2.28 12:07 PM

    하이고..사라님.
    이런게 바루 제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다시 한번 "키친토크 질저하~"라는 단어를 함부로 쓰시면 맴매~~~~~

  • 4. 카페라떼
    '04.2.28 12:28 PM

    저는 혼자먹기 귀찮으면 그냥 굶을때도 많은데...
    김치 볶은건 언제 먹어도 맛있지요..
    입에 침이 고이네요...

  • 5. 손님
    '04.2.29 8:17 PM

    읽으면서 제가 먹은 것처럼 뿌듯하네요.
    주부 혼자서라도 잘 먹어야 좋은 거죠.
    그리고 실제로 집에선 이런 걸 더 많이 먹고 살잖아요.
    서로 먹는 음식 이렇게 올려주셔도 참 재밌는 거 같아요.

  • 6. 새댁
    '04.3.3 5:46 PM

    근데 돌솥은 어디가서사야하나요? 갑자기 돌솥이 사고싶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3155 귀찮은 저녁 혼자 먹기 6 사라 2004.02.28 3,142 4
3154 일주일에 하루쯤은..... 9 jasmine 2004.02.28 5,999 10
3153 [re] 벤쿠버 나름대로 맛집 추천 3 toast 2004.03.01 5,381 21
3152 하마 마을에선 돼지가 에어로빅 강사를? 6 벤쿠버새댁 2004.02.28 2,335 9
3151 외국에서 떡 해먹기 3 - La Cucina 님 보세요~~! 3 기쁨이네 2004.02.28 2,826 15
3150 웰빙이 따로 있나~ 5 러브체인 2004.02.27 3,417 11
3149 소래포구에서 사온... 9 아침편지 2004.02.27 2,692 2
3148 바지락 볶음........ 2 김진아 2004.02.27 2,728 8
3147 [re] 퀴즈놀이....뭘까요? 상연맘 2004.02.27 1,817 106
3146 퀴즈놀이....뭘까요? 72 jasmine 2004.02.27 4,713 6
3145 맛있는 돈까스 7 지은 2004.02.27 3,646 2
3144 너와 내가 만났을때..(우아~버젼)^^ 23 경빈마마 2004.02.27 3,231 4
3143 답변, 감사드립니다. 특히 김세진 2004.03.17 1,800 227
3142 레몬트리입니다. 'Speedy 요리법, 요리' 아이디어를 구하러.. 19 김세진 2004.02.27 3,060 3
3141 뽀~~옹잎 수제비!! 2 거북이 2004.02.27 1,832 9
3140 치킨샐러드 5 강금희 2004.02.27 2,885 9
3139 jasmine 님의 명란두부 젓국조치 어설프게 따라하기. 3 헛빗 2004.02.27 2,267 3
3138 지은님의 달콤한 돼지갈비 따라하기(사진 無) 1 행복한토끼 2004.02.27 2,513 9
3137 호박오가리 두부찌게 2 Jessie 2004.02.27 3,269 23
3136 고사리에 얽힌 얘기 5 무우꽃 2004.02.27 2,106 14
3135 감동의물결 5 제니킹 2004.02.27 2,024 7
3134 처녀작(?) - 중국식 새우볶음밥 ~ 4 카모마일 2004.02.27 2,532 3
3133 오리지날 중국 요리 구경(2) 5 아짱 2004.02.27 2,414 30
3132 오리지날 중국 요리 구경(1) 2 아짱 2004.02.27 2,349 2
3131 쏘세지 두번 죽이고 시아버지께 칭찬 받았어요..^^ 10 한보경 2004.02.26 3,454 10
3130 가지 토스트 10 ellenlee 2004.02.26 2,745 6
3129 산.들.바.람.님의 신김치버거 성공했어요(사진 없어요~) 2 행복한토끼 2004.02.26 2,258 6
3128 김치 찐빵 해봤어요(사진은 없어요) 2 윤서맘 2004.02.26 1,89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