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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토크

즐겁고 맛있는 우리집 밥상이야기

백수예찬

| 조회수 : 20,135 | 추천수 : 3
작성일 : 2022-12-10 17:40:19


한 해 백수로 보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더랬습니다.

(저의 백수기반은 국민연금 조기수령입니다.^^)


나를 지배했던 신념은 무엇이었나?

유년기부터 쭉 따라오는 내 몸 실핏줄까지 새겨진 것은?

효도? 성실? 부자?결혼? 근면?

다 재미없는 단어들이지만 내게 새겨진 인장같은 것들입니다.

반항하고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으니

적당히 피해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아예 그 신념들 털기하는 중입니다.


나를 회복시키는 데 집중했습니다.

원래 저는 잘 웃고 잘 놀고 눈물도 많고

깡도 센 편이였는데 어느 지점에서 돌덩이처럼 감정을 잃었습니다.

뭘 봐도 그저그렇고 무표정하고 맹한 그런 얼굴을 자주 봅니다.


일단 잠을 많이 잤습니다.

잠이 덜 깬 채 학교에 갔고,

술도 덜 깨고 회사에 갔고

맨날 잠이 덜 깬 아침을 맞이 했습니다.

아침이 아침다워야지 아침이 그렇게 두려운 생활을 해왔으니

밤만 되면 부어라마셔라 밤과 아침의 경계불안을 계속 안고 살았던 거지요.


지금은 아침이 당연히 좋습니다.

커피내려 비어진 주차장을 내려 보면서 백수자뻑도 해봅니다.




치킨집 서너 시간 걸릴 때 닭볶음탕 시키는 잔재주^^




월드컵, 축구

2002년 처음 축구를 봤습니다.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더랬습니다.

다리가 부셔져 장기입원환자였습니다. 옥상에 빔 틀어놓고 환자들 식판과 생수통 들고

올라와 기브스한 팔다리로 두드리고

으하하 장관이였습니다.ㅎㅎ


홍명보? 홍콩배우 홍금보 동생인가?

그랬습니다.


20년이 지난 후 다시보는 월드컵

축구가 이리도 날 것이였나? 내가 내 얼굴에서 회복하고 싶은 환한 웃음과 눈물

펄펄나는 인간의 감정들이 거기에 다 있었습니다.

보는 저도 당연 그런 얼굴이였지요.

그래서 축구가 있는 날은 날밤 샙니다.


20년 동안 뭐했나? 당연 축구보다 더 재밋는 연애가 있었을 게고

돈벌이도 있었으니 축구는 그닥 제 일상에 들어오질 않았습니다.

누구는 멈추면 보인다하더만

백수되면 더 보이는 게 많습디다.ㅎ


백선생처럼 먹고 싶은 게 많이 죽지 않은 인류인 제가 위장에 탈이 오지게

나 6개월째 약을 먹고 있습니다.

의사에게 제발 커피와 조금의 술만 마시게 치료를 해달라고 읍소했습니다.

조금 낫습니다. 술의 양은 급격히 줄어 들었고 커피도 아침에만

베란다에 양배추즙이 한 박스 있습니다.


# 그리고 

제 식구인 강아지 두 녀석 중 한 녀석이 지난 달에 떠났습니다.

강아지 나이로 19세이니 살만큼 다 살았다고 하는데

아직도 고개만 숙이면 그 녀석이 눈에 밟힙니다.

동물등록에 떠났다고 무슨 신고? 하라는데 여즉 못하고 있습니다.

3주 정도 아프다가 떠났는데 갈 때는 할머니 얼굴이 보입디다.

너가 내 스승이였다고 큰 절 두 번 했습니다.


# 그리하여

이번 겨울에는 다시 러시아소설로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한 여름 러시아 소설과 함께 지낸 적이 엊그제인데 겨울엔 역시 러시아입니다.

토지 개정판도 다시 읽어 볼 까합니다.

한 해 동안 저하고 놀면서 내가 참 재밋는 인간이구나

그러면 됐지 뭐.




축구 보면서 시켜먹은 겁니다.

축구 끝나면 시린 속을 아주 부여잡습니다. ㅎㅎ




강아지 보내고 너무 슬픈데 배는 왜 고프고 술은 왜 고파

양심에 가책을 느끼게 하는지

망할 식욕같으니라구 끙


3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Juliana7
    '22.12.10 5:43 PM

    저도 고양이를 보내고 한동안 슬퍼지려고 했다가 말았습니다.
    님 우리 행복하게 82에서 살아요.
    감사합니다.

