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자동차로 여행하다보면 참 광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자체가 높은 캠핑카에 앉아서 모카골드 한봉지 타서 조수석에 앉아 밖을 바라보 마시는데 가슴이 뻥 뚤리는듯합니다 . 이순간에는 사추기가와서 중 2 병에걸린 남편도 사이좋다가도 죽기살기로 싸우는 아이들도 다아 잊게 됩니다 . 그 옛날 개척시대에 이곳에서 있었을지도 모를 수천마리의 소때들도 상상해보고 마차를 타고 대륙횡단을 하는 개척민들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서 영화를 찍다보면 장 거리 운전도 별로 지루하지 않습니다 .
드디어 , 마침내 , finally, 기다리고 기다리던 콜로라도에 도착합니다 . 역시 경관이 장난이 아닙니다 . 한국에 계신분들은 산이 워낙 많은곳이니 별 감흥이 없으실수 있는데 산이 없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20 여년 살다보니 이런 산들을 보면 참으로 웅장하고 멋져 보입니다 .
잠시 세이프웨이라는 식료품 가게에 들러서 냉장고를 채워줄려고 주차를 합니다 . 캠핑카를 주차할때는 암묵적인 매너가 있습니다 . 차체가 커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니 입구에서 멀리 주차해서 다른 소형차들한테 민폐를 끼치지 말아야 합니다 . 월마트 주차장에서 분독킹을 할때도 마찮가지로 되도록 멀리 주차를해서 일반 마트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주어서는 않됩니다 .
식료품 쇼핑이 끝난후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으로 향합니다 . 잠시 내려서 망원경으로 경치를 보기도 하고 앉아서 사진도찍고 합니다 .
여름인데도 지대가 높다보니 점점 추워지고 운전은 곡예 수준으로 힘들어집니다 . 평지에서 너무 오래 살았는지 가드레일도 없고 창문을 내다보면 천길 낭떠러지 … 간담이 서늘해져서 관광을 제대로 할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 캠핑카가 차체가 워낙 높고 왼쪽에 물탱크에 물도많고 그래서 그러지 않아도 안정감이 부족한데 계속 오르막길에 지그재그로 운전을 해서 산을 타고 올라가는데 떨려서 오금이 저림니다 .
7 월 한여름인데도 아직 눈이 녹지 않았습니다 . 아이들과 남편이 신기해 하며 눈을 뭉쳐서 눈싸움을 한다고 차를 세우고 언덕으로 올라가네요 .
거의 정상에 가까워오니 주차장이 나옵니다 . 여기서 차를 주차하고 요기를 합니다 . 이렇게 쌀쌀하고 흐린날 특이 밖에 나왔을때는 라면이 빠질수가 없습니다 . 가스불켜서 뜨끈하게 라면을 한냄비 후다닥 끓여서 종이컵에 사이좋게 나누어 먹습니다 . “ 크아 ! 이 맛이야 !’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 예전에 일반 자동차로 여행할때 코펠이랑 부르스타 주섬주섬 꺼내서 주위 비한국인들 눈치보며 사람들 없는 한적한데 찾아서 박스로 바람 막아가며 끓여내던 라면을 생각하면 이거슨 신세계 ! 캠핑카의 편리함과 안락함에 다시한번 감개 무량해집니다 .
이제 정상으로 올라갑니다 . 정상까지 높이는 동네 뒤산 수준인데 지대가 높아서인지 올라가는데 너무 지치고 힘이 듭니다 . 아이들이 쉬었다 가자고 주저 앉아 버리네요 .
드뎌 꼭대기에 왔습니다 . 풍경은 멋진데 몹씨 춥네요 .
록키마운틴 국립공원 전기도 없고 물도 수도관도 연결이 않되는 캠핑장에서 1 박을하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 캠핑중에 사슴이 떼거지로 지나가는 진풍경도 봤는데 어찌된게 사진이 없네요 . 분영 찍었는데 남편 전화기로 찍었는지 못찼겠어요 .
다음날은 캠핑장에서 놀다가 늦이막히 길을 나서서 얼마 못가서 다시 거처를 마련해야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 폭풍 검색을 해보니 “Top of the world” 라는 제목의 분독킹 스팟이 보입니다 . 제목만으로도 얼마나 멋질지 기대가 됩니다 . 남편도 제목에 확 꼿혀서 혼쾌히 Top of the world 로 가자고 기대에 차서 운전을 합니다 .
