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은행도 행복처럼 어쩌면 가까이에

| 조회수 : 9,646 | 추천수 : 8
작성일 : 2023-11-02 01:04:03

제가 사는 곳에도 

은행나무 숲이 있다고 해서, 길을 나서 보았습니다.


우리 집에서 삼십분 차로 나오니,

이리 한적하고 예쁜 거리가 나옵니다.

커피 한 잔 땡깁니다.

커피 잘 내리게 생긴 관상의 아저씨가,

얼마전 떠난 챈들러가 다닐 거 같은 커피숍에서 한 잔 건네 줍니다.

인테리어 빠방한 커피전문점을 이리저리 뺨치는 건,

사람만한 분위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가을엔 떠나지도 말라켔는데,

이리 기어이 찾아가 만난 숲에는

나무가 가진 마음처럼 가을이 조랑조랑 달려 있습니다.

 


미국은 은행나무가 귀합니다.

아마 우리처럼 가로수로 심겨진 곳은 전 세계적으로 드물 것입니다.

80년전에 UVA 대학교 정원에 심긴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에서

씨발아해서 삼백그루를 이곳 State Arboretum of Virginia 정원에 심었다고 합니다.

그 할배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이역 멀리 사는 다른 사람들은

마음 한자락을 늘 한국에 두고 있습니다.

저에게 한국은 나무고, 숲이고, 음식이고,

함께 한 사람인데..

저를 이곳으로 이끈 분은 

내가 사는 이곳을 나무고, 숲이고, 음식이고,

함께한 사람으로 하나씩 풀면서..

도장깨기를 해 나가시고 계십니다.

우리와 전체 인원 사진찍기를 교환한

중국인 가족입니다.

온 가족들 특히, 할매들의 힙한 패션이 죽였습니다.

온갖 사람을에게 전체샷을 부탁했었지만,

역시 아시안인이 사진엔 최고입니다.

알아서 척척

여러장도 찍어주는 젊은 손자를 바라 보며,

자신들도 찍어 달라 할 참으로

옆에서 힙한 할머니들

외투 벗으며 헛둘헛둘 기둘리며 워밍업 중이십니다. 


사랑해요!

은행나무숲!

더 없이 아름다운 미모가

파아란 하늘아래 빛났고.

천하제일미인 나무의 말 못할 비밀인 똥냄새는 

찬란한 미모 앞에 미미할 뿐.

 



숲으로 가는 길에 만난 들꽃

지난 일년을 살아내고

장하게 마무리하는 순간도 알아줍니다.


오래된 건물이 주는 

낡음의 애틋함과 평안,

어디에서든 피어나고야 마는

아름다움의 힘에도 감명을 받습니다.  

 


귀갓길에는 따뜻한 국물과

술술 넘어가는 국수로 위장을 달래 줍니다.


돌아가는 길에 과수원도 들립니다.

아까운 사과들이 이리 떨어져 있네요.

아깝데이~


하늘이..

구름이..

산의 선들이 다 하고 있는 풍경입니다.


사과 한 박스를 삽니다.

쌉니다.

32불



언니들이 큰 손으로 농산물을 담고 있는 농장 건물 안,

창 밖에서 가을이 무더기로 들어 옵니다.

가을도 도매로만 거래 되는 곳 같습니다.

 


다시 은행나무 숲을 떠 올려 봅니다.

그리고

그 보다

실상은 더 아름다울지 모르는

스스로의 정원을 생각해 봅니다.



잠시 시선이 머물렀던 곳에서도

그 따스함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은행나무 숲 체험이었습니다.

 

장소 : State Arboretum of Virginia

날짜: 10월 31일

 

 

3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오늘도맑음
    '23.11.2 7:07 AM

    가을 빛은 어찌 이리 따뜻하고 농밀하며 화려하면서도 애잔한가요. 나의 가을도 그저 이만큼만 하고 바라봅니다.