  • 고고
    '22.12.10 5:45 PM

    그려요.
    저는 아직 못 보내고 있어요.

    남은 녀석이 계속 우울하게 지내는 모습도 안쓰럽지만
    같이 잘 때 숨결을 느낄 수 있어 고마워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 2. 오리
    '22.12.10 7:02 PM

    고고님 글 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글이 보여서 좋네요^^
    빨리 속이 좋아지셔야 맛난 거 많이 드시쥬
    저도 몇 해전에 강쥐를 보냈어요. 나이도 많고 오래 아파서 이제느앤아파서 다행이다 싶어 아주 조금 울고 말았는데 해지날수록
    묵은 상처가 쑤시듯 마음이 헛헛하네요.
    오늘도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올 겨울 러시아 고전 읽어보려구요.

  • 고고
    '22.12.11 12:36 PM

    속이 아프니 배달음식도 다 끊고 슴슴하게 뭇국 해먹으면서 올겨울은 배추와 무우와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ㅎ

    고맙습니다.

  • 3. 한준엄마
    '22.12.10 7:37 PM - 삭제된댓글

    저도 올 한 해 백수였어요. 고고님의 글에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서 글 읽는데 가슴이 시렸어요. 제 한 해 백수생활의 기반은 일찌감치 만들어 놓은 마이너스 통장이예요. 근데 올해 이자율이 너무 올라버렸네요. 그래도 올해 초에 휴직을 안냈으면 이자율때문에 또 무서워서 휴직을 못내고 얼굴에 가면을 쓰고 가슴에는 울분을 안고 평생 후회하며 살았을지도 몰랐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직장생활 30년에 제 자신을 잃어 버렸어요. 원래 제가 어땠는지 생각도 안나요. 일년동안 쉬다보니 딱딱하던 얼굴에 자연스러운 웃음도 번지고 그러다가 크게 하하하 웃기도 하고.. 그러네요. 제 자신에 대한 연구를 위해 시간을 쓰고 싶었는데 어리버리하다보니 벌써 한해가 다 가버렸어요. 애초에 아무것도 안하고 열심히 쉬는것만 하려고 맘을 먹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올해 남은 20일 가열차게 더 아무것도 안하고 쉬려고 합니다. 내년에는 복직하는데 그동안 내가 가진 최고의 가치라고 여겼던 근면과 성실은 좀 내려놓고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보려고 합니다.

  • 4. 우아閑뱃사공
    '22.12.10 8:54 PM

    조만간 해가 지나기 전에 뵈어요
    저거 같이 시켜먹어요 ㅋㅋ
    저도 암것도 안되는 12월 25일에서 1월1일까지 늘 정해놓고 읽던 클래식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전쟁과평화였는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였는지도 가물가물

  • 고고
    '22.12.11 12:39 PM

    ㅎㅎㅎ

    한참 넷플릭스 시리즈 보다가 이거 제목이 뭐였지? 이전 버턴 눌러봅니다. ㅎ

  • 5. 우아閑뱃사공
    '22.12.10 8:54 PM

    글고 할매 강아지의 명복을 빕니다

  • 고고
    '22.12.12 12:18 AM

    고맙습니다.
    마당냥이랑 만났을 거여요

  • 6. hoshidsh
    '22.12.10 9:51 PM

    소중한 아기를 강아지별로 보내셨군요.
    이별은 너무 슬픕니다.
    아무 말도 위로가 안 되겠지요.
    건강 챙기시고 힘 내세요.

  • 고고
    '22.12.11 12:43 PM

    고맙습니다.

    또 예정된 이별이 기다리고 있어요.

    살아지겠지요.

  • 7. 플레인
    '22.12.11 10:09 AM

    고고님은 저보다 어리실것 같지만 뭔가 인생의 고수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좋아하시는 러시아소설도 궁금하네요
    살짝 알려주시면 저도 흉내 함 내보고 싶네요

  • 고고
    '22.12.11 12:49 PM

    톨스토이 단편집부터 시작하면 좋습니다.

    이름이 어려워 많이 튕겨 나와요.
    그 부분만 넘어가면 술술 넘어가요.