길이 점점 좁아지고 울퉁불퉁하고 오르막길이 됩니다 . 포기해야 하나 싶은데 남편이 워낙 한적하고 멋진경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계속 가보잡니다 . 다행이 맞은편에서 오는 차가 전혀 없습니다 . 계속올라가는데 올라가다보니 이길은 정말 캠핑카가 다닐수 없게 좁고 험하고 오른쪽은 천길 , 아니 만길 낭떠러지 . 도대체 어찌된일인지 … 이제 다시 내려가고 싶어도 길이 좁아서 차를 돌릴수가 없습니다 . 록키마운틴의 곡예운전은 새발의 피였어요 . 거긴 그래도 2 차선에 포장도로 … 여긴 울퉁불퉁 산속의 흑길에 일차선도 못되는 시골동네 신작로길에 옆은 낭떠러지 …
정말 공포에 질리고 너무 무서우니 식은땀도나고 종교도 없는데 기도가 절로 나옵니다 . 남편이 여기서 다죽을순 없으니 아이들이랑 저랑 차에서 내려서 산을 내려가고 자기가 계속 운전을해서 차를 돌릴곳이 나오면 차를 돌려서 내려온다는는 제안까지 합니다 . 그럴까 하다가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지하는 생각에 망설이며 계속 올라 가다보니 기적처럼 차를 돌릴만한 공간이 나옵니다 . 일단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와서 상황점검을 해봄니다 .
여기서 차를 돌린다해도 과연 무사히 내려갈수 있을지 한숨이 절로 나올 높이입니다 . 놀란가슴이 아직도 진정이 안 되서 일단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내려가보자하니 남편이 내일 어떻게 내려갈지 두려워서 잠을 못잘것 같다네요. 어떻게든 오늘 내려가서 산 중턱에서 분독킹을 하자고합니다 .
내려가는 일도 올라오는일만큼 공포 스럽습니다 . 차체 무게가 물탱크있는쪽으로 기울까봐 물을 버리고 올까 하다가 그냥 내려왓는데 차가 기우뚱 할때마다 너무 무섭습니다 .
우여곡절끝에 무사히 산 중턱에 으로 내려왔습니다 .
이제 살았습니다 . 여기 미국땅 콜로라도에서 캠핑카가 뒤집혀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을 운명은 아니었나봅니다 . 차를 분독킹할곳에 세우고 밖으로 나오니가랑비가 내리고 이렇게 무지개가 떳네요 .
아주멀리 집이 두채만 보일뿐 개미새끼 한마리 않보입니다 . 남편이 좋아하는 음청 조용하고 사람 없는곳이네요 .
너무 공포스런 경험으로 밥이고 뭐고 입맛도 없고 기운도 없어서 누룽지를 팔팔 끓여 서 멸치에 고추장을 찍어서 먹습니다 .
식구들에게는 냉동 파스타를 전자렌지에 데워줍니다 . 주위에 아무도 없어 민폐끼질일 없으니 캠핑카에 딸린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쓸수있으니 너무 좋습니다 . 발전기가 작동할때 소음이 많아서 다른 캠퍼들이 있으면 미안해서 마음대로 쓰기가 어렵습니다 . 캠핑장에서도 대부분 발전기를 돌릴수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 저녁을 먹고 아들아이가 제 전화기를 들여다보더니 Top of the world 의 미스테리를 풀어냅니다 . 제가 분독킹 스팟을 찾았을때 거기 아이콘을 잘보지 않아서 생긴 사단이었습니다 . Motorhome 으로 가는건 불가능하다는 아이콘이 있었는데 제가 그걸 못본거지요 . 가족들로부터 저녁 내내 야유와 원망을 듬뿍 받았고 2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일이 종종 회자가 됩니다 .
이제 어둠이 몰려옵니다 . 인기척도 없고 개미한마리없는 이곳 … 밖에서 보면 미국이라는곳이 총이 난무하는 이미지를 생각하시는분들이 많은데 도시를 피해서 다니다보면 의외로 참 평화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 캠핑카안에는 벙크베드가 운전석 위쪽에 하나있고 낮에는 식탁이고 밤에는 침대인곳 그리고 뒤쪽에 큰 침대가 있습니다 . 밤이 깊어지고 공포로 얼룩진 하루를 마감합니다 . 아직도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 심장이 너무떨려서 도저히 잠이 오지않아 웬수같은 남편의 손을 슬며시 부여잡습니다 .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 젠틀한 신사에 로맨틱 가이였던 남편이 50 접어들면서부터 중 2 병 중증이 되어서 완전 딴사람이 되었습니다 . 어찌 사람이 저리 달라질수 있는지 대화도 않되고 화를 벌컥벌컥 , 나노단위로 잔소리 , 어린아이들이 둘인데 직장도 때려치고 사추기가 너무나 심하게와서 감당이 않됩니다 . 그래도 이런 극한 상황에서는 그 웬 수의 손이라도 잡고 잠을 청하니 좀 진정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