    항상 반가워요, 쑥님^^

  • 쑥과마눌
    '23.11.2 8:10 AM

    맞아요. 따뜻하고 농밀하고 화려하고 애잔한 가을 빛이쥬.
    다 하는 가을이네요. ㅎㅎ
    저도 반갑습니다^^

  • 2. 챌시
    '23.11.2 9:16 AM

    우와~~~~~쑥과마눌님,,사진과 이야기 너무 멋져요,
    무슨 창밖 풍경이 르느와르 그림 같나여, 은행나무 진짜 아름답고, 말씀 하나한 정겹고.
    참 좋았습니다. 감사해요~ 가을을 잔뜩 머금고 갑니다.

  • 쑥과마눌
    '23.11.2 9:56 AM

    반갑습니다. 챌시님
    머리에 꽃 달고 싶은 저를
    밖으로 이끌어 댕기게 한 분들과
    은행나무들, 들꽃, 그리고, 가을에 감사합니다.
    우리 같이 힘내자고요~~

  • 3. dbdustn
    '23.11.2 9:40 AM

    쑥과마눌님 팬이예요.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사용하고 싶은 사진들입니다. 좋은 풍경 감사감사!!

  • 쑥과마눌
    '23.11.2 9:59 AM

    초장에 있는 고운 사진들은 제가 찍은 것이 아닌데,
    그분께서 흔쾌히 허락을 하셨으니, 배경화면으로 마음껏 쓰시길^^

  • 4. july
    '23.11.2 10:27 AM

    ㅎㅎ
    인스타에서도 은행나무 사진 보았지만
    이렇게 글과 함께 보니 더 좋네요.
    어리때 마당이 넓었던 저희집에 은행나무가 한그루 있었는데 수나무라 은행이 안달렸었어요.
    열매없는게 어릴땐 서운했었는데
    암나무였음 가을 내내 집에서 똥냄새 났을거 생각하니.ㅋㅋㅋ
    사진이 너무 예뻐 저도 몇장 저장하고프네요^^

  • 쑥과마눌
    '23.11.3 4:01 AM

    냄새와 함께 은행열매를 남겼겠죠.
    그냥 얻어지는 게 없다는 거..ㅎㅎ
    사진이 예뻐서, 저도 배경으로 저장했어요^^

  • 5. Schokolade
    '23.11.2 11:16 AM

    외국여행간듯 눈이 즐겁네요. 감사합니다^^
    고국 풍경이 그립고 보고싶을실텐데...
    떨어져 있는 사과가 아깝지만 어느 동물의 먹이가 될수도 있겠네요..

  • 쑥과마눌
    '23.11.3 4:02 AM

    철마다 생각이 나지요.
    아이들때문에 한국을 나가도, 여름에만 나가니,
    은행나무가 한창 이쁠 때, 한국 나가는 날만 기다리며 살았는데..
    이리 여기서 그 숲을 발견하네요.
    사는 게, 그런 거 같아요. 가까이 있음을 발견하는 거.
    댓글 감사합니다^^

  • 6. 뭉이맘14
    '23.11.3 8:24 AM

    사진을 잘 찍으셔서 그런지 다 좋지만,
    특히 은행나무 사이로 하늘과 구름이 보이는 풍경.
    말로 표현 못하게 멋지네요.
    여름에 내린 많은 비로 사과 살때마다 가격에 놀라는 아줌은 지천에 있는 사과도 부럽.. ^^;;

  • 쑥과마눌
    '23.11.3 9:22 PM

    동감입니다.
    하늘이 정말 엄청나게 맑고 예쁘고 좋았어요!
    가끔씩 펼쳐지는 구름도 장난이 아니었고요 ㅎㅎ

  • 7. morning
    '23.11.3 1:34 PM

    글도 잘 쓰시고....

  • 쑥과마눌
    '23.11.3 9:30 PM

    고맙습니다^^

  • 8. 고고
    '23.11.3 4:19 PM

    하이, 쑥부인^^
    미국 은행나무는 날씬합니다.

    해먹는 게 시원찮아 키톡 쳐다만보다
    이리 보니 반갑구랴

    틀니하기 전에 죽어야지했는데
    어중간하게 임플란트 하게되어
    더 먹는 게 ㅎ

    24시간 간헐단식중 ㅎ

    은행나무는 없지만
    베란다 앞 잡목숲 매일 들여다보면서
    겨울숲 맨살 드러나는 거
    기다린다오.