  • 8. 주니엄마
    '22.12.11 2:16 PM

    축구이야기도 술이야기도 아닌 이별이야기가 가슴아프게 느껴집니다.
    저도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데
    남편이 이별할 것을 두려워해서 반대하고 있구요

    저도 1년후에 백수를 꿈꾸고 있는데
    그때는 저도 백수예찬 해보렵니다.

  • 고고
    '22.12.11 8:29 PM

    시작이 있슴 끝이 있지요.
    그리워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요.

    노후 백수 적극 권장합니다.ㅎ

  • 9. 챌시
    '22.12.11 9:57 PM

    와주셔서 너무 반가워요. 고고님,
    오래 함께하시던 아이를 먼저 보내셨군요. 그 마음을 헤아릴길이 없네요.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나니..
    두달 키운 토리는 2년 키운듯,,하구요. 3년 키운 챌시는 3달 키웠나 싶구요. 왜그럴까요?
    참...이상한게 아이들과의 정 같아요. 사람사이의 정과는 또 다른,,끝에 굉장히 무거운 추를 달은듯한
    끝없이 무겁고, 끝을 알수없는 깊은 우물같은 그런 정 인것 같아요. 언젠가 그립고 보고싶은건 꼭
    다시 만나게 된다고 믿어요. 언젠가 먼 훗날, 다시만날거라는 생각으로 우리 힘내요.

  • 고고
    '22.12.12 12:17 AM

    첼시 토리 보고 싶어요
    토리 꽤 자랐을 것같은데 통통하지요^^

    제가 가장 친절하고 관대하게 대하는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여태 강아지와 냥이였어요.

    왜 그럴까?
    걍 인간관계는 어렵고 힘들었지만
    얘들은 온몸으로 서로 다 열어주니
    이보다 평화로울 수가 있나싶어요.

    남겨진 녀석이 우울한 일상을 보내요.
    먹는 걸로 대신해주는 중이어요.

    예. 힘낼게요. 고마워요.

  • 10. 유지니맘
    '22.12.12 1:05 AM

    우리집 봉구도 벌써 14살
    1살때 원인 모를 병으로 화장장 예약까지 한 아이인데
    기적으로 살아났었지요 .
    마지막 헤어지는 날까지 아프지만 말고
    그렇게 함께 하다가 이별하길 바랄뿐이에요 ..

    별이된 아이 …
    그곳에선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요즘은 ….
    건강이 제일이라는 것을 몸소 느끼는 중이에요
    내 몸을 너무 혹사 했나봅니다 ㅠ
    목디스크가 심하게 와서 ….
    이렇게 계속 아프다면 ..
    그냥 조용히 가고 싶을 정도 …
    내일은 … 코로나 검사를 하고
    병원으로 고고 합니다 ….

    조금은 무섭고 두렵지만
    저는 강하니까 !!! ㅎㅎ

    그래도 여기 한줄 흔적을 남기고 나니
    왠지 스스로 혼자 위로 받고 가요 ….
    아주 다음 언젠가 꼭 …
    따듯한 봄날이 오면
    오일장 한구석에서
    막걸리 한잔 해요 …

  • 고고
    '22.12.12 2:06 PM

    어느 오일장이든 봄이면 막걸리 한 잔해요.
    서로 멀리서 웃으며 잔날리기해요.

    디스크와 척추협착으로 119에도 실려갔던
    적이 있었어요.

    진짜 딱 죽었으면.

    3주 입원하고 4년 후 지금 날라댕깁니다.
    몸이 반란을 한번씩 일으켜야 새삼 몸을
    생각해주지요.

    저도 위로받고자 연관없는 주절거림

    사람에 대해 판단할 때
    나쁜사람인가?
    좋은사람인가?

    전자는 빨리 읽어지는데
    나쁜사람은 아닌데 그렇다고
    좋은사람도 아닌 느낌
    이 경우가 저는 좀 많았어요.

    의심 오래하면 병 되니
    나는 저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고 판단보류해요.

    근데 대체로 저 의심병이 들면 결과가
    안 좋더군요.

    좋고싫음의 경계와
    좋고나쁨의 경계는 다르니까요.

