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82님들, 그동안 잘 지내셨죠?
오랜만에 소식 전하려고 야밤에 키톡문을 두드립니다.
지난 번에 아버지 이야기를 키톡에 올리면서 맘이 무겁고 슬펐었는데...
많은 분들이 따뜻한 말씀과 위로의 댓글을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힘이 되었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조금 풀어놓아 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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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6월부터 더위가 기승을 부렸었는데
올해 6월은 바람도 서늘하고 날이 좋아서, 매주 일요일마다
친정엄마랑 요양원에 가서 아버지랑 함께 점심을 먹고 돌아왔어요.
요양원 가까이에 큰 공원이 있어서 몇 번은 도시락을 싸가지고 소풍을 갔답니다.
저는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치즈김밥을 잔뜩 싸고,
엄마는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토종닭에 낙지랑 전복을 듬뿍 넣어 끓여서
보온병에 뜨겁게 싸서 준비를 하셨고,
주말이 바쁜 저희 남편몫까지 챙겨주셨어요.
불고기도 볶고 메밀전병도 부쳐갔더니 푸짐한 점심상이 되었습니다. ^^
이 날은 아버지께서 낙지랑 김밥이랑 든든하게 잘 잡수셔서
마음이 참 좋더라구요.
점심을 먹고나면 아버지랑 엄마랑 셋이서
자주 가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주문합니다.
부모님은 뜨거운 카페라떼를 드시고, 저는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마셔요.
아버지랑 마주앉은 엄마는 아버지에게, 운동 열심히 하고 양치 잘하고
희망을 놓지말라는 등의 일주일동안 못한 잔소리를 하십니다.
저는 옆에서 뻘소리를 하고 있지요.....^^
아버지 : (엄마 얼굴을 쳐다보다가 엄마의 볼을 만지신다.)
엄 마 : 당신, 왜 그래요?
아버지 : (나를 쳐다보며) 너희 엄마 주름살이 많아진 거 같아서.
나 : 아부지! 엄마 주름살만 보이고 딸래미 주름살을 안 보이십니까~ (ㅋㅋㅋ)
어떤 날에는 김치볶음밥이랑 소고기 미역국도 싸가지고 갔구요.
남편이랑 둘이 요양원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친정으로 와서 3박 4일동안 지내기도 했답니다.
또 어떤 날에는 짜장면이랑 짬뽕, 탕수육도 같이 사먹구요.
오늘, 아니 어제군요. 일요일에는 아부지랑 공원에서
점심 먹기 전에 아이스크림부터 사먹으면서,
제 친구 얘기, 아버지 요양원 친구이신 태영할아버지 얘기,
엄마랑 마늘 장아찌 담은 얘기, 엄마생신 때 동생이 온다는 얘기 같은
자잘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요즘, 아버지 입맛이 떨어지시고 기운도 없으신 것 같아 걱정했는데
점심에 갈비를 제법 많이 드시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어서
엄마도 저도, 아버지도 기분이 좋게 시간을 보냈답니다.
헤어지기 아쉬워서 공원에서 또 커피 한잔. ^^
세상에 태어나 평생을 살아가면서,
아프고 슬픈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은
부모님께서 늙어가시고 아버지께서 편찮으시니
늘 마음 한구석에 슬픔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슬픔의 기원은 언젠가 맞이할 이별 때문이겠지요.
이별을 맞이할 날이 왔을 때,
과연 제가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아버지 얼굴 실컷 보고
그동안 아버지 목소리 실컷 들어서
아쉬움 없이 아버지를 보내드릴 수 있도록
현재를 후회없이 보내 보려고 합니다.
사랑하는 82식구님들,
편안한 잠자리 되세요.
peace