  • 쑥과마눌
    '23.11.3 9:28 PM

    오랜만입니다. 고고님,
    저 사진을 한국 사는 동생한테 보내며 자랑했더니, 나무가 왜 이리 잘아? 그러면서,
    맨날 다니는 대학로에 은행나무 가로수를 전송하는데, 무릎을 꿇었네요.
    성균관대 은행나무는 제가 불쌍해서 찍지도 않았다네요ㅠㅠ

    뷰중에 제일인 베란다 앞 숲뷰를 가지고 계시는군요.
    고고님 완승입니다.
    임플란트 자리 잘 잡으면, 고기 많이 드셔요 ㅎ

  • 9. Harmony
    '23.11.4 12:12 AM

    쑥부인님 반갑습니다.
    안그래도 제집에 요즘 9월부터 외국서 우루루 6명 왔다가 아직 4명 남아있는데요,
    그중 한분이 외국인임에도 불교에 관심있어서
    1500여년된 은행나무있는 용문사 구경갔었거든요.
    그일대가 전부 노랑노랑해서 아주 즐거웠었는데 그보다는 그근방 산에서 다 캤다는 나물반찬나오는 식당이
    용문사나 은행나무보다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은행나무 숲도 그렇지만
    과수원 사진
    사과나무 아래, 정말 멋있습니다.
    진짜 만유인력을 느끼게 해주는
    수직 낙하한 사과들이 끝없이 널려 있는
    그곳에
    아직도 따지도 못한 사과들이 가지에 엄청난데 그 농장주가 누구인지 정말 부럽네요.
    화면 너머로도 사과향이 마구 느껴지는 그런 사진입니다.
    사과나무 사진이나
    은행나무 숲도 이쁘고
    노랑이 주는 즐거움과 쾌활함도 좋지만
    쑥부인님의 대중소아드님 얘기가 없어서 무효,^^ 은행나무숲 같이 갔더랬습니까?

  • 쑥과마눌
    '23.11.4 1:42 AM

    하모니님 반갑습니다.
    집에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니, 하모님의 인품이 느껴지는 대목이네요.
    저는 용문사 은행나무를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사진으로는 가을마다 찾아 봅니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가 볼 날이 있겠지요.
    그러면 그 근방 산에서 다 캤다는 강렬한 나물반찬도 맛 보겠다는 야심에,
    댓글 쓰면서도, 입가에서 비실비실 웃음이 나네요. ㅎㅎ
    대중소께서는 공사가 다망하셔서, 스케쥴을 이리저리 풀어서,
    이번 주말에나 모시고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ㅎ

  • 10. 하비비
    '23.11.4 5:23 AM

    우와~~겁나 멋집니다.
    가로수 은행나무 꽤 이쁘다했어도....보여드리고싶네요.

  • 쑥과마눌
    '23.11.4 8:40 AM

    은행나무 귀한 곳에 보면,
    그냥 나무가 아닙니다.
    고향이고, 향수고, 그리움이고 다죠. ㅎ

  • 11. 메이그린
    '23.11.4 9:11 AM

    가을로 깊이 들어간 느낌이에요 ^^
    애정을 듬뿍담아 풍경과 사물 사람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으신듯 참 따뜻한 사진입니다❤️

  • 쑥과마눌
    '23.11.5 6:29 AM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것들은 경직된 마음을 느슨하게 만들고,
    가만히 웃음이 스며나오게 하더라고요.

  • 12. 나무상자
    '23.11.5 10:49 AM

    나무 심는 사람은 진정한 어른이예요.
    저는 바위도 좋아하는데,
    다음엔 미쿡의 바위 사진도 쫌 ㅋ

    글과 사진 참 이쁩니다♡

  • 쑥과마눌
    '23.11.6 2:06 AM

    나무 심는 사람이 진정한 어른이라는 말에 동감합니다.
    제가 분명 숱한 바위를 스쳐지나갔음이 분명한데..
    눈에 넣어 보지 않아, 생각나는 곳이 없네요ㅜㅜ
    댓글 감사합니다 ^^

  • 13. 플로네
    '23.11.5 11:21 AM

    사진도 글도 이뿌기만 한데 주책스럽게 눈물이 나는건 뭔지.
    고맙습니다.