  • 11. 당당맘
    '22.12.12 11:53 AM

    기다렸는데 오늘 아침이 반갑네요 ^^.
    저도 강아지 키우고 있는데 이녀석이 겨울이라 그런지 늦잠을 늘어지게 자네요 ㅋㅋㅋㅋ
    가끔 이녀석이 없다면.....하고 문득문득 생각해요 바람이 무서워 내 다리사이로 들어오는 이 순한고 착한녀석이 없다면.....
    부디 무지개 다리 건넌 강아지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 고고님도 마음이랑 몸 잘 챙기시기를요 ^^

  • 고고
    '22.12.12 2:15 PM

    가디려주시다니 아으~
    애들이 나이가 들면서 잠이 계속 늘어나요.
    19년 살면 거의 20시간 자요.
    겉의 일상은 별로 달라진 거 없는데
    여전히 집을 두리번거리네요.

    그 강아지이름이 고고여요.
    제 첫사랑

  • 12. 소년공원
    '22.12.13 10:01 AM

    고고니임~~
    오랜만에 만나 반가워요!
    노후백수 사는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하고요, 먼저 떠난 댕댕이 소식은 슬픕니다.
    위장병 얼른 나으세요~

  • 고고
    '22.12.14 11:23 AM

    소년공원님
    저도 반가워요. 님의 에너지 원천은 어디일까?
    늘 궁금합니다.

    워낙 해먹는 게 없어 여기 자주 오질 못해서리 ㅎ

    위장은 서서히 회복중입니다.
    고마워요

  • 13. 멍냥이
    '22.12.13 10:26 AM - 삭제된댓글

    멍냥콩중에서 마지막 콩을 지난달에 보냈어요
    이별은 익숙해지지도 않고 면역도 생기지 않네요

    덕분에 아침부터 마음이 뻐근해졌지만..
    약간의 위로를 받으며
    아프지만 유쾌한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14. 프리지아
    '22.12.14 11:08 AM

    너가 내 스승이다 큰절 두번 하고 보냈다는 글에서 눈물이 납니다..

    19살 살면서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저도 강아지랑 같이 사는데 벌써 5살....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다 강아지별로 돌아갔으면 하는데....

    그리움이 얼마나 오래남을지...

    위장병 얼른 나아 커피랑 막걸리랑 맛있게 드시길...기도합니다.^^

  • 고고
    '22.12.14 11:29 AM

    5살이면 청소년이지요.
    저는 눈맞추면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어요.
    남은 녀석은 작년에 큰 수술하고 난 뒤부터 움추려들어 맨날 짠합니다.

    오늘아침에도 커피 한사발 마시고
    햇살에 놀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 15. 산하
    '22.12.15 11:14 AM

    오랜만에 고고님 글을 접하니 좋네요.
    건강검진 받고 안좋다고 추가검사를 몇번받으니 "아~이게 뭐야 뭐지"싶습니다

    러시아소설 나오는이름 외우지를 못해 재미가 없어서 볼수가 없네요
    고고님 부러워요 이놈의 외래어는 도통입력이 안되서 슬프고 짜증나고,,,

  • 고고
    '22.12.17 9:44 PM

    저도 반가워요.
    추가검사 결과는 괜찮은지요?

    토지가 영어 불어 일어 번역됐어요.
    등장인물이 약 600명인데 그들도
    우리가 러시아소설에서 느끼는 기분일 거여요.
    ㅎㅎ

    러시아 이름이 한 이름에 3가지로 불리다보니
    많이 헷갈립니다.
    저는 적어놓고 봤어요.

    수고를 해야하는 책읽기여요.

  • 16. 릴리~~
    '22.12.19 7:39 AM

    준비시간이 천년만년인 딸 기다리다 글 읽었어요
    저도 저번 달에 데려온지 한달 반 된 천사같은 우리 아기가 좋은 곳으로 갔어요 ㅠㅠ
    두달된 말티푸 아가야 였는데
    너무 이뿌고 너무 똑똑하고 너무 착해서 일찍 갔나 보아요 ㅠㅠㅠㅠㅠㅠㅠ
    강아지 데려오기 전에는 이런 마음을 솔직히 백프로 이해못란 저였는데
    눈만 감으면 떠올라서 몇날 며칠 잠을 못자고
    눈물만 나더라구요
    돌연사 였는데 후회만 되고요 ㅠ
    그러다 친한 네일샵 언니가 애견인인데
    왜 나한테만 이런일이 생기냐 나이 많아 떠나는게 낫겠다며 울면서 카니깐
    자기 아이는 뇌종양인데 점점 힘이 없어지는 것 보는굿도 고문이라고 ㅜㅜ 함께한 세월이 긴데 ㅠㅠ 하는데 느껴지도라구여 그마음이….
    저도 마침 사찰음식과정중이라 말씀해주셔서
    절에서 3일기도도 드리고
    온가족 마음 추스리고 있어요
    우리 딸이
    엄마 우리 아가는 죽은 거 아니야
    할머니집에서 잘 살고 있는 거야 또 울면 엄마랑 절교 한대요 저보다 철든 딸이 있어 다행입니다
    쓰다 보니 너무 글이 길어졌네요
    다음 글 기대할께요~^^

