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찾아왔어요.
지난 한 달 동안 한국에서 시댁 가족 손님들이 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고 먹었거든요.
얼마나 좋았던지 82쿡 생각이 안날 정도였지요 :-)
호기심 많은 가족력 덕분인지 남편의 형제들과 이런 놀이도 했어요.
똑같은 상표 라면 제품이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생산한 것을 비교 분석하는 놀이.
전체적인 포장과 중량은 비슷하지만 작은 차이가 있었어요.
한국사람들은 양은냄비에 끓인 라면에 입맛이 당긴다면, 미국에서는 가마솥에 끓인 (물론 실제 가마솥에 라면을 끓이는 사람은 없겠죠? ㅎㅎㅎ) 라면이 한국적인 정서를 불러 일으킨다고 생각해서인지 봉지의 그림이 살짝 달랐어요.
그리고 한국 라면은 스프가 하나뿐인데 반해 미국 라면은 건더기와 분말 스프가 따로 들어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미국 라면 국물에 건더기가 더 푸짐했어요.
미국라면은 세 개를 끓이고 물건너온 귀중한 한국라면은 맛 비교를 위해 한 개만 끓여서 면발이 달라보이지만 쫄깃한 정도는 두 라면이 비슷했어요.
다만, 한국라면의 맛은 아주 순하다 못해 싱거울 정도였고, 미국라면은 찐한 맛이라 맛의 차이가 컸어요.
어쩌면 한국인은 라면에 김치를 곁들여 먹는 것이 국룰이라 맛을 싱겁게 만들고 미국인은 김치없이 먹을 확율이 높으니 강한 맛으로 만든 것 아닌가 싶어요.
김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 글쎄 디즈니 크루즈 점심 뷔페에 매일 쌀밥과 김치가 나오더군요.
작년 크루즈 여행때는 관심이 없어 못봤던 건지, 올해부터 새로이 김치를 추가한 건지 몰라도, 암튼 저희 시어머니에게는 아주 좋은 식단이었어요.
올해 여든 둘 되시는 시어머니는 여러 가지 건강 문제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밥을 드시고 난 후 약을 드셔야 해요.
소화력도 좋지 못해서 기름진 음식 보다도 밥과 김치를 드시는 것을 편해 하셔서 디즈니 크루즈의 밥과 김치가 큰 도움이 되었어요.
열 걸음 이상 걸으실 때는 지팡이가 필요하고, 50미터 이상 걸으실 때는 휠체어가 필요하신 시어머니...
"늙으니까 참 파이다~" 라는 논평을 하셨지요.
우리도 나이 먹어갈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했어요.
다행히도 디즈니 크루즈에서는 휠체어 가족을 위한 배려가 아주 많아서 불편없이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어요.
매일밤 관람했던 멋진 뮤지컬 쇼는 어머님의 휠체어 덕분에 맨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어요.
맨 앞줄의 시어머니와 시누이들, 그리고 그 뒷줄에는 이 사람들...
(으아~~ 또 가고 싶다 디즈니 크루즈!)
여기는 바하마 제도에 있는 디즈니 섬인데 바닷물 색이 참 예뻐요.
배에서 내리면 비치로 가는 트램을 타는데 여기서도 휠체어에 탄 가족과 보호자는 맨 앞자리에 승차할 수 있어요.
아들 둘이서 휠체어를 접어 올리고 부축을 해서 맨 앞자리 트램을 타고 가는 동안은 "늙어서 파이다" 느낌이 조금은 덜하셨을 거에요.
단단한 바닥에서는 보통의 휠체어가 잘 다닐 수 있지만 모래해변에서는 이런 고무바퀴 달린 휠체어가 필요해요.
디즈니 섬에서 누구나 필요한 사람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어요.
덕분에 온가족이 해변 의자에 앉아서 바다를 즐길 수 있었죠.
디즈니 섬 비치에는 디즈니 크루즈 승객만 가기 때문에 의자나 파라솔을 자유롭게 돈을 따로 지불하지도 않고 이용할 수 있어요.
바베큐 식사와 음료, 아이스크림, 과일 등도 막 가져다 먹을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짠물에 몸을 담그면 씻기 힘들다며 어머님은 입수를 거절하셨어요 ㅎㅎㅎ
그래서 배 안에 있는 풀장에서 입수를 시켜드렸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 아무도 없는 인피니티 풀에서 82쿡 인증샷을 찍었어요.
저 커피도 공짜로 무제한 마실 수 있는 거랍니다 :-)
이번 디즈니 크루즈 여행의 중요한 미션 하나가 시어머니와 함께 수영복을 입고 이 풀장에 몸을 담그는 것이었습니다.
여든살 넘은 할머니도 수영복 입을 수 있다!
크루즈에서 풀을 즐기는 데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
하는 점을 확인했습죠 ㅎㅎㅎ
여러분의 시력 보호를 위해 저의 비루한 (아니, 비만한) 몸매는 뿌옇게 만들었습니다.
2년후에는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수영복씬을 보여드릴까 합니다만... ㅎㅎㅎ
크루즈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 예쁜 것 몇 개 더 보여드리고 갈께요.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