  • 쑥과마눌
    '23.11.6 2:07 AM

    저도 요사이 아름다운 음악과 경치를 보면 눙물이..ㅠㅠ
    나이 들어가는 것이 이런 거라면,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고맙습니다.

  • 14. 고독은 나의 힘
    '23.11.5 10:19 PM

    가을에 애플픽킹 한번을 못가고 살고 있네요.
    제가 사는 이곳은 할로윈날 첫눈이 왔지 뭐에요.
    겨울맞이 준비는 단단히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10월에 첫눈이라니ㅠㅠ
    올해는 단풍도 시원찮았고요.
    아마도 제 마음이 그랬던 거겠죠. 단풍이 아니라.

  • 쑥과마눌
    '23.11.6 2:08 AM

    저도 오랜만에 가 본 사과밭이었네요.
    그 마음을 제가 조금 안다고 할까요..ㅠㅠ
    준비를 해도, 막상 맞이하고는 허둥거리니,
    산다는 거에 준비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싶고요.
    우야둥둥..힘 내보자고요~

  • 15.
    '23.12.8 9:47 AM

    저는 눈팅족인데 쑥과 마늘을 유난히 좋아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 쑥과마눌
    '24.2.11 12:01 AM

    감사합니다.
    저도 쑥과 마늘을 무척 좋아하죠 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40954 여러가지 잡다한 음식들. 18 뮤즈82 2024.03.13 11,550 3
40953 169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2월 수육, 대패삼겹살,.. 10 행복나눔미소 2024.03.08 6,680 8
40952 소주컵 김밥 도전~ 26 mayo짱 2024.03.08 16,399 6
40951 어린이집 냠냠쌤...점심밥 꽃식판 68 민뚱맘 2024.03.03 13,942 6
40950 음료 사진 몇 개 4 블라썸데이 2024.02.29 6,318 2
40949 오랜만에 왔습니다! 혼밥러입니다 12 옐로우 2024.02.26 14,448 7
40948 입시를 끝내고 홀가분하게 돌아왔어요! 65 솔이엄마 2024.02.25 16,621 6
40947 미니오븐으로 케익 시트 만들 수 있나용? 4 한가지 2024.02.20 5,465 1
40946 굴림만두와 몇가지 음식들 31 Alison 2024.02.20 10,367 5
40945 피자, LA갈비, 유채나물 18 ilovemath 2024.02.19 8,989 4
40944 설날 플렉스 15 시원한 2024.02.16 10,374 4
40943 음력으로 새해 인사 드리러 왔어요 :-) 33 소년공원 2024.02.15 7,448 7
40942 168차 봉사후기 및 공지) 2024년 1월 제육볶음(간장, 고.. 22 행복나눔미소 2024.02.14 5,271 6
40941 겨울나기용 채소준비 11 주니엄마 2024.02.12 8,702 4
40940 봄이 온다 23 고고 2024.02.10 8,143 7
40939 키톡 데뷔해유~^^ 21 행복한시간 2024.02.09 8,618 4
40938 나도 만두^^ 28 Juliana7 2024.02.08 8,735 3
40937 샌드위치(feat사심그득) 33 냉이꽃 2024.02.06 11,887 2
40936 당근의 계절 38 메이그린 2024.02.06 8,733 3
40935 BBQ로 대접하던 날 14 강아지똥 2024.01.31 10,347 3
40934 키친이 문제 24 juju 2024.01.28 11,412 3
40933 방학 미션, 초딩 돌봄 도시락 27 깍뚜기 2024.01.24 13,858 4
40932 아마도 걸혼해서는 처음 받아 본 생일상. 25 진현 2024.01.22 14,571 3
40931 여긴 너무 거창해서 저같은 촌닭은 ㅠㅠ 28 김흥임 2024.01.21 13,501 3
40930 저도 떡국을 끓였어요. 22 챌시 2024.01.20 9,473 4
40929 저도 새해인사 드립니다. 28 스콜라 2024.01.15 9,250 3
40928 2024년 건강하세요 42 메이그린 2024.01.13 10,046 4
40927 167차 송년봉사후기 및 공지) 2023년 12월 LA갈비와 빨.. 29 행복나눔미소 2024.01.11 9,332 9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