  • 고고
    '22.12.22 3:42 PM

    다른 몸을 빌어 다시 태어난다고 히는데
    둘러봐도 모르겠어요.

    아직도 긴가민가 고고야하고 찾아봅니다.

    따님 참 의젓하군요.

    저도 늙어가고 소멸을 지켜보는게
    많이 힘듭디다.

    고맙습니다.

  • 17. 한나
    '22.12.19 4:07 PM - 삭제된댓글

    가끔 자유게시판의 top게시글 정도만 확인하는데, 오늘 손가락이 미끄러져 클릭하는 바람에 이 글을 읽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제 흥과 설움에 겨워 정신 없이 달려오다 보니, 나이도 들고 탈도 나고, 어느덧 지나온 시절과 살아갈 날들의 추를 신중히 달아보는 되는 중년이 되었네요.

    이 정도 살았으면 이제 조금은 능숙해질만도 한데 오늘은 나도 처음이라 여전히 허둥대며 새롭게 적응하고 있는 스스로가 우습기도 하고, 노인에게도 아이에게도 에누리 없이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이 고맙기도 합니다.

    어떤 연유로든 혼자 운용할 수 있는 시간을 얻는 건 큰 축복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멈추어 살피고 생각하면서 가장 사치스럽고 당당하게 시간을 보내는 일이지 않을까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고고
    '22.12.22 4:22 PM

    젊었을 적에 왜그리 시간에 쫒기고 보람차게 살아야한다는 신념이 강했나 몰러요.

    지금은 시간을 날리고 싶어요.
    그저 설렁설렁거리면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 18. ilovemath
    '22.12.24 5:55 AM

    밥먹으면 방으로 딱 들어간다는 대학생 아이가 떠난건가요?
    간 아이한테 큰절 두번하셨다는 대목~~ 눈물 많이 납니다
    저도 우리 냥이 비키와 같이 지내며 느껴지는게 많아 그 마음을 알것같아요
    별로 달라진 일상 아닌데 집안 여기저기 두리번거리신다니 그 허전함
    그리고 또다른 예정된 이별 ㅠㅠ
    우리 나이가 딱 그런것같아요

    하지만 돌보는이가 온우주인 냥이, 멍이들과 함께 하는 소중한 나날이 참 행복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 고고
    '22.12.27 12:00 PM

    그 대학생은 대학원생이 됐어요.
    집에서 잠만 자는 ㅎ

    한 해가 무심하게 가고 있네요.

    뭔 일이 많은 것같았다가
    다 별일 아니였다고 ......

    비키와 따뜻한 한 해 즐기시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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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69 무장비 베이킹…소프트 바게트 구워봤어요 14 은초롱 2024.10.22 5,601 2
41068 만들어 맛있었던 음식들 40 ··· 2024.10.22 8,428 5
41067 캠핑 독립 +브라질 치즈빵 40 Alison 2024.10.21 5,971 7
41066 호박파이랑 사과파이중에 저는 사과파이요 11 602호 2024.10.20 3,429 2
41065 어머니 점심, 그리고 요양원 이야기 33 꽃게 2024.10.20 6,153 6
41064 고기 가득 만두 (테니스 이야기도...) 17 항상감사 2024.10.20 4,106 4
41063 오늘 아침 미니 오븐에 구운 빵 14 은초롱 2024.10.16 7,786 2
41062 여전한 백수 25 고고 2024.10.15 7,424 4
41061 과일에 진심인 사람의 과일밥상 24 18층여자 2024.10.15 8,385 3
41060 요리조아 18 영도댁 2024.10.15 5